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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2024년에 출간한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에서 “과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장르적 서사를 펼쳐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가받은 이산화 작가가 이번에는 동서양 문헌 자료를 수년간 탐독하며 구상한 『근대 괴물 사기극』을 선보인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거나 지워진 괴물들을 생생히 되살려 놓은 대작이다. 평소 한 가지에 빠져들면 집요할 만큼 파고드는 저자 특유의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완성한 이 기념비적인 논픽션은, 500쪽 분량의 방대한 역사서임에도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저자의 대장정에 2024년 한국 영화 최고 화제작 〈파묘〉의 아트디렉터로 널리 알려진 최재훈 작가가 기획 단계부터 동참했다. 그는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근대 괴물 사기극』에 담긴 초현실과 현실의 미묘한 경계를 도판 29점으로 구현해 냈다. 최재훈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듯한 괴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면서도,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의 환상을 표현하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책에 실린 흑백 삽화는, 텍스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마치 타임머신처럼 그 시대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산화 작가는 근대 괴물들의 연대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 과학자 칼 린나이우스(칼 폰 린네)와 베르나르 외벨망을 소환한다. 린나이우스는 생물의 학명을 속명과 종명으로 나타내는 이명법을 창안하여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자연의 질서를 확립한 식물학자다. 그는 만일 신화와 전설 속 괴물이 실존한다면 이들 또한 과학적으로 분류될 수 있어야 옳다고 생각하며, 그럴 수 없는 괴물은 동물학의 영역에서 쫓겨나 마땅하다고 여겼다. “기나긴 유럽인들의 인식 속에서 태연히 자리 잡고 살아가던 괴물들에게도 마침내 근대과학이라는 심판의 칼날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함부르크의 히드라는 그 칼날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괴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근대 역사 내내 과학의 심판을 피해 다녀야 했던 괴물들은 ‘현대적 괴물 연구의 아버지’ 외벨망에 의해 다시 비로소 그 존재를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는다. 그는 “‘잃어버린 세계가 온 세상에 있다’라는 야심 찬 선언으로 첫머리를 장식한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통해 괴물들의 존재 가능성을 옹호”한다.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가 과학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괴물’을 색출하는 근대적 괴물 퇴치의 서곡이었던 반면, 장장 220년 뒤에 일어난 외벨망의 로우 퇴치는 그렇게 불가능하다고 낙인찍힌 괴물들 가운데서 ‘가능한 괴물’을 골라내 과학의 이름으로 인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 두 사건이야말로 이산화 작가가 소개하는 괴물 연대기의 시작과 끝이다. 비록 모습도 배경도 제각각일지언정 근대의 괴물들은 모두 부정하려는 자와 믿으려는 자, 꾸며내려는 자와 폭로하려는 자 사이의 두 세기에 걸친 신경전 속에서 잠시나마 살아남아 세상을 속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의 히드라와 뉴기니의 로우는 모두 분류학적으로 동떨어진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한데 합쳐진 괴물이었고, 린나이우스와 외벨망은 바로 그 사실을 짚어 괴물의 존재를 부정했다. 히드라를 퇴치한 린나이우스의 방법론이 근대 동물학의 기틀을 다진 저서 『자연의 체계』로 계승되었듯이, 바로 그 동물학을 근거로 삼아 로우를 퇴치한 외벨망의 방법론은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학술적 괴물 연구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 본문에서
수많은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모티프가 된
괴물의 실체를 밝힌다!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결정적 단서들
예나 지금이나 ‘괴물’이라는 존재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다. 누구나 으레 그렇듯이, 이산화 작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괴물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작가는 괴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괴물이 단순히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인간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당대 과학적 헤게모니와 역사적 이데올로기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써 탄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광했던 대상의 정체를 스스로 낱낱이 파헤쳐서 책으로 엮어 내자니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굳이 괴물들을 해부하고 거짓이라는 낙인까지 찍음으로써 괴물 이야기의 재미를 망친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시시하고 허탈한 진실에조차 가장 달콤한 거짓을 한없이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황당한 괴물 이야기를 얼마나 굳게 믿을 수 있는지, 한번 뿌리내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역사를 수놓은 각종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하나라도 더 많이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분명 세상과 우리 자신을 한층 똑바로 이해하게 될 테니까.
