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실내악
특별한 건 없지만 온갖 일이 일어나는 동네, 동네 이웃에게 영감을 얻어 써내려간 24개의 멜로디. 음악가로 경험한 별의별 대기실 풍경, 무대의 안과 밖에 대한 통찰. 음악가이자 번역가인 김목인의 다양한 시선을 모았다. 4악장으로 구성해 글, 악보, 그림을 담았다.
저자 김목인은 관찰자로서 동네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이웃을 글감으로 삼는다.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한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를 영감으로 삼아 글 말고도 곡을 쓰고, 악보를 기재했다. 이어서 음악가로서 경험한 무대 안팎을 살피고, 공연을 위해 다녀간 다양한 대기실 유형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했다.
한편 『미공개 실내악』은 출판사 픽션들이 선보이는 앤솔로지 시리즈 ‘1인들’의 첫 번째 책이다. ‘1인들’은 작가 한 명이 쓰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글을 한 다발로 묶어 발행하는 시리즈다.
목차
1악장: 모르는 이웃들을 위한 모음곡
작곡가 / 자라 / 고교생들 / 종점 / 냉동 창고 / 벨라루스 / 버스 안의 토론 / 카페 / 정원 있는 집 / 저녁의 중고 서점 / 리모델링 / 폭우 / 숲 놀이터 / 하차벨 / 건물주 / 정육점 주인 / 슈퍼 주인들 / 설비업자 / 목 좋은 편의점 / 백로 / 편의점 주인 / 은행 앞 참새들
2악장: 결국 인생의 문제는 모니터
3악장: 대기실 유형 연구
4악장: 무대에 대한 단상
마치며: 특별할 건 없지만 온갖 일이 일어나는 곳
책 속으로
인생이 꿈이라면 여기 이 사람들, 말 한 번 나눈 사이도 아니면서 한동네에 머무는 이들은 왜 이리도 생생하며 오늘 하루는 왜 이리도 섬세한 걸까? 왜, 대체 무엇을 위해?
8 (모르는 이웃들을 위한 모음곡)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앞문이 열리고 손님이 씩 웃으며 버스에 올라타면, 기사는 이런 식으로 핀잔을 주곤 했다. “이게 택시요, 택시?”
27 (종점)
청년은 재미로, 그곳이 카르텔의 중간 창고가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영화 속 마약 운반 창고는 항상 그렇게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매복하던 요원들은 창고 주인이 외출하길 기다렸다가 막대한 병력과 함께 급습을 했고, 거기에 있는 것은 풀풀 날리는 밀가루 포대들뿐이었다. 청년은 허탈하게 밀가루를 맛보는 요원과 그의 사무실에 압정으로 꽂혀 있는 사장 부부의 사진을 상상했다.
30~31 (냉동 창고)
숲을 내려오며 우리는 다시 한번 손을 흔들었다. 마치 할아버지와는 내일 또 만나기로 한 것처럼.
65 (숲 놀이터)
어느 해에 편의점 맞은편에 거대한 건물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무슨 건물일까 관심이 많았다. 편의점 사장이 얼핏 정보를 알고 있다는 듯 보건복지부 건물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소문을 전했다. 변두리인 이곳에 정부 기관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모두가 주변이 많이 바뀌겠구나 생각만 했다. 그러나 건물이 다 지어지고 간판이 붙자, 그곳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건강식품 회사’임이 드러났다.
88 (목 좋은 편의점)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 버스에서 내렸는데도 곧장 집으로 가기 싫고 정처 없이 걷고 싶은 날이.
92 (백로)
공연 중의 무대는 시끄럽다. 자기 연주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내가 지금 말을 하고 있는데, 뭔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 상태.’ 익숙하지 않은가?
106 (결국 인생의 문제는 모니터)
이건 마치 거울로 내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게 남이 보는 내 모습과 같지는 않은 그런 원리이다.
108 (결국 인생의 문제는 모니터)
대기실은 텅 빈 무대에 비해 흥미로운 구조를 갖고 있으며, 공연자들이 무대보다 오래 머무는 곳이다. 그러나 무대에 비해 덜 주목받는다.
123 (대기실 유형 연구)
긴장 속에 대기해야 하는 공연자들에게 화장실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큰 극장이 아니고서야 대기실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곳은 드물다. 문제는 딸려 있더라도 여러 공연자가 한 공간에 모여 있으면 그 화장실을 쓰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밖으로 나가 로비를 통과해야 하는 관객용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관객 입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화장실에서 일찍 온 관객과 마주칠 위험이 있다.
129 (대기실 유형 연구)
공연이 없는 날의 어느 야외무대는 너무나 소박하다. 바닥 위로 10cm 올린 단일 뿐이다. 때로는 빗물이 고여 있고 낙엽이 덮여 있기도 하다. 또 어떤 곳의 무대는 그어놓은 하나의 선에 불과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것 하나로도 사람들은 암묵적 약속을 받아들인다. 여기와 저기. 그 구분을 믿기. 진짜인 듯 믿기
155 (무대에 대한 단상)
우리는 충분히,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 있다.
157 (무대에 대한 단상)
저자 소개
김목인
오래전 재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을 거라는 허술한 판단으로 홍대 앞을 찾았다가 밴드 멤버로,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왔다. 몇 해 전부터 일의 균형이 가능할 거라는 판단으로 글쓰기와 번역도 해오고 있지만, 요즘은 그저 이 모든 작업이 나와 누군가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도 4집 앨범 〈저장된 풍경〉을 녹음하며 이 저자 소개글을 쓰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 다니는 수첩』을 썼다.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울부짖음 : Howl』 등을 번역했다.
