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물》 5호 – 흙의 생태학
《바람과 물》이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기후위기, 생태환경, 비인간존재에 마음 쓰는 이들과 소통하며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가치관과 감수성을 제안해온 인문사회 계간지 《바람과 물》은 이번 리뉴얼 호를 시작으로 보다 깊은 문명 전환의 사유와 녹색 언어로 나아간다. 각 호마다 특정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는 커버스토리를 강화하고 문학, 철학, 과학, 예술 분야에 걸쳐 기후위기 시대의 문제의식과 폭넓은 사색을 공유한다. 여러 지식 담론과 사회적 실천, 시사 이슈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시함으로써 생태적 전환이라는 절박하고 어려운 요구 앞에서 사려 깊은 지형도를 펼쳐내고자 한다.
5호의 커버스토리는 ‘흙의 생태학’이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세계는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경작지 감소, 물류의 어려움으로 빚어진 현재의 식량위기는 근본적으로 기후위기, 에너지위기와 겹쳐져 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데다 갈수록 농촌인구가 감소하는 우리의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이런 혼란 가운데 모든 것의 근원인 흙으로 돌아가보았다. 흙을 통해 농사, 생명, 순환의 의미를 생각해봄으로써 지금 딜레마에 빠진 농촌, 인간과 비인간존재들의 삶, 기후-식량-에너지의 삼중위기에 대한 해결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목차
Cover Story 흙의 생태학
임이랑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강호정 흙의 과학, 흙으로 막는 기후변화
이아나 농사를 짓자 땅이 폭신해졌다
이창표 미생물을 활용해 농사짓는 세계의 소농들
임경수 인공지능과 로봇이 농사를 대체할까
남재작×이병한 기후와 유기농을 위한 정밀농업
Climate & Culture
나희덕 흙, 풍요와 휴식에서 인류세의 퇴적물로
우석영 철학이 있는 서평 〉〉 연대하려 하지 마라
윤경희 작물기Ⅰ
남상문 건축의 질문 〉〉 녹지생태도심? 고민이 시작됐다
박지선 기후예술 현장 〉〉 공감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위한 여정
권도연 포토 에세이 〉〉 이름 없는 북한산의 개들
Climate & Life
최정화 이 계절의 일기 〉〉 휴식을 팝니다
김다은 기후위기 고민상담소 〉〉 축산업의 탄소배출량, 1.3퍼센트와 51퍼센트
정주연×이소연 인터뷰 〉〉 잠들어 있는 옷을 위한 파티
구정은 기후와 세계 〉〉 크루즈와 항공기 산업의 미래
윤신영 친환경기술 대차대조표 〉〉 도시 건설에서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들
Issue
생명애 콜로퀴움 〉〉 제노사이드, 에코사이드는 하나의 현상
진희종×남종영 대담 〉〉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이 필요하다
장윤석 녹색정치 이야기 〉〉 실종된 기후선거에서 녹색정치 발굴하기
사이 활동가 에세이 〉〉 동물권 활동가는 왜 노가리 골목으로 갔는가
책 속으로
나는 정말 흙이 좋다. 흙의 감촉과 온도가 나를 자라나게 한다. 풍부한 유기물을 품은 비옥한 흙부터 이미 땅 위의 생명들에게 영양을 모두 내어주고 알맹이만 남은 상태의 텅 비어버린 흙까지 모조리 다 좋아한다. 식물을 키우면서 시작된 흙에 대한 나의 애정은 현재진행형으로 하루도 줄어드는 날이 없이 매일 더 자라고 있다. (임이랑,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12쪽)
우리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기후변화를 일으켰지만, 이후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 해도 이미 벌어진 기후변화의 후유증으로 토양에 오랫동안 저장되어 있던 유기물이 분해되고 그 산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토양에 대한 더 자세한 과학적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상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토양 내에 저장할 수 있는 탄소량을 공학적인 방법으로 증가시키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차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숯과 같은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호정, ‘흙의 과학, 흙으로 막는 기후변화’, 22-23쪽)