- 본문에서
『근대 괴물 사기극』은 인류를 그럴듯하게 속여 넘기는 데 성공한 가짜 괴물 열전으로 출발하지만, 나아가 근대를 수놓은 갖가지 괴물이 어떻게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과 허영을 자극했으며, 동시에 현실의 불안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했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18세기 ‘동굴인간’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을 통해 인종주의 문제를 읽어내고 인간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19세기 ‘미주리움’을 소개하면서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의 태동이 괴물에 대한 인류의 상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함께 논하고, 20세기 ‘콩고의 브론토사우루스’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사건을 파헤치면서 제국주의와 종교적 맹신이 낳은 우리 마음속 어둠을 함께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처럼 근대사에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사기와 날조, 착각과 실수의 연대기를 통해 우리는 인류가 어떤 존재를 ‘괴물’이라 정의해 왔는지, 괴물에 대한 인류의 믿음에 어떠한 시대정신과 믿음이 반영되어 왔을지를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괴물이라는 창을 통해 근대 과학사와 사회사를 샅샅이 조명하는 작가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괴물은 외형만 달라질 뿐, 어느 시대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목차
서장
[1735] 린나이우스가 함부르크에서 히드라를 퇴치하다
1부 1700년대
[1758] 너 자신을 알라-동굴인간
[1758] 정체불명의 고통-지옥분노벌레
[1763] 남겨진 유산-찰턴멧노랑나비
[1770] 미래를 향한 청사진-튀르크인
[1784] 괴물의 얼굴에 비치는 것은-파과 호수의 괴물
2부 1800년대
[1808] 해변에 떠밀려 온 시간 여행자-스트론사 짐승
[1822] 지상 최대의 쇼 개막하다-피지 인어
[1835] 세상에서 가장 솔깃한 거짓말-달의 박쥐인간
[1840] 챔피언과 도전자-미주리움
[1845] 성서 속 괴수의 부활-히드라르코스
[1854]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하게 마련-수정궁의 이구아노돈
[1857] 작은 착각과 거대한 도약-황제벼룩
[1864] 누가 씨앗을 심었을까-오르괴유 운석
[1869]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카디프 거인
[1874] 숲속의 달콤한 미끼-마다가스카르의 식인 나무
[1891] 떠도는 유령처럼 끈질긴 것-크로포즈빌 괴물
[1892] 명탐정이 남긴 수수께끼-늪살무사
[1896] 죽은 크라켄이 꿈꾸며 기다리니-세인트오거스틴 괴물
[1899] 태고의 생존자를 찾아서-콘라디 매머드
3부 1900년대
[1904] 사람이 동물만큼 똑똑했더라면-영리한 한스
[1912] 범인은 이 안에 있다-필트다운인
[1917] 어른들을 위한 동화-코팅리 요정
[1919] 용은 마음의 어둠 속에-콩고의 브론토사우루스
[1926] 아는 것이 독이다-보스로돈
[1929] 사진에는 찍히지 않은 진짜 괴물-드 루아의 유인원
[1933] 환상은 영원하리니-네스호의 괴물
[1937] 괴물을 부풀리는 방법-낸터킷 바다 괴물
[1938] 세상이 뒤집힌다-〈우주전쟁〉 속 화성인
[1939] 가능한 괴물, 불가능한 괴물-로우
종장
[1948] 샌더슨이 스와니강 가에서 발자국을 마주하다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책 속으로
동굴인간이 자연의 체계 속 본래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과 아주 닮았지만 결코 인간은 아닌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그러한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우리가 무엇을 인간의 기준이라고 여기는지, 그 기준을 통해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려 드는지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왔다. 한때 인류의 조상이라고 믿어졌던 필트다운인에서부터 섬뜩한 인종주의를 품은 드 루아의 유인원에 이르기까지,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이며 우리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는 괴물 같은 자매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계속된다. - 30쪽
어쩌면 슬론의 흉상이 옮겨진 일과 찰턴멧노랑나비가 자연의 체계에서 추방당한 일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린나이우스가 손수 이름 붙인 나비에 검은 점이 찍혀 있었단 사실을 제자인 파브리치우스가 모른 척하지 않고 밝혔듯, 아무리 귀중하고 영광스러운 유산이라 한들 오점이 찍혀 있다면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사실을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것이야말로 린나이우스가 일생에 걸쳐 남긴 괴물 퇴치법의 진정한 첫걸음일 테니까. - 48~49쪽
