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인디펜던트 — 주류를 넘어, 7인의 여성 독립영화 감독
영화 역사의 주류는 결코 아니었지만, 당대에 금기시하던 주제를 드러내고, 소수자에 대한 공감의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영화 사조의 중요한 순간에 초석을 다진 작품을 창조한 여성 감독 7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소개한 책.
책이 다루는 7인 여성 감독,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체칠리아 만지니(1927-2021), 논쟁적인 시인이자 뉴이란시네마의 선구자 파로흐자드(1934–1967), 한국 실험영화의 개척자 한옥희(1948-), 197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작 <완다>의 바바라 로든(1932-1980), 프랑스 누벨바그의 스타 배우이자 감독 안나 카리나(1940-2019), <워터멜론 우먼>을 연출한 아프리카계 미국 레즈비언 감독 셰럴 두녜이(1966-),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대표 감독 알베르티나 카리(1973- )는 모두 비주류의 그늘 속에서도 인간 실존과 자유 의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질문하는 새로운 영화의 어형을 만들어낸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필자로 참여한 7명 비평가 모두 여성이며, 다국어 필자와 번역 과정에 의한 2개 국어(한국어, 영어) 도서라는 점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2021년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프로그램과 연계한 기획 출판 도서.
목차
20 체칠리아 만지니 / 글: 다니엘라 페르시코(로카르노영화제 프로그래머)
66 포루그 파로흐자드 / 글: 니콜 브르네(누벨소르몬느대학 영화학과 교수)
110 바바라 로든 / 글: 문성경(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162 한옥희 / 글: 김지하(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206 안나 카리나 / 글: 이지현(영화평론가)
248 셰럴 두녜이 / 글: 데비카 기리시(뉴욕영화제 프로그래머)
290 알베르티나 카리 / 글: 루시아 살라스(영화평론가)
책 속에서
체칠리아 만지니의 작품 세계를 생각하면 곧장 세 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세 번째는 자유롭고 길들여지지 않은 시네마의 즉흥성으로 환하게 빛나는 이미지다. 무리 지어 다니며 노니는 어린 친구들의 이미지가 강을 따라 선명하고 떠들썩하게 튄다. 이들은 자신의 태평한 유년 시절을 파괴할 현대성이 곧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몇 개의 장면만으로도 체칠리아 만지니는 영화계에 언제까지나 길이 남을 공헌을 했다. / 29쪽
포루그 파로흐자드는 타인의 경험을 어떻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다큐멘터리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적 묘사를 풍부하게 하는 시청각적 글쓰기 양식을 확장시키고, ‘영화 시’를 스스로 창조해내고,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 속에 이미지와 사운드의 묶음이 흘러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의 이러한 방법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97쪽
그리하여 우리는 이 영화가 너무도 불편하지만 동시에 〈완다〉(바바라 로든 연출)는 우리의 영혼 어딘가 잠자고 있는 저항정신을 움직이게 한다. 그것은 사회에 소리치고 싶은 목소리다. 나를 길들이려 하지 말라고. / 151쪽
(1970년대 한옥희가 속한 여성 영화인 모임) 카이두 클럽의 작품들이 현재도 진부하지 않은 것은 기성영화를 흉내 내려는 매너리즘이나 관습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내재적으로 담겨 있는 아마추어리즘은 시대와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사회와 예술, 제도권과 개인, 전통과 실험 사이에 침범할 수 없는 간극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매개자로서의 자세를 보여줬다. / 191쪽
<비브르 앙상블〉(안나 카리나 연출)은 영화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만드는, 어느 위대한 여배우의 영화이다. 하나의 필름에 새겨진 생각은 결코 육체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가상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온갖 ‘카리나’들이 그곳에 박제되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내러티브보다 강한 작가의 주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 233쪽
셰럴 두녜이와 동료들의 풀뿌리 노력으로 태어난 〈워터멜론 우먼〉이 분명히 보여주는바, 두녜이의 작업은 그녀 이후의 모든 흑인, 여성, 그리고 퀴어인 영화 제작자들에게 셰럴이 리처드의 삶에서 느낀 것과 똑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 의미는 희망이다. 영감이고, 가능성이다,” 영화 말미에 셰럴이 말한다. “그리고 역사다.” / 277쪽
탐사 다큐멘터리처럼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답을 찾기 위해 과거의 단체들과 동료들과 이웃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부모의 마지막 발걸음까지 추적하는 이 영화는 상실된 기억을 재구축하려 한다. 이러한 상실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금발머리 부부〉(알베르티나 카리 연출)는 완전한 재구축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 301쪽
아이 엠 인디펜던트 — 주류를 넘어, 7인의 여성 독립영화 감독
영화 역사의 주류는 결코 아니었지만, 당대에 금기시하던 주제를 드러내고, 소수자에 대한 공감의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영화 사조의 중요한 순간에 초석을 다진 작품을 창조한 여성 감독 7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소개한 책.