미공개 실내악
특별한 건 없지만 온갖 일이 일어나는 동네, 동네 이웃에게 영감을 얻어 써내려간 24개의 멜로디. 음악가로 경험한 별의별 대기실 풍경, 무대의 안과 밖에 대한 통찰. 음악가이자 번역가인 김목인의 다양한 시선을 모았다. 4악장으로 구성해 글, 악보, 그림을 담았다.
저자 김목인은 관찰자로서 동네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이웃을 글감으로 삼는다.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한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를 영감으로 삼아 글 말고도 곡을 쓰고, 악보를 기재했다. 이어서 음악가로서 경험한 무대 안팎을 살피고, 공연을 위해 다녀간 다양한 대기실 유형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했다.
한편 『미공개 실내악』은 출판사 픽션들이 선보이는 앤솔로지 시리즈 ‘1인들’의 첫 번째 책이다. ‘1인들’은 작가 한 명이 쓰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글을 한 다발로 묶어 발행하는 시리즈다.
목차
1악장: 모르는 이웃들을 위한 모음곡
작곡가 / 자라 / 고교생들 / 종점 / 냉동 창고 / 벨라루스 / 버스 안의 토론 / 카페 / 정원 있는 집 / 저녁의 중고 서점 / 리모델링 / 폭우 / 숲 놀이터 / 하차벨 / 건물주 / 정육점 주인 / 슈퍼 주인들 / 설비업자 / 목 좋은 편의점 / 백로 / 편의점 주인 / 은행 앞 참새들
2악장: 결국 인생의 문제는 모니터
3악장: 대기실 유형 연구
4악장: 무대에 대한 단상
마치며: 특별할 건 없지만 온갖 일이 일어나는 곳
책 속으로
인생이 꿈이라면 여기 이 사람들, 말 한 번 나눈 사이도 아니면서 한동네에 머무는 이들은 왜 이리도 생생하며 오늘 하루는 왜 이리도 섬세한 걸까? 왜, 대체 무엇을 위해?
8 (모르는 이웃들을 위한 모음곡)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앞문이 열리고 손님이 씩 웃으며 버스에 올라타면, 기사는 이런 식으로 핀잔을 주곤 했다. “이게 택시요, 택시?”
27 (종점)
청년은 재미로, 그곳이 카르텔의 중간 창고가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영화 속 마약 운반 창고는 항상 그렇게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매복하던 요원들은 창고 주인이 외출하길 기다렸다가 막대한 병력과 함께 급습을 했고, 거기에 있는 것은 풀풀 날리는 밀가루 포대들뿐이었다. 청년은 허탈하게 밀가루를 맛보는 요원과 그의 사무실에 압정으로 꽂혀 있는 사장 부부의 사진을 상상했다.
30~31 (냉동 창고)
숲을 내려오며 우리는 다시 한번 손을 흔들었다. 마치 할아버지와는 내일 또 만나기로 한 것처럼.
65 (숲 놀이터)
어느 해에 편의점 맞은편에 거대한 건물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무슨 건물일까 관심이 많았다. 편의점 사장이 얼핏 정보를 알고 있다는 듯 보건복지부 건물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소문을 전했다. 변두리인 이곳에 정부 기관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모두가 주변이 많이 바뀌겠구나 생각만 했다. 그러나 건물이 다 지어지고 간판이 붙자, 그곳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건강식품 회사’임이 드러났다.
88 (목 좋은 편의점)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 버스에서 내렸는데도 곧장 집으로 가기 싫고 정처 없이 걷고 싶은 날이.
92 (백로)
공연 중의 무대는 시끄럽다. 자기 연주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내가 지금 말을 하고 있는데, 뭔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 상태.’ 익숙하지 않은가?
106 (결국 인생의 문제는 모니터)
이건 마치 거울로 내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게 남이 보는 내 모습과 같지는 않은 그런 원리이다.
108 (결국 인생의 문제는 모니터)
대기실은 텅 빈 무대에 비해 흥미로운 구조를 갖고 있으며, 공연자들이 무대보다 오래 머무는 곳이다. 그러나 무대에 비해 덜 주목받는다.
123 (대기실 유형 연구)
긴장 속에 대기해야 하는 공연자들에게 화장실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큰 극장이 아니고서야 대기실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곳은 드물다. 문제는 딸려 있더라도 여러 공연자가 한 공간에 모여 있으면 그 화장실을 쓰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밖으로 나가 로비를 통과해야 하는 관객용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관객 입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화장실에서 일찍 온 관객과 마주칠 위험이 있다.
129 (대기실 유형 연구)
공연이 없는 날의 어느 야외무대는 너무나 소박하다. 바닥 위로 10cm 올린 단일 뿐이다. 때로는 빗물이 고여 있고 낙엽이 덮여 있기도 하다. 또 어떤 곳의 무대는 그어놓은 하나의 선에 불과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것 하나로도 사람들은 암묵적 약속을 받아들인다. 여기와 저기. 그 구분을 믿기. 진짜인 듯 믿기
155 (무대에 대한 단상)
우리는 충분히,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 있다.
157 (무대에 대한 단상)
저자 소개
김목인
오래전 재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을 거라는 허술한 판단으로 홍대 앞을 찾았다가 밴드 멤버로,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왔다. 몇 해 전부터 일의 균형이 가능할 거라는 판단으로 글쓰기와 번역도 해오고 있지만, 요즘은 그저 이 모든 작업이 나와 누군가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도 4집 앨범 〈저장된 풍경〉을 녹음하며 이 저자 소개글을 쓰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 다니는 수첩』을 썼다.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울부짖음 : Howl』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