피지 인어의 인생 역정은 19세기의 과학과 괴물이 맺은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이후의 과학은 기존의 상식에 뿌리 박혀 있던 괴물을 퇴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했지만, 동시에 필요에 따라 상식 밖의 괴물을 만들어 내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과학을 신뢰하는 사람조차 ‘과학적’인 괴물에 속을 수 있는 한 바넘 같은 사람에게 괴물이나 과학의 진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어떤 진실이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는지, 즉 돈이 되는지였다. 과거보다 더욱 그럴듯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놀라운 무대, ‘지상 최대의 쇼’는 이렇게 그 장대한 막을 올렸다. - 108쪽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에는 물론 기사가 그럴듯하게 쓰인 덕택이 컸다. 당시에 정말 희망봉에서 대형 망원경을 이용해 핼리혜성 관측을 준비하던 허셜, 그리고 불과 2년 전 폐간된 스코틀랜드의 실제 학술지 등을 언급하며 《선》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가능한 한 사실적이고 전문적으로 꾸미려 노력했다. 하지만 신문에 보도된 월면 생태계와 박쥐인간의 일상 풍경이 그토록 열렬히 받아들여진 이유를 단지 글의 그럴듯함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야기라도 믿고 싶지 않다면 사람은 일단 부정하고 보는 법이니까. 반면 믿고 싶은 내용이라면 사람은 어떤 터무니없는 이야기조차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다시 말해 1835년의 뉴욕 사람들은 언제든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 112쪽
이처럼 멸종, 고생물학, 공룡, 잃어버린 세계 등의 새로운 개념과 오래된 성경 구절을 연결함으로써 19세기의 기독교인들은 근대과학의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뉴욕 디섹터》와 《뉴욕 에반젤리스트》가 히드라르코스를 성서 속 괴수 레비아탄으로 인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뉴욕 시내에 새로이 등장한 괴물이 과거 실존했다는 근거를 성경에서 찾고, 또 성경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근거를 괴물에서 찾으며 당대 사람들은 끊임없이 충돌을 빚던 과학과 신앙을 다시 한번 조화시키고자 했다. -143쪽
하지만 세인트오거스틴 괴물이 그저 흔하디흔한 오해의 산물일 뿐이었다고만 평할 수는 없다. 플로리다 해안가에 나타난 사체를 둘러싼 100여 년 동안의 소동은 어리석은 착각과 명쾌한 해명이 아니라, 과학의 힘을 빌린 ‘증명’과 그에 대한 과학적 반박의 형태로 되풀이되어 왔으니까. 이는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론을 익혔다는 사람들조차 가끔은 과거의 드니몽포르처럼 크라켄의 존재를 꿈꾸었고, 그렇기에 때론 가능한 한 그 존재를 인정하려는 방향으로 눈앞의 증거들을 섣불리 해석하곤 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세인트오거스틴 괴물이나 다른 글롭스터가 정말로 거대 문어의 사체였다는 ‘증명’은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할지 모른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크툴루와도 같이 크라켄은 죽은 채로도 여전히 바닷속 깊은 곳에 거하며, 우리의 호기심과 두려움과 상상 속에서 꿈꾸며, 언젠가 되살아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251쪽
오늘날 필트다운인 사건은 선입견이 지닌 위험과 객관적 태도의 중요성을 알리는 예화로서 과학계에 널리 회자된다. 비록 창조론 신봉자들은 필트다운인이야말로 진화론자들이 얼마나 속기 쉽고 멍청한지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즐겨 주장해 왔지만, 종교적 선입견에 파묻혀 19세기 이래로 셀 수 없이 발굴되어 온 인류 진화의 증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난쯤이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우리는 다만 필트다운인 사건의 진짜 범인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뿐이다. 한낱 오랑우탄의 턱뼈조차 위대한 영국인의 유골로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명예욕과 애국심의 힘에 대해, 제아무리 뻔한 거짓말조차 믿고 싶다면 수십 년 동안이나 굳게 믿어버릴 만큼 나약한 만물의 영장 인류의 본성에 대해. -297쪽
미지의 생물이 찍혔다고 알려진 갖가지 사진들을 유명한 순서대로 쭉 나열한다면, 첫 번째 자리는 당연히 근대 괴물의 대표 격인 네스호의 괴물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전설적인 ‘외과의사의 사진’의 몫일 것이다. 그다음 자리에는 물론 현대 괴물의 대표 주자 빅풋이 뒤를 돌아보는 유명한 장면을 담은 ‘패터슨-김린 필름’의 352번 프레임이 놓여야 한다. 이 두 장의 사진이 유명한 이유는 괴물이 가장 뚜렷하게 찍혀 있기 때문도 아니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증거이기 때문도 아니다. 사진 속 흐릿한 형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숱한 논쟁이 오히려 이들을 근현대 괴물 이야기의 상징으로, 나아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349쪽
