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터지다
납득할 수 없는 세계를 터뜨리고 새로 피워내는 여성 만화가 5인의 이야기
만화로 삶을 다잡고, 불공정한 판을 바꾸며, 당신의 세계를 터뜨릴 5명의 여성 만화가 인터뷰집
이 책은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이 5명의 여성 만화가를 인터뷰한 기록이다. 〈카산드라〉, 〈도박중독자의 가족〉의 이하진 작가, 〈해오와 사라〉,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의 송송이 작가, 〈안녕 커뮤니티〉의 다드래기 작가, 〈봄이와〉의 소만(천정연) 작가, 『똥두』의 국무영 작가, 이렇게 다섯 만화가의 작품 세계와 삶이 느슨하고도 긴밀하게, 무엇보다 아름답게 직조되어 있다. 그 옛날 만화가의 꿈을 키우던 소녀 시절에 교과서 한쪽 귀퉁이가 이들의 도화지였다면, 그 도화지는 점점 더 커져서 웹툰 플랫폼, 인스타, 종이책으로, 그리고 마침내 세상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그들의 성장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며, 왜 이들의 작품이 다름 아닌 바로 그러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갖가지 역경 속에서도 이들은 계속 그릴 수밖에 없는지 조명하며 독자에게도 외면할 수 없는 응원을 건넨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라고.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여성 예술가 케테 콜비츠의 일생을 그린 시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책 제목 ‘그리고, 터지다’에서 ‘터지다’라는 말은 이렇게 마침내 자신의 말을 터뜨리고 나아가 세계를 터뜨려 다시 열어내는 여성 창작자들의 인내와 폭발적인 창조성을 표현한 말이다.
만화책을 모아놓고 ‘불태우던’ 시절에서 누구나 웹에 만화를 공유하고 평가받는 지금까지
‘만화’라고 할 때, 당연히 손바닥만 한 흑백의 종이책과 만화 잡지를 떠올리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휴대폰 액정 크기만큼의 컷을 빠르게 스크롤하는 웹툰이 당연한 세대도 있다. 만화는 그만큼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온 장르이자, 또한 그만큼 오해받고 때로는 ‘박해’받아온 문제의 장르다. 저자는 1970년대에 만화 화형식이 이루어졌음을 상기한다. 이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만화책을 운동장에 한데 모아놓고 불태웠던 시절을, 지금 우리는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만화를 ‘밀수, 탈세, 도박, 마약, 폭력’과 묶어 사회 6대 악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그 악의 자리에 왜 하고많은 것들 중 하필 ‘만화’가 들어갔는지 질문한다. 독재자가 억압해야 하는 문화예술은 많고도 많았을 터인데 왜 만화였을까. 저자는 그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어린이 혐오’와 관련 있다고 추측한다. 당시만 해도 만화는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의 즐길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핍박받았던 만화의 과거와 비교하자면, 현재 만화의 지위는 매우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만화는 어린이만 보는 것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산업 매출액은 전년보다 64.6% 증가하여 무려 1조 원을 돌파했다. 인기 웹툰은 다시 종이책 출판이나 드라마 및 영화 제작 등으로 이어지며 2차 수익을 발생시킨다. 네이버의 도전만화, 다음의 웹툰리그처럼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작품을 올리고 무한경쟁을 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만화가’는 ‘먹고살’ 만한 직업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만화가 거대 자본이 되는 이면에는 ‘배고픈 예술’, 혹은 ‘변변한 직업조차 못 되는 일’이라는 낙인이 존재하며, 거기에 플랫폼을 둘러싼 자본의 논리가 낙인을 공고히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만화에 대한 인식과 환경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만화가 광장에 끌려나와” 불타던 시절로부터 우리는 과연 몇 걸음이나 나아왔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이 깊숙이 들여다본 만화, 만화가, 여성 창작자, 플랫폼 노동자
이 책의 특이점을 하나 꼽자면 저자의 이력이다. 인권기록활동가라는, 만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는 직업 말이다. 저자는 10년 가까이 인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장 또는 참사 생존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억눌린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펴내는 첫 단독 인터뷰집의 주제가 의외로 ‘만화’였던 것은 알고 보면 필연이다. 그 자신이 어릴 때부터 대학 때까지 직업 만화가를 꿈꿨으며 현재도 만화가로서의 자의식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인권기록활동가가 아닌 다른 기자나 업계 종사자였다면 담아내기 어려웠을 법한 삶과 사유의 두께가 더해져 있다. 단지 만화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이야기 외에도 그것을 창조한 만화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 자기 삶과의 교차 지점을 응시하며 사유하는 인터뷰어 즉 저자의 이야기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깊은 정체성의 서사들이 가득 얽혀 있다.