돈이 되는 작물을 심어서 번 돈으로 식량뿐 아니라 필요한 것 대부분을 사는 방식으로 전환된 농촌의 경제는 인근 도시의 시장경제에 점점 편입되었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면서 더 먼 곳에서 생산한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 이제부터 농촌에 필요한 것들을 농촌에서 생산하여 공급하고 이를 ‘일’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필요한 것을 지역에서 생산한다고 지출이 줄어들 만큼 그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을까. 도시에서는 적정한 수요가 확보되고 적정한 규모 이상이 되어야 비즈니스가 된다. 비싼 지대를 내야 하고 고용, 홍보와 마케팅도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기본적인 고정비용이 상품 가격에 포함된다. 농촌의 경우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그 덕에 사업의 규모와 운영방식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임경수, ‘인공지능과 로봇이 농부를 대체할까’, 49쪽)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정원이나 화단도 없는, 창틀 난간에 수국, 동백, 치자, 장미처럼 유행과 무관한 화초 몇 가지를 두고 돌볼 뿐인 자는 분에 넘치는 행운 앞에서 몽상에 빠져든다. 땅을 여러 면으로 분할하는 거다. 한 구역에는 새빨간 샐비어만 심을 거야. 집 안의 어린이들을 꾀어서 꿀을 따 먹으러 오게 해야지. 밭의 일부는 꼭 해바라기, 수레국화, 개양귀비, 봉숭아 같은 친근한 꽃들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서양 허브와 야채 위주로 꾸미고 싶다. 루콜라, 바질, 민트, 딜, 버터넛 스쿼시, 에그플랜트, 펜넬, 엔다이브……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향기 나는 야채 특유의, 방치하여 웃자랐을 때 그 여리고 작게 모여 피는 꽃들이 눈을 현혹하니까. 이런, 땅이 모자라겠어. (윤경희, ‘작물기Ⅰ’, 81쪽)
초록색 헌옷수거함은 우리의 죄책감은 덜어갈 수 있으나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헌옷 수출국 5위다. 헌옷수거함에 버려지는 옷 중 5% 남짓만 국내에서 다시 활용된다. 100벌이 버려지면 딱 5벌만 우리나라에 남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어디로 갈까?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기부’라는 이름으로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쓰레기산처럼 쌓였다가 하천으로 바다로 흘러든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섬유의 70%는 합성섬유이고, 합성섬유의 80%는 폴리에스터 섬유다. 말 그대로 석유에서 뽑아낸 화학물질이 매일같이 옷으로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쏟아지는 옷들이 생태계와 우리 삶에 드리우는 위기의 그림자는 이미 시작됐다. (정주연×이소연, ‘잠들어 있는 옷을 위한 파티’, 140쪽)
전염병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크루즈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크루즈 선박들이 미치는 환경 영향을 감시하고 평가해온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크루즈는 환경에는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9,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10억 달러 규모의 유람선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오염시키면서 이 떠다니는 도시들을 관광객들로 가득 채우려 무슨 짓이든 한다.” 이 단체는 크루즈선들이 툭하면 바다에 하수와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고, 항로를 오염시켜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비판한다. (구정은, ‘크루즈와 항공기 산업의 미래’, 143쪽)
을지 OB베어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으면 응원하는 시민들도 많지만 당연히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다. 개중에는 건물주의 합법적인 소유권을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돈이 권리의 유일한 기준이란 것은 착각이다. 골목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가 만든 것이다. 골목을 만들어온 이들과 함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골목의 역사 속으로 초대받는다. 어떤 관계가 어떻게 하나의 풍경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골목은 관계로 형성된 하나의 존재이다. 하나의 숲 혹은 하나의 밭에 비유해볼 수 있다. 관계의 땅에 단골들이 찾아오고 문화가 된다. (사이, ‘동물권 활동가는 왜 노가리 골목으로 갔는가’, 188-189쪽)
《바람과 물》 5호 – 흙의 생태학
《바람과 물》이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기후위기, 생태환경, 비인간존재에 마음 쓰는 이들과 소통하며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가치관과 감수성을 제안해온 인문사회 계간지 《바람과 물》은 이번 리뉴얼 호를 시작으로 보다 깊은 문명 전환의 사유와 녹색 언어로 나아간다. 각 호마다 특정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는 커버스토리를 강화하고 문학, 철학, 과학, 예술 분야에 걸쳐 기후위기 시대의 문제의식과 폭넓은 사색을 공유한다. 여러 지식 담론과 사회적 실천, 시사 이슈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시함으로써 생태적 전환이라는 절박하고 어려운 요구 앞에서 사려 깊은 지형도를 펼쳐내고자 한다.