다른 누구도 아닌 괴물 연구의 선구자가 손수 감행한 1955년의 이 기념비적인 괴물 퇴치는, 여러 측면에서 1735년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를 연상시킨다. 함부르크의 히드라와 뉴기니의 로우는 모두 분류학적으로 동떨어진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한데 합쳐진 괴물이었고, 린나이우스와 외벨망은 바로 그 사실을 짚어 괴물의 존재를 부정했다. 히드라를 퇴치한 린나이우스의 방법론이 근대 동물학의 기틀을 다진 저서 『자연의 체계』로 계승되었듯이, 바로 그 동물학을 근거로 삼아 로우를 퇴치한 외벨망의 방법론은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학술적 괴물 연구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 427쪽
작가 소개
이산화(글)
SF 작가. 2018 · 2020 · 2024년에는 한국 SF 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2023년에는 장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저서로 장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밀수: 리스트 컨선』 『도난: 숨겨진 세계』, 연작소설집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단편집 『증명된 사실』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전혀 다른 열두 세계』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공동 선집 및 잡지에 단편을 실었다.
최재훈(일러스트레이션)
만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 〈파묘〉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BTS RM의 뮤직비디오 〈Forever Rain〉을 감독했고, 미국 NASA에서 열린 몽블랑 글로벌 캠페인의 비주얼 작업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조형의 과정』 『무엇으로』 『친구의 부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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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2024년에 출간한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에서 “과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장르적 서사를 펼쳐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가받은 이산화 작가가 이번에는 동서양 문헌 자료를 수년간 탐독하며 구상한 『근대 괴물 사기극』을 선보인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거나 지워진 괴물들을 생생히 되살려 놓은 대작이다. 평소 한 가지에 빠져들면 집요할 만큼 파고드는 저자 특유의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완성한 이 기념비적인 논픽션은, 500쪽 분량의 방대한 역사서임에도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저자의 대장정에 2024년 한국 영화 최고 화제작 〈파묘〉의 아트디렉터로 널리 알려진 최재훈 작가가 기획 단계부터 동참했다. 그는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근대 괴물 사기극』에 담긴 초현실과 현실의 미묘한 경계를 도판 29점으로 구현해 냈다. 최재훈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듯한 괴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면서도,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의 환상을 표현하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책에 실린 흑백 삽화는, 텍스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마치 타임머신처럼 그 시대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산화 작가는 근대 괴물들의 연대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 과학자 칼 린나이우스(칼 폰 린네)와 베르나르 외벨망을 소환한다. 린나이우스는 생물의 학명을 속명과 종명으로 나타내는 이명법을 창안하여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자연의 질서를 확립한 식물학자다. 그는 만일 신화와 전설 속 괴물이 실존한다면 이들 또한 과학적으로 분류될 수 있어야 옳다고 생각하며, 그럴 수 없는 괴물은 동물학의 영역에서 쫓겨나 마땅하다고 여겼다. “기나긴 유럽인들의 인식 속에서 태연히 자리 잡고 살아가던 괴물들에게도 마침내 근대과학이라는 심판의 칼날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함부르크의 히드라는 그 칼날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괴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근대 역사 내내 과학의 심판을 피해 다녀야 했던 괴물들은 ‘현대적 괴물 연구의 아버지’ 외벨망에 의해 다시 비로소 그 존재를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는다. 그는 “‘잃어버린 세계가 온 세상에 있다’라는 야심 찬 선언으로 첫머리를 장식한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통해 괴물들의 존재 가능성을 옹호”한다.