먼저 저자는 저마다 다른 삶의 슬픔과 기쁨을 버텨내온 다양한 나이대 여성 창작자들의 ‘작지만 위대한’ 역사를 추적한다. 그들이 그려내는 만화 속 인물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소년만화 혹은 순정만화 속 클리셰 인물들하고는 거리가 멀다. 지혜를 인정받고 진정한 예언가로 다시 태어난 신화 속 여성 카산드라부터, 독박육아를 상세하게 기록하며 그에 대한 ‘화’를 사회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젖먹이 엄마, 자기가 나고 자란 땅과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젊은 여성, 고독사라는 인생의 마지막 위기를 앞에 두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비수도권 소도시의 각계각층 노인들, ‘중2병’이라는 혐오의 주요 피해자이지만 첫사랑을 통해 다른 세계와 접속하는 열다섯 살 소녀까지, 이 다양한 인물들은 또 저마다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여성 작가의 삶과 풍부하게 결합한다.
덧붙여 책에서는 지금의 만화가들이 처해 있는 극한의 플랫폼 노동환경을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만화를 향유하는, 그야말로 ‘만화의 전성시대’인 만큼, 잘못된 관행을 어떻게 바꿔나가며 만화 생태계를 더욱 살 만한 곳으로 가꿔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기를 청한다.
목차
펼치며
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 이하진 인터뷰
덜덜 떨면서도 기어이 용기를 내는
- 송송이 인터뷰
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다
- 다드래기 인터뷰
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 소만(천정연) 인터뷰
평생 성장하는 마음, 매이지 않는 만화
- 국무영 인터뷰
추천의 말
책 속으로
한동안 만화를 떠나있었으면서도 나는 자신을 만화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인권기록의 현장에서 얻은 시선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만화의 너른 세계 어디쯤에서 세상이 준 지도와 불화하고 있을 이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만화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자기 말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 책에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준 만화가 이하진, 다드래기, 송송이, 국무영, 소만(천정연) 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자기 가슴을 터트려버리는 대신, 기어이 자기 말을 터트리는 여자들이 세계를 새로 쓴다.
_12쪽(펼치며: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좋은 만화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프로 만화가의 세계는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갈고 닦인 재능이 오롯이 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얻은 성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실력을 조각해내는 시간보다 현실의 차별이나 억압에 맞서 자기 삶을 조각해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만화가로서 살고 싶은 하진의 소망은 공적 세계보다 사적 세계의 간섭과 방해를 더 크게 받았다. 하진이 딸이었고, 며느리였고, 아내였고, 엄마였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재능을 펼친다는 것은 얼마나 복잡한 사회적 그물을 뚫고 이루어지는 일인가를 하진의 삶은 잘 보여준다.
_52-53쪽(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내가 실패를 하도 많이 해서 그런가, 되는대로 살자는 마음이야. 이제 나이도 많은데 뭐.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계획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난 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만화 그리면 만화가 아닌가. 내 사주에 ‘수’기가 없다고 했잖아. 그건 내가 예술가로 성공할 사주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해. 만화가로 성공하지 못할 사주라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래, 나는 원래 디폴트가 그거지(웃음).”