5호의 커버스토리는 ‘흙의 생태학’이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세계는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경작지 감소, 물류의 어려움으로 빚어진 현재의 식량위기는 근본적으로 기후위기, 에너지위기와 겹쳐져 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데다 갈수록 농촌인구가 감소하는 우리의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이런 혼란 가운데 모든 것의 근원인 흙으로 돌아가보았다. 흙을 통해 농사, 생명, 순환의 의미를 생각해봄으로써 지금 딜레마에 빠진 농촌, 인간과 비인간존재들의 삶, 기후-식량-에너지의 삼중위기에 대한 해결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목차
Cover Story 흙의 생태학
임이랑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강호정 흙의 과학, 흙으로 막는 기후변화
이아나 농사를 짓자 땅이 폭신해졌다
이창표 미생물을 활용해 농사짓는 세계의 소농들
임경수 인공지능과 로봇이 농사를 대체할까
남재작×이병한 기후와 유기농을 위한 정밀농업
Climate & Culture
나희덕 흙, 풍요와 휴식에서 인류세의 퇴적물로
우석영 철학이 있는 서평 〉〉 연대하려 하지 마라
윤경희 작물기Ⅰ
남상문 건축의 질문 〉〉 녹지생태도심? 고민이 시작됐다
박지선 기후예술 현장 〉〉 공감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위한 여정
권도연 포토 에세이 〉〉 이름 없는 북한산의 개들
Climate & Life
최정화 이 계절의 일기 〉〉 휴식을 팝니다
김다은 기후위기 고민상담소 〉〉 축산업의 탄소배출량, 1.3퍼센트와 51퍼센트
정주연×이소연 인터뷰 〉〉 잠들어 있는 옷을 위한 파티
구정은 기후와 세계 〉〉 크루즈와 항공기 산업의 미래
윤신영 친환경기술 대차대조표 〉〉 도시 건설에서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들
Issue
생명애 콜로퀴움 〉〉 제노사이드, 에코사이드는 하나의 현상
진희종×남종영 대담 〉〉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이 필요하다
장윤석 녹색정치 이야기 〉〉 실종된 기후선거에서 녹색정치 발굴하기
사이 활동가 에세이 〉〉 동물권 활동가는 왜 노가리 골목으로 갔는가
책 속으로
나는 정말 흙이 좋다. 흙의 감촉과 온도가 나를 자라나게 한다. 풍부한 유기물을 품은 비옥한 흙부터 이미 땅 위의 생명들에게 영양을 모두 내어주고 알맹이만 남은 상태의 텅 비어버린 흙까지 모조리 다 좋아한다. 식물을 키우면서 시작된 흙에 대한 나의 애정은 현재진행형으로 하루도 줄어드는 날이 없이 매일 더 자라고 있다. (임이랑,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12쪽)
우리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기후변화를 일으켰지만, 이후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 해도 이미 벌어진 기후변화의 후유증으로 토양에 오랫동안 저장되어 있던 유기물이 분해되고 그 산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토양에 대한 더 자세한 과학적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상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토양 내에 저장할 수 있는 탄소량을 공학적인 방법으로 증가시키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차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숯과 같은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호정, ‘흙의 과학, 흙으로 막는 기후변화’, 22-23쪽)
돈이 되는 작물을 심어서 번 돈으로 식량뿐 아니라 필요한 것 대부분을 사는 방식으로 전환된 농촌의 경제는 인근 도시의 시장경제에 점점 편입되었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면서 더 먼 곳에서 생산한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 이제부터 농촌에 필요한 것들을 농촌에서 생산하여 공급하고 이를 ‘일’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필요한 것을 지역에서 생산한다고 지출이 줄어들 만큼 그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을까. 도시에서는 적정한 수요가 확보되고 적정한 규모 이상이 되어야 비즈니스가 된다. 