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뉴욕에서 그릇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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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그릇 팝니다

글: 줄리 게인즈 | 그림: 벤 레노비츠 

출판사: 키럽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휴학을 하고 잠깐 뉴욕에 있었던 적이 있다. 유니온 스퀘어에 자주 가던 서점 근처에 ‘피시에디'라는 그릇가게가 있었다. 나는 빈티지한 컵이나 물건을 좋아해서 어디를 가든 꼭 그런 상점에 들리고는 했다.  피시에디는 접시와 그릇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특유의 뉴욕스러움과, 그릇이 가진 물성의 느낌이 공간을 따뜻하게 메우고 있었다. 이방인이었던 나에게는 무척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방에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나는 얼마 전 대구 더현대에서 열렸던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북페어 행사에서 다시 ‘피시에디'를 만나게 되었다. 키럽 출판사에서 최근에 발행한 <뉴욕에서 그릇 팝니다> 한국어판이었다. 창업자인 줄리와 데이브가 함께 어떻게 이 가게를 일구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그래픽 노블이었다. 

아트스쿨을 졸업하고 연인 관계였던 줄리와 데이브는 작은 가게를 꾸리기로 한다. 가게 이름은 피시에디. 여행 중 우연히 들린 작은 마을의 이름이었는데, 그 이상한 이름이 왠지 마음에 들어 가게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호텔과 레스토랑 지하에 잔뜩 쌓인 그릇과 접시들을 발견하고 사들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는데 여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뉴욕커들에게 사랑받는 그릇가게가 되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우여곡절을 담고 있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앞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하고 실패를 하며 성장해나가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며 나도 모르게 공감과 위안을 얻었다. 그들이 웃을 때 나도 웃고, 그들이 울 때 나도 눈물이 났다. 책방을 꾸린 지 7년 차가 되니, 처음보다 모험심이 줄어들고, 두려워진다. 가게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자주 느낀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깊은 조언이 필요한 순간 나는 이 책을 발견했다. 잠시지만 그들의 여정 속에 함께하며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피시에디'는 아직도 뉴요커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상점은 무언가를 판매하는 공간이지만,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그렇게 피시에디는 좀 더 뉴욕스러워진 게 아닐까. 쌓여가는 시간들은 결국 좋은 에너지를 만든다. 이 책의 저자 줄리의 믿음처럼. 


이번 <오늘 뭐 읽지?>에서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시거나, 준비 중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드리고 싶다. 

글: 류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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