_58쪽(이하진 인터뷰)
요나는 그 목소리들을 책망하기보다 그들에게 귀 기울인다. 흩어져 각각 고여있던 고통이 세상으로 흘러나와 이야기의 강과 바다를 이루도록,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목소리들과 대화한다. 이 대화에서 요나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들어주기?
이 장면에서 나는 나와 동료들이 함께해온 인권기록활동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렸다. 생애를 뒤흔드는 종류의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 치유될 거란 생각은 통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느닷없이 잃은 사람들, 수용 시설에 갇혀 가혹한 폭력을 당한 사람들, 끔찍한 사고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늘 죄의식 비슷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그들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한다는 건 그 상처를 다시 헤집기를 무릅쓰는 일이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우리가 대화를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_72쪽(덜덜 떨면서도 기어이 용기를 내는)
“저는 여성서사를 시도한다기보다는 순정만화나 소녀만화의 계보에서 그려간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이 득실득실한 이야기를 되게 좋아했어요. 이갈리아의 딸들 같은 페미니스트 서사도 좋아하지만 〈세일러문〉도 진짜 좋아해요. 제가 즐겨 보며 자라온 여자들의 이야기가 제 만화의 베이스예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어떤 부분은 아주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한 거죠. 저는 여성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여성이지만 여성이기 전에 ‘자기’(自己)인 면도 있어요. 자기의 욕망이 ‘올바른 여성’이라고 말해지는 것들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여성들의 이야기인 거죠.”
_79~80쪽(송송이 인터뷰)
박씨와 같은 죽음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 어젯밤 멀쩡했어도 밤사이 죽을 수 있는 게 노인의 삶이다. 누군가의 존엄이 훼손되는 일을 마주할 때 느끼는 마음의 고통이 방덕수를 움직인다. 죽음은 막지 못해도 시신이 오래 방치되는 일만은 막고 싶다. 이 윤리적 결단은 중대한 전환 하나를 더 이루어낸다. 바로 ‘공동체’의 확장이다.
공동체는 ‘우리’라는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문안동 안녕 연락망’ 역시 구성원이 누구이냐는 질문과 가장 먼저 마주한다.
“우리만 하는 거가?”
_116쪽(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이사하느라 화순 집에 있던 가구를 버리려고 밖에 내놨어요. 상 치른 지 얼마 안 됐으니 그 옆에 조용히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누가 죽었어? 맞잖아요. 네, 그랬더니 가구로 눈길이 옮겨가시더라고요. 어… 안 쓰겠네? 이러고는 휙 가져가셨어요. 그 동네에서는 흔한 모습이에요. 괴담 같은 거 보면 누가 쓰던 장롱 가져갔다가 귀신 붙고 그러잖아요.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노인들의 세계에서는. 노인들에게 죽음은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니까. 장롱 주워 가서 귀신 봤다는 사람도 가만 보면 다 젊은 사람이에요(웃음).”
_153~154쪽(다드래기 인터뷰)
돈 버는 유세. 그것은 미묘한 공기로 존재하는 강한 압력이다.
_185쪽(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만화는 늘 빈 공간에 끄적인 낙서로부터 시작된다. 이 다정한 만만함은 내가 만화를 사랑하는 여러 이유 중 앞 순위에 적힐 것이다. 웹툰의 시대, 그것도 SNS가 중요한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시대라는 점도 소만에게 고무적이었다
_199쪽(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저는 무언가를 새롭게 알았을 때 누군가한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이걸 이렇게 체계화해서 가르쳐주면 잘 이해되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어요. 만화를 그릴 때도 항상, 볼 사람이나 받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체성이 늘 혼란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교사인지 작가인지 활동가인지 모르겠다. 어느 때는 이쪽에 좀 더 치중했다, 어느 때는 저쪽에 좀 치중했다, 도대체 난 뭐야? 그런데, 그냥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나인 것 같아요. 특히 교육은 아마도 평생 제 베이스에 있지 않은가 싶어요. 〈봄이와〉도 약간 교육 만화 같지 않아요?”