책이 다루는 7인 여성 감독,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체칠리아 만지니(1927-2021), 논쟁적인 시인이자 뉴이란시네마의 선구자 파로흐자드(1934–1967), 한국 실험영화의 개척자 한옥희(1948-), 197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작 <완다>의 바바라 로든(1932-1980), 프랑스 누벨바그의 스타 배우이자 감독 안나 카리나(1940-2019), <워터멜론 우먼>을 연출한 아프리카계 미국 레즈비언 감독 셰럴 두녜이(1966-),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대표 감독 알베르티나 카리(1973- )는 모두 비주류의 그늘 속에서도 인간 실존과 자유 의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질문하는 새로운 영화의 어형을 만들어낸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필자로 참여한 7명 비평가 모두 여성이며, 다국어 필자와 번역 과정에 의한 2개 국어(한국어, 영어) 도서라는 점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2021년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프로그램과 연계한 기획 출판 도서.
목차
20 체칠리아 만지니 / 글: 다니엘라 페르시코(로카르노영화제 프로그래머)
66 포루그 파로흐자드 / 글: 니콜 브르네(누벨소르몬느대학 영화학과 교수)
110 바바라 로든 / 글: 문성경(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162 한옥희 / 글: 김지하(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206 안나 카리나 / 글: 이지현(영화평론가)
248 셰럴 두녜이 / 글: 데비카 기리시(뉴욕영화제 프로그래머)
290 알베르티나 카리 / 글: 루시아 살라스(영화평론가)
책 속에서
체칠리아 만지니의 작품 세계를 생각하면 곧장 세 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세 번째는 자유롭고 길들여지지 않은 시네마의 즉흥성으로 환하게 빛나는 이미지다. 무리 지어 다니며 노니는 어린 친구들의 이미지가 강을 따라 선명하고 떠들썩하게 튄다. 이들은 자신의 태평한 유년 시절을 파괴할 현대성이 곧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몇 개의 장면만으로도 체칠리아 만지니는 영화계에 언제까지나 길이 남을 공헌을 했다. / 29쪽
포루그 파로흐자드는 타인의 경험을 어떻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다큐멘터리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적 묘사를 풍부하게 하는 시청각적 글쓰기 양식을 확장시키고, ‘영화 시’를 스스로 창조해내고,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 속에 이미지와 사운드의 묶음이 흘러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의 이러한 방법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97쪽
그리하여 우리는 이 영화가 너무도 불편하지만 동시에 〈완다〉(바바라 로든 연출)는 우리의 영혼 어딘가 잠자고 있는 저항정신을 움직이게 한다. 그것은 사회에 소리치고 싶은 목소리다. 나를 길들이려 하지 말라고. / 151쪽
(1970년대 한옥희가 속한 여성 영화인 모임) 카이두 클럽의 작품들이 현재도 진부하지 않은 것은 기성영화를 흉내 내려는 매너리즘이나 관습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내재적으로 담겨 있는 아마추어리즘은 시대와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사회와 예술, 제도권과 개인, 전통과 실험 사이에 침범할 수 없는 간극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매개자로서의 자세를 보여줬다. / 191쪽
<비브르 앙상블〉(안나 카리나 연출)은 영화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만드는, 어느 위대한 여배우의 영화이다. 하나의 필름에 새겨진 생각은 결코 육체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가상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온갖 ‘카리나’들이 그곳에 박제되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내러티브보다 강한 작가의 주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 233쪽
셰럴 두녜이와 동료들의 풀뿌리 노력으로 태어난 〈워터멜론 우먼〉이 분명히 보여주는바, 두녜이의 작업은 그녀 이후의 모든 흑인, 여성, 그리고 퀴어인 영화 제작자들에게 셰럴이 리처드의 삶에서 느낀 것과 똑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 의미는 희망이다. 영감이고, 가능성이다,” 영화 말미에 셰럴이 말한다. “그리고 역사다.” / 277쪽
탐사 다큐멘터리처럼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답을 찾기 위해 과거의 단체들과 동료들과 이웃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부모의 마지막 발걸음까지 추적하는 이 영화는 상실된 기억을 재구축하려 한다. 이러한 상실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금발머리 부부〉(알베르티나 카리 연출)는 완전한 재구축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 3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