비싼 지대를 내야 하고 고용, 홍보와 마케팅도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기본적인 고정비용이 상품 가격에 포함된다. 농촌의 경우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그 덕에 사업의 규모와 운영방식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임경수, ‘인공지능과 로봇이 농부를 대체할까’, 49쪽)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정원이나 화단도 없는, 창틀 난간에 수국, 동백, 치자, 장미처럼 유행과 무관한 화초 몇 가지를 두고 돌볼 뿐인 자는 분에 넘치는 행운 앞에서 몽상에 빠져든다. 땅을 여러 면으로 분할하는 거다. 한 구역에는 새빨간 샐비어만 심을 거야. 집 안의 어린이들을 꾀어서 꿀을 따 먹으러 오게 해야지. 밭의 일부는 꼭 해바라기, 수레국화, 개양귀비, 봉숭아 같은 친근한 꽃들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서양 허브와 야채 위주로 꾸미고 싶다. 루콜라, 바질, 민트, 딜, 버터넛 스쿼시, 에그플랜트, 펜넬, 엔다이브……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향기 나는 야채 특유의, 방치하여 웃자랐을 때 그 여리고 작게 모여 피는 꽃들이 눈을 현혹하니까. 이런, 땅이 모자라겠어. (윤경희, ‘작물기Ⅰ’, 81쪽)
초록색 헌옷수거함은 우리의 죄책감은 덜어갈 수 있으나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헌옷 수출국 5위다. 헌옷수거함에 버려지는 옷 중 5% 남짓만 국내에서 다시 활용된다. 100벌이 버려지면 딱 5벌만 우리나라에 남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어디로 갈까?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기부’라는 이름으로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쓰레기산처럼 쌓였다가 하천으로 바다로 흘러든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섬유의 70%는 합성섬유이고, 합성섬유의 80%는 폴리에스터 섬유다. 말 그대로 석유에서 뽑아낸 화학물질이 매일같이 옷으로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쏟아지는 옷들이 생태계와 우리 삶에 드리우는 위기의 그림자는 이미 시작됐다. (정주연×이소연, ‘잠들어 있는 옷을 위한 파티’, 140쪽)
전염병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크루즈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크루즈 선박들이 미치는 환경 영향을 감시하고 평가해온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크루즈는 환경에는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9,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10억 달러 규모의 유람선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오염시키면서 이 떠다니는 도시들을 관광객들로 가득 채우려 무슨 짓이든 한다.” 이 단체는 크루즈선들이 툭하면 바다에 하수와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고, 항로를 오염시켜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비판한다. (구정은, ‘크루즈와 항공기 산업의 미래’, 143쪽)
을지 OB베어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으면 응원하는 시민들도 많지만 당연히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다. 개중에는 건물주의 합법적인 소유권을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돈이 권리의 유일한 기준이란 것은 착각이다. 골목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가 만든 것이다. 골목을 만들어온 이들과 함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골목의 역사 속으로 초대받는다. 어떤 관계가 어떻게 하나의 풍경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골목은 관계로 형성된 하나의 존재이다. 하나의 숲 혹은 하나의 밭에 비유해볼 수 있다. 관계의 땅에 단골들이 찾아오고 문화가 된다. (사이, ‘동물권 활동가는 왜 노가리 골목으로 갔는가’, 188-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