_209~210쪽(소만 인터뷰)
“작가와 작품이 별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에게는 별개가 아니거든요. 작품을 만들면서 제가 성장하는 것 같아요. 『똥두』를 펴낸 직후에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왔거든요. 그때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은 정확히 안 나지만 이런 뜻의 문장이 있었어요. 작가가 한 작품을 끝내면 그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다. 읽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펑펑 울었어요.
내가 가장 못하는 걸 해낸 느낌이었어요. 친구가 그러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대요. 내가 『똥두』 같은 이야기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보고 싶다고. 내 안에 어떤 도전 의식이 있었나? 저는 항상 부끄러움이 있어요. 지금도 빨리 작품을 내고 싶은 이유가 만회하고 싶어서예요. 할 때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고 나면 보이잖아요, 내가 미흡한 부분들이. 그래서 성장만화하고 어울리나봐요. 누군가 내 유일한 장점이 그거라던데. 계속 성장하려고 하는 마음.”
_240쪽(국무영 인터뷰)
한국 사회에서 그래픽 노블의 등장은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으로만 구성된 작품 평가의 기준을,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배제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재구성하는 기획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작품은 ‘부족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는지조차 모른 채 잃게 될 것이므로.
_246쪽(평생 성장하는 마음, 매이지 않는 만화)
작가 소개
박희정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 스무 살에 페미니즘과 만나 삶이 바뀌었다. 마흔이 가까워질 무렵 인권 기록의 세계에 접속했다. 다른 세계를 알고 싶고 다른 세계를 만들고 싶어 기록한다. 『밀양을 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나는 숨지 않는다』, 『집으로 가는 길』, 『유언을 만난 세계』,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 등을 함께 썼다. 2011~2012년 인문만화교양지 SYNC에 ‘성희롱, 농담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성희롱 예방 교육 만화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를 그렸다.












그리고, 터지다
납득할 수 없는 세계를 터뜨리고 새로 피워내는 여성 만화가 5인의 이야기
만화로 삶을 다잡고, 불공정한 판을 바꾸며, 당신의 세계를 터뜨릴 5명의 여성 만화가 인터뷰집
이 책은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이 5명의 여성 만화가를 인터뷰한 기록이다. 〈카산드라〉, 〈도박중독자의 가족〉의 이하진 작가, 〈해오와 사라〉, 〈남산도서관 환생북클럽〉의 송송이 작가, 〈안녕 커뮤니티〉의 다드래기 작가, 〈봄이와〉의 소만(천정연) 작가, 『똥두』의 국무영 작가, 이렇게 다섯 만화가의 작품 세계와 삶이 느슨하고도 긴밀하게, 무엇보다 아름답게 직조되어 있다. 그 옛날 만화가의 꿈을 키우던 소녀 시절에 교과서 한쪽 귀퉁이가 이들의 도화지였다면, 그 도화지는 점점 더 커져서 웹툰 플랫폼, 인스타, 종이책으로, 그리고 마침내 세상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그들의 성장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며, 왜 이들의 작품이 다름 아닌 바로 그러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갖가지 역경 속에서도 이들은 계속 그릴 수밖에 없는지 조명하며 독자에게도 외면할 수 없는 응원을 건넨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라고.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여성 예술가 케테 콜비츠의 일생을 그린 시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책 제목 ‘그리고, 터지다’에서 ‘터지다’라는 말은 이렇게 마침내 자신의 말을 터뜨리고 나아가 세계를 터뜨려 다시 열어내는 여성 창작자들의 인내와 폭발적인 창조성을 표현한 말이다.
