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원
『서울의 공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을 찾아가 공원과 사람, 계절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책이다. 코로나 19와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공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때, 공원에서의 시간과 풍경을 박현성의 사진과 김목인의 글에 담았다. 『서울의 공원』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로가 곧 자연을 향한 예의로 이어져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존재의 소중함’을 공유한다.
목차
6. 겨울과 여름
130. 봄과 가을
책 속으로
63쪽: 오늘은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약속 장소까지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기로 했다. 공원 안이 그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바로 옆이 도심인데도 차 소리는 아득할 정도로 작게만 들렸다. 짐짓 어떤 음향학적인 원리로 소리가 저 위로 흩어지나 보다,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63쪽: 모든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유독 고요한 시간. 이럴 때면 그는 항상 ‘지구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감각. 구름이 유난히 빨리 흐르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해질녘 전철이 천천히 고가를 지나고 저 아래 천변을 걷는 사람들을 볼 때면 밀려드는 감정. 그는 멀찍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생을 느끼는 게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도 느끼시나요? 지구 위에서 어느 여름 운동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64쪽: 삶이 단출하고 명확해질 때의 기분에 대해. 연녹색으로 우거진 나무들과 아빠와 산책 갔던 호수 옆 동네.
65쪽: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장면들에 대하여.
182쪽: ‘숲속작사모임’을 발견한 것은 11월 초의 어느 날 오후였다. 가을부터 집 근처를 산책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날은 이미 가 본 코스들을 피하다 보니 조금 떨어진 옆 동네 공원까지 가보게 되었다.
185쪽: 가려진 노트 표지 위에 제목인 듯 적힌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오후의 한적한 공원과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들’이었다.
186쪽: 문득 진한 슬픔이 밀려왔다. 조금 전 나누었던 대화들이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며, 나는 미래의 어느 차가운 광장에 앉아 아무도 모르는, 이제는 사라져 버린 옛 일을 회상하듯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새소리와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같은 건 없었고, 낙엽들만 배수로를 따라 멀리까지 쌓여 있었다.
작가 소개
김목인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음악을 시작해 지금은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으로, 음악극 ‘집시의 테이블’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 잭 케루악의 『다르마 행려』를 옮긴 뒤로 글쓰기와 번역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음반으로 〈음악가 자신의 노래〉, 〈한 다발의 시선〉, 〈콜라보 씨의 일일〉, 쓴 책으로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다니는 수첩』이 있다.
박현성
누군가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잊히는 것들,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또 과거가 되어버리기 전에 온전히 발하는 그 형상들을 담아오고 있다. 사진집 『GLORIOUS』를 출간했으며 최근 『서울의 목욕탕』,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의 공원
『서울의 공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을 찾아가 공원과 사람, 계절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책이다. 코로나 19와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공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때, 공원에서의 시간과 풍경을 박현성의 사진과 김목인의 글에 담았다. 『서울의 공원』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로가 곧 자연을 향한 예의로 이어져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존재의 소중함’을 공유한다.
목차
6. 겨울과 여름
130. 봄과 가을
책 속으로
63쪽: 오늘은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약속 장소까지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기로 했다. 공원 안이 그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바로 옆이 도심인데도 차 소리는 아득할 정도로 작게만 들렸다. 짐짓 어떤 음향학적인 원리로 소리가 저 위로 흩어지나 보다,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63쪽: 모든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유독 고요한 시간. 이럴 때면 그는 항상 ‘지구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감각. 구름이 유난히 빨리 흐르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해질녘 전철이 천천히 고가를 지나고 저 아래 천변을 걷는 사람들을 볼 때면 밀려드는 감정. 그는 멀찍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생을 느끼는 게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도 느끼시나요? 지구 위에서 어느 여름 운동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64쪽: 삶이 단출하고 명확해질 때의 기분에 대해. 연녹색으로 우거진 나무들과 아빠와 산책 갔던 호수 옆 동네.
65쪽: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장면들에 대하여.
182쪽: ‘숲속작사모임’을 발견한 것은 11월 초의 어느 날 오후였다. 가을부터 집 근처를 산책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날은 이미 가 본 코스들을 피하다 보니 조금 떨어진 옆 동네 공원까지 가보게 되었다.
185쪽: 가려진 노트 표지 위에 제목인 듯 적힌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오후의 한적한 공원과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들’이었다.
186쪽: 문득 진한 슬픔이 밀려왔다. 조금 전 나누었던 대화들이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며, 나는 미래의 어느 차가운 광장에 앉아 아무도 모르는, 이제는 사라져 버린 옛 일을 회상하듯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새소리와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같은 건 없었고, 낙엽들만 배수로를 따라 멀리까지 쌓여 있었다.
작가 소개
김목인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음악을 시작해 지금은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으로, 음악극 ‘집시의 테이블’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 잭 케루악의 『다르마 행려』를 옮긴 뒤로 글쓰기와 번역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음반으로 〈음악가 자신의 노래〉, 〈한 다발의 시선〉, 〈콜라보 씨의 일일〉, 쓴 책으로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다니는 수첩』이 있다.
박현성
누군가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잊히는 것들,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또 과거가 되어버리기 전에 온전히 발하는 그 형상들을 담아오고 있다. 사진집 『GLORIOUS』를 출간했으며 최근 『서울의 목욕탕』,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