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가 과학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괴물’을 색출하는 근대적 괴물 퇴치의 서곡이었던 반면, 장장 220년 뒤에 일어난 외벨망의 로우 퇴치는 그렇게 불가능하다고 낙인찍힌 괴물들 가운데서 ‘가능한 괴물’을 골라내 과학의 이름으로 인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 두 사건이야말로 이산화 작가가 소개하는 괴물 연대기의 시작과 끝이다. 비록 모습도 배경도 제각각일지언정 근대의 괴물들은 모두 부정하려는 자와 믿으려는 자, 꾸며내려는 자와 폭로하려는 자 사이의 두 세기에 걸친 신경전 속에서 잠시나마 살아남아 세상을 속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의 히드라와 뉴기니의 로우는 모두 분류학적으로 동떨어진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한데 합쳐진 괴물이었고, 린나이우스와 외벨망은 바로 그 사실을 짚어 괴물의 존재를 부정했다. 히드라를 퇴치한 린나이우스의 방법론이 근대 동물학의 기틀을 다진 저서 『자연의 체계』로 계승되었듯이, 바로 그 동물학을 근거로 삼아 로우를 퇴치한 외벨망의 방법론은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학술적 괴물 연구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 본문에서
수많은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모티프가 된
괴물의 실체를 밝힌다!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결정적 단서들
예나 지금이나 ‘괴물’이라는 존재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다. 누구나 으레 그렇듯이, 이산화 작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괴물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작가는 괴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괴물이 단순히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인간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당대 과학적 헤게모니와 역사적 이데올로기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써 탄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광했던 대상의 정체를 스스로 낱낱이 파헤쳐서 책으로 엮어 내자니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굳이 괴물들을 해부하고 거짓이라는 낙인까지 찍음으로써 괴물 이야기의 재미를 망친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시시하고 허탈한 진실에조차 가장 달콤한 거짓을 한없이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황당한 괴물 이야기를 얼마나 굳게 믿을 수 있는지, 한번 뿌리내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역사를 수놓은 각종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하나라도 더 많이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분명 세상과 우리 자신을 한층 똑바로 이해하게 될 테니까.
- 본문에서
『근대 괴물 사기극』은 인류를 그럴듯하게 속여 넘기는 데 성공한 가짜 괴물 열전으로 출발하지만, 나아가 근대를 수놓은 갖가지 괴물이 어떻게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과 허영을 자극했으며, 동시에 현실의 불안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했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18세기 ‘동굴인간’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을 통해 인종주의 문제를 읽어내고 인간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19세기 ‘미주리움’을 소개하면서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의 태동이 괴물에 대한 인류의 상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함께 논하고, 20세기 ‘콩고의 브론토사우루스’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사건을 파헤치면서 제국주의와 종교적 맹신이 낳은 우리 마음속 어둠을 함께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처럼 근대사에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사기와 날조, 착각과 실수의 연대기를 통해 우리는 인류가 어떤 존재를 ‘괴물’이라 정의해 왔는지, 괴물에 대한 인류의 믿음에 어떠한 시대정신과 믿음이 반영되어 왔을지를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괴물이라는 창을 통해 근대 과학사와 사회사를 샅샅이 조명하는 작가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괴물은 외형만 달라질 뿐, 어느 시대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목차
서장
[1735] 린나이우스가 함부르크에서 히드라를 퇴치하다
1부 1700년대
[1758] 너 자신을 알라-동굴인간
[1758] 정체불명의 고통-지옥분노벌레
[1763] 남겨진 유산-찰턴멧노랑나비
[1770] 미래를 향한 청사진-튀르크인
[1784] 괴물의 얼굴에 비치는 것은-파과 호수의 괴물
2부 1800년대
[1808] 해변에 떠밀려 온 시간 여행자-스트론사 짐승