만화책을 모아놓고 ‘불태우던’ 시절에서 누구나 웹에 만화를 공유하고 평가받는 지금까지
‘만화’라고 할 때, 당연히 손바닥만 한 흑백의 종이책과 만화 잡지를 떠올리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휴대폰 액정 크기만큼의 컷을 빠르게 스크롤하는 웹툰이 당연한 세대도 있다. 만화는 그만큼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온 장르이자, 또한 그만큼 오해받고 때로는 ‘박해’받아온 문제의 장르다. 저자는 1970년대에 만화 화형식이 이루어졌음을 상기한다. 이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만화책을 운동장에 한데 모아놓고 불태웠던 시절을, 지금 우리는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만화를 ‘밀수, 탈세, 도박, 마약, 폭력’과 묶어 사회 6대 악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그 악의 자리에 왜 하고많은 것들 중 하필 ‘만화’가 들어갔는지 질문한다. 독재자가 억압해야 하는 문화예술은 많고도 많았을 터인데 왜 만화였을까. 저자는 그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어린이 혐오’와 관련 있다고 추측한다. 당시만 해도 만화는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의 즐길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핍박받았던 만화의 과거와 비교하자면, 현재 만화의 지위는 매우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만화는 어린이만 보는 것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산업 매출액은 전년보다 64.6% 증가하여 무려 1조 원을 돌파했다. 인기 웹툰은 다시 종이책 출판이나 드라마 및 영화 제작 등으로 이어지며 2차 수익을 발생시킨다. 네이버의 도전만화, 다음의 웹툰리그처럼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작품을 올리고 무한경쟁을 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만화가’는 ‘먹고살’ 만한 직업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만화가 거대 자본이 되는 이면에는 ‘배고픈 예술’, 혹은 ‘변변한 직업조차 못 되는 일’이라는 낙인이 존재하며, 거기에 플랫폼을 둘러싼 자본의 논리가 낙인을 공고히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만화에 대한 인식과 환경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만화가 광장에 끌려나와” 불타던 시절로부터 우리는 과연 몇 걸음이나 나아왔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인권기록활동가 박희정이 깊숙이 들여다본 만화, 만화가, 여성 창작자, 플랫폼 노동자
이 책의 특이점을 하나 꼽자면 저자의 이력이다. 인권기록활동가라는, 만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는 직업 말이다. 저자는 10년 가까이 인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장 또는 참사 생존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억눌린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펴내는 첫 단독 인터뷰집의 주제가 의외로 ‘만화’였던 것은 알고 보면 필연이다. 그 자신이 어릴 때부터 대학 때까지 직업 만화가를 꿈꿨으며 현재도 만화가로서의 자의식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인권기록활동가가 아닌 다른 기자나 업계 종사자였다면 담아내기 어려웠을 법한 삶과 사유의 두께가 더해져 있다. 단지 만화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이야기 외에도 그것을 창조한 만화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 자기 삶과의 교차 지점을 응시하며 사유하는 인터뷰어 즉 저자의 이야기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깊은 정체성의 서사들이 가득 얽혀 있다.
먼저 저자는 저마다 다른 삶의 슬픔과 기쁨을 버텨내온 다양한 나이대 여성 창작자들의 ‘작지만 위대한’ 역사를 추적한다. 그들이 그려내는 만화 속 인물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소년만화 혹은 순정만화 속 클리셰 인물들하고는 거리가 멀다. 지혜를 인정받고 진정한 예언가로 다시 태어난 신화 속 여성 카산드라부터, 독박육아를 상세하게 기록하며 그에 대한 ‘화’를 사회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젖먹이 엄마, 자기가 나고 자란 땅과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젊은 여성, 고독사라는 인생의 마지막 위기를 앞에 두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비수도권 소도시의 각계각층 노인들, ‘중2병’이라는 혐오의 주요 피해자이지만 첫사랑을 통해 다른 세계와 접속하는 열다섯 살 소녀까지, 이 다양한 인물들은 또 저마다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여성 작가의 삶과 풍부하게 결합한다.