[1822] 지상 최대의 쇼 개막하다-피지 인어
[1835] 세상에서 가장 솔깃한 거짓말-달의 박쥐인간
[1840] 챔피언과 도전자-미주리움
[1845] 성서 속 괴수의 부활-히드라르코스
[1854]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하게 마련-수정궁의 이구아노돈
[1857] 작은 착각과 거대한 도약-황제벼룩
[1864] 누가 씨앗을 심었을까-오르괴유 운석
[1869]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카디프 거인
[1874] 숲속의 달콤한 미끼-마다가스카르의 식인 나무
[1891] 떠도는 유령처럼 끈질긴 것-크로포즈빌 괴물
[1892] 명탐정이 남긴 수수께끼-늪살무사
[1896] 죽은 크라켄이 꿈꾸며 기다리니-세인트오거스틴 괴물
[1899] 태고의 생존자를 찾아서-콘라디 매머드
3부 1900년대
[1904] 사람이 동물만큼 똑똑했더라면-영리한 한스
[1912] 범인은 이 안에 있다-필트다운인
[1917] 어른들을 위한 동화-코팅리 요정
[1919] 용은 마음의 어둠 속에-콩고의 브론토사우루스
[1926] 아는 것이 독이다-보스로돈
[1929] 사진에는 찍히지 않은 진짜 괴물-드 루아의 유인원
[1933] 환상은 영원하리니-네스호의 괴물
[1937] 괴물을 부풀리는 방법-낸터킷 바다 괴물
[1938] 세상이 뒤집힌다-〈우주전쟁〉 속 화성인
[1939] 가능한 괴물, 불가능한 괴물-로우
종장
[1948] 샌더슨이 스와니강 가에서 발자국을 마주하다
감사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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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동굴인간이 자연의 체계 속 본래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과 아주 닮았지만 결코 인간은 아닌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그러한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우리가 무엇을 인간의 기준이라고 여기는지, 그 기준을 통해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려 드는지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왔다. 한때 인류의 조상이라고 믿어졌던 필트다운인에서부터 섬뜩한 인종주의를 품은 드 루아의 유인원에 이르기까지,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이며 우리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는 괴물 같은 자매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계속된다. - 30쪽
어쩌면 슬론의 흉상이 옮겨진 일과 찰턴멧노랑나비가 자연의 체계에서 추방당한 일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린나이우스가 손수 이름 붙인 나비에 검은 점이 찍혀 있었단 사실을 제자인 파브리치우스가 모른 척하지 않고 밝혔듯, 아무리 귀중하고 영광스러운 유산이라 한들 오점이 찍혀 있다면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사실을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것이야말로 린나이우스가 일생에 걸쳐 남긴 괴물 퇴치법의 진정한 첫걸음일 테니까. - 48~49쪽
피지 인어의 인생 역정은 19세기의 과학과 괴물이 맺은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이후의 과학은 기존의 상식에 뿌리 박혀 있던 괴물을 퇴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했지만, 동시에 필요에 따라 상식 밖의 괴물을 만들어 내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과학을 신뢰하는 사람조차 ‘과학적’인 괴물에 속을 수 있는 한 바넘 같은 사람에게 괴물이나 과학의 진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어떤 진실이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는지, 즉 돈이 되는지였다. 과거보다 더욱 그럴듯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놀라운 무대, ‘지상 최대의 쇼’는 이렇게 그 장대한 막을 올렸다. - 108쪽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에는 물론 기사가 그럴듯하게 쓰인 덕택이 컸다. 당시에 정말 희망봉에서 대형 망원경을 이용해 핼리혜성 관측을 준비하던 허셜, 그리고 불과 2년 전 폐간된 스코틀랜드의 실제 학술지 등을 언급하며 《선》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가능한 한 사실적이고 전문적으로 꾸미려 노력했다. 하지만 신문에 보도된 월면 생태계와 박쥐인간의 일상 풍경이 그토록 열렬히 받아들여진 이유를 단지 글의 그럴듯함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야기라도 믿고 싶지 않다면 사람은 일단 부정하고 보는 법이니까. 반면 믿고 싶은 내용이라면 사람은 어떤 터무니없는 이야기조차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다시 말해 1835년의 뉴욕 사람들은 언제든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 112쪽