덧붙여 책에서는 지금의 만화가들이 처해 있는 극한의 플랫폼 노동환경을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만화를 향유하는, 그야말로 ‘만화의 전성시대’인 만큼, 잘못된 관행을 어떻게 바꿔나가며 만화 생태계를 더욱 살 만한 곳으로 가꿔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기를 청한다.
목차
펼치며
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 이하진 인터뷰
덜덜 떨면서도 기어이 용기를 내는
- 송송이 인터뷰
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다
- 다드래기 인터뷰
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 소만(천정연) 인터뷰
평생 성장하는 마음, 매이지 않는 만화
- 국무영 인터뷰
추천의 말
책 속으로
한동안 만화를 떠나있었으면서도 나는 자신을 만화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인권기록의 현장에서 얻은 시선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만화의 너른 세계 어디쯤에서 세상이 준 지도와 불화하고 있을 이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만화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자기 말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 책에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준 만화가 이하진, 다드래기, 송송이, 국무영, 소만(천정연) 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자기 가슴을 터트려버리는 대신, 기어이 자기 말을 터트리는 여자들이 세계를 새로 쓴다.
_12쪽(펼치며: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좋은 만화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프로 만화가의 세계는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갈고 닦인 재능이 오롯이 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얻은 성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실력을 조각해내는 시간보다 현실의 차별이나 억압에 맞서 자기 삶을 조각해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만화가로서 살고 싶은 하진의 소망은 공적 세계보다 사적 세계의 간섭과 방해를 더 크게 받았다. 하진이 딸이었고, 며느리였고, 아내였고, 엄마였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재능을 펼친다는 것은 얼마나 복잡한 사회적 그물을 뚫고 이루어지는 일인가를 하진의 삶은 잘 보여준다.
_52-53쪽(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내가 실패를 하도 많이 해서 그런가, 되는대로 살자는 마음이야. 이제 나이도 많은데 뭐.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계획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난 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만화 그리면 만화가 아닌가. 내 사주에 ‘수’기가 없다고 했잖아. 그건 내가 예술가로 성공할 사주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해. 만화가로 성공하지 못할 사주라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래, 나는 원래 디폴트가 그거지(웃음).”
_58쪽(이하진 인터뷰)
요나는 그 목소리들을 책망하기보다 그들에게 귀 기울인다. 흩어져 각각 고여있던 고통이 세상으로 흘러나와 이야기의 강과 바다를 이루도록,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목소리들과 대화한다. 이 대화에서 요나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들어주기?
이 장면에서 나는 나와 동료들이 함께해온 인권기록활동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렸다. 생애를 뒤흔드는 종류의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 치유될 거란 생각은 통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느닷없이 잃은 사람들, 수용 시설에 갇혀 가혹한 폭력을 당한 사람들, 끔찍한 사고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늘 죄의식 비슷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그들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한다는 건 그 상처를 다시 헤집기를 무릅쓰는 일이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우리가 대화를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_72쪽(덜덜 떨면서도 기어이 용기를 내는)
“저는 여성서사를 시도한다기보다는 순정만화나 소녀만화의 계보에서 그려간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이 득실득실한 이야기를 되게 좋아했어요. 이갈리아의 딸들 같은 페미니스트 서사도 좋아하지만 〈세일러문〉도 진짜 좋아해요. 제가 즐겨 보며 자라온 여자들의 이야기가 제 만화의 베이스예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어떤 부분은 아주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한 거죠. 저는 여성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여성이지만 여성이기 전에 ‘자기’(自己)인 면도 있어요. 자기의 욕망이 ‘올바른 여성’이라고 말해지는 것들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여성들의 이야기인 거죠.”
_79~80쪽(송송이 인터뷰)
박씨와 같은 죽음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 어젯밤 멀쩡했어도 밤사이 죽을 수 있는 게 노인의 삶이다. 누군가의 존엄이 훼손되는 일을 마주할 때 느끼는 마음의 고통이 방덕수를 움직인다. 죽음은 막지 못해도 시신이 오래 방치되는 일만은 막고 싶다. 이 윤리적 결단은 중대한 전환 하나를 더 이루어낸다. 바로 ‘공동체’의 확장이다.