이처럼 멸종, 고생물학, 공룡, 잃어버린 세계 등의 새로운 개념과 오래된 성경 구절을 연결함으로써 19세기의 기독교인들은 근대과학의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뉴욕 디섹터》와 《뉴욕 에반젤리스트》가 히드라르코스를 성서 속 괴수 레비아탄으로 인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뉴욕 시내에 새로이 등장한 괴물이 과거 실존했다는 근거를 성경에서 찾고, 또 성경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근거를 괴물에서 찾으며 당대 사람들은 끊임없이 충돌을 빚던 과학과 신앙을 다시 한번 조화시키고자 했다. -143쪽
하지만 세인트오거스틴 괴물이 그저 흔하디흔한 오해의 산물일 뿐이었다고만 평할 수는 없다. 플로리다 해안가에 나타난 사체를 둘러싼 100여 년 동안의 소동은 어리석은 착각과 명쾌한 해명이 아니라, 과학의 힘을 빌린 ‘증명’과 그에 대한 과학적 반박의 형태로 되풀이되어 왔으니까. 이는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론을 익혔다는 사람들조차 가끔은 과거의 드니몽포르처럼 크라켄의 존재를 꿈꾸었고, 그렇기에 때론 가능한 한 그 존재를 인정하려는 방향으로 눈앞의 증거들을 섣불리 해석하곤 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세인트오거스틴 괴물이나 다른 글롭스터가 정말로 거대 문어의 사체였다는 ‘증명’은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할지 모른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크툴루와도 같이 크라켄은 죽은 채로도 여전히 바닷속 깊은 곳에 거하며, 우리의 호기심과 두려움과 상상 속에서 꿈꾸며, 언젠가 되살아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251쪽
오늘날 필트다운인 사건은 선입견이 지닌 위험과 객관적 태도의 중요성을 알리는 예화로서 과학계에 널리 회자된다. 비록 창조론 신봉자들은 필트다운인이야말로 진화론자들이 얼마나 속기 쉽고 멍청한지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즐겨 주장해 왔지만, 종교적 선입견에 파묻혀 19세기 이래로 셀 수 없이 발굴되어 온 인류 진화의 증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난쯤이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우리는 다만 필트다운인 사건의 진짜 범인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뿐이다. 한낱 오랑우탄의 턱뼈조차 위대한 영국인의 유골로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명예욕과 애국심의 힘에 대해, 제아무리 뻔한 거짓말조차 믿고 싶다면 수십 년 동안이나 굳게 믿어버릴 만큼 나약한 만물의 영장 인류의 본성에 대해. -297쪽
미지의 생물이 찍혔다고 알려진 갖가지 사진들을 유명한 순서대로 쭉 나열한다면, 첫 번째 자리는 당연히 근대 괴물의 대표 격인 네스호의 괴물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전설적인 ‘외과의사의 사진’의 몫일 것이다. 그다음 자리에는 물론 현대 괴물의 대표 주자 빅풋이 뒤를 돌아보는 유명한 장면을 담은 ‘패터슨-김린 필름’의 352번 프레임이 놓여야 한다. 이 두 장의 사진이 유명한 이유는 괴물이 가장 뚜렷하게 찍혀 있기 때문도 아니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증거이기 때문도 아니다. 사진 속 흐릿한 형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숱한 논쟁이 오히려 이들을 근현대 괴물 이야기의 상징으로, 나아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349쪽
다른 누구도 아닌 괴물 연구의 선구자가 손수 감행한 1955년의 이 기념비적인 괴물 퇴치는, 여러 측면에서 1735년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를 연상시킨다. 함부르크의 히드라와 뉴기니의 로우는 모두 분류학적으로 동떨어진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한데 합쳐진 괴물이었고, 린나이우스와 외벨망은 바로 그 사실을 짚어 괴물의 존재를 부정했다. 히드라를 퇴치한 린나이우스의 방법론이 근대 동물학의 기틀을 다진 저서 『자연의 체계』로 계승되었듯이, 바로 그 동물학을 근거로 삼아 로우를 퇴치한 외벨망의 방법론은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학술적 괴물 연구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 427쪽
작가 소개
이산화(글)
SF 작가. 2018 · 2020 · 2024년에는 한국 SF 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2023년에는 장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저서로 장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밀수: 리스트 컨선』 『도난: 숨겨진 세계』, 연작소설집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단편집 『증명된 사실』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전혀 다른 열두 세계』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공동 선집 및 잡지에 단편을 실었다.
최재훈(일러스트레이션)
만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 〈파묘〉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BTS RM의 뮤직비디오 〈Forever Rain〉을 감독했고, 미국 NASA에서 열린 몽블랑 글로벌 캠페인의 비주얼 작업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조형의 과정』 『무엇으로』 『친구의 부름』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