공동체는 ‘우리’라는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문안동 안녕 연락망’ 역시 구성원이 누구이냐는 질문과 가장 먼저 마주한다.
“우리만 하는 거가?”
_116쪽(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이사하느라 화순 집에 있던 가구를 버리려고 밖에 내놨어요. 상 치른 지 얼마 안 됐으니 그 옆에 조용히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누가 죽었어? 맞잖아요. 네, 그랬더니 가구로 눈길이 옮겨가시더라고요. 어… 안 쓰겠네? 이러고는 휙 가져가셨어요. 그 동네에서는 흔한 모습이에요. 괴담 같은 거 보면 누가 쓰던 장롱 가져갔다가 귀신 붙고 그러잖아요.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노인들의 세계에서는. 노인들에게 죽음은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니까. 장롱 주워 가서 귀신 봤다는 사람도 가만 보면 다 젊은 사람이에요(웃음).”
_153~154쪽(다드래기 인터뷰)
돈 버는 유세. 그것은 미묘한 공기로 존재하는 강한 압력이다.
_185쪽(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만화는 늘 빈 공간에 끄적인 낙서로부터 시작된다. 이 다정한 만만함은 내가 만화를 사랑하는 여러 이유 중 앞 순위에 적힐 것이다. 웹툰의 시대, 그것도 SNS가 중요한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시대라는 점도 소만에게 고무적이었다
_199쪽(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
“저는 무언가를 새롭게 알았을 때 누군가한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이걸 이렇게 체계화해서 가르쳐주면 잘 이해되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어요. 만화를 그릴 때도 항상, 볼 사람이나 받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체성이 늘 혼란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교사인지 작가인지 활동가인지 모르겠다. 어느 때는 이쪽에 좀 더 치중했다, 어느 때는 저쪽에 좀 치중했다, 도대체 난 뭐야? 그런데, 그냥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나인 것 같아요. 특히 교육은 아마도 평생 제 베이스에 있지 않은가 싶어요. 〈봄이와〉도 약간 교육 만화 같지 않아요?”
_209~210쪽(소만 인터뷰)
“작가와 작품이 별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에게는 별개가 아니거든요. 작품을 만들면서 제가 성장하는 것 같아요. 『똥두』를 펴낸 직후에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왔거든요. 그때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은 정확히 안 나지만 이런 뜻의 문장이 있었어요. 작가가 한 작품을 끝내면 그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다. 읽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펑펑 울었어요.
내가 가장 못하는 걸 해낸 느낌이었어요. 친구가 그러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대요. 내가 『똥두』 같은 이야기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보고 싶다고. 내 안에 어떤 도전 의식이 있었나? 저는 항상 부끄러움이 있어요. 지금도 빨리 작품을 내고 싶은 이유가 만회하고 싶어서예요. 할 때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고 나면 보이잖아요, 내가 미흡한 부분들이. 그래서 성장만화하고 어울리나봐요. 누군가 내 유일한 장점이 그거라던데. 계속 성장하려고 하는 마음.”
_240쪽(국무영 인터뷰)
한국 사회에서 그래픽 노블의 등장은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으로만 구성된 작품 평가의 기준을,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배제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재구성하는 기획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작품은 ‘부족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는지조차 모른 채 잃게 될 것이므로.
_246쪽(평생 성장하는 마음, 매이지 않는 만화)
작가 소개
박희정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 스무 살에 페미니즘과 만나 삶이 바뀌었다. 마흔이 가까워질 무렵 인권 기록의 세계에 접속했다. 다른 세계를 알고 싶고 다른 세계를 만들고 싶어 기록한다. 『밀양을 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나는 숨지 않는다』, 『집으로 가는 길』, 『유언을 만난 세계』,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 등을 함께 썼다. 2011~2012년 인문만화교양지 SYNC에 ‘성희롱, 농담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성희롱 예방 교육 만화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