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서운 건 말야(Tengo miedo)
『내가 무서운 건 말야』는 공포를 다룬 콜롬비아의 그림책이다. 주인공 에우세비오는 잠들면 나타나는 괴물이 무서워 쉬이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근처에 살고 있다. 친구인 아나니아스는 실은 괴물들도 에우세비오와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괴물이 실은 괴물이 아니었다는 진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미지의 존재를 불러내는 한밤의 공포는 일견 어린이의 무궁무진한 상상의 폭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날카로운 붓으로 적나라하게 그린 도상 너머로 납치, 강도, 강제이주, 즉 콜롬비아의 생생한 폭력과 도피의 역사가 드러난다.
이바르 다 콜은 꿈꾸지도 잠들지도 못하게 하는 어둠의 공포, 그러나 잠들지 않았기에 비로소 성사되는 대화, 그리하여 대화로써 모색한 희망의 실마리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새 시대의 어린이문학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제시한다. 『내가 무서운 건 말야』에서 우리는 동시대의 폭력과 어둠을 읽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희미하지만 분명한 희망의 빛, 섬세한 필치로 새겨진 우정의 빛이다.
차례
내가 무서운 건 말야 3
책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속삭임이 들릴 만큼 고요한 밤. 아주 깜깜한 밤이죠. 하늘에는 달과 함께 별이 점점이 떠 있을 뿐이랍니다. 에우세비오는 잠들지 못했어요. 무서웠거든요. — 7-8 pp
“아나니아스, 아나니아스, 벌써 자?” 에우세비오가 속삭였어요. “아니, 아직.” 아나니아스가 대답했어요. “무슨 일이야?” 에우세비오는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 14 p
나…… 뿔 달린 괴물이 무서워……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괴물도 무섭고…… 송곳니가 튀어나온 괴물도 무서워…… — 16-20 pp
그거 아니? 불을 내뿜는 괴물도, 어두운 데 숨어서 눈만 번쩍거리는 괴물도, 코에 사마귀를 달고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괴물도, 송곳니가 튀어나온 괴물도, 아주아주 새하얘서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괴물도, 심지어 뿔 달린 괴물까지도, 모두 다 우리처럼 겁을 낸단다.
함께 있어도 친한 친구들과 있는 것 같이 영 편하지가 않거든. — 33-35 pp
머릿속에는 온통 이길 생각뿐이지. 속임수를 써서라도 말이야. 마음 편할 날이 없단다. 왜냐고? 진짜 친구가 아닌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 — 37-40 pp
“있잖아, 나 이제 조금 괜찮아졌어.”
“그만 가서 푹 자렴, 에우세비오.”
“잘 있어, 아나니아스, 내 친구야.” — 43-44 pp
옮긴이의 말
이 책을 번역하면서 어린 시절의 텔레비전 영화를 떠올렸다. 귀여운 줄 알았던 털북숭이 인형들이 일순 괴물로 변하면서 마을을 망가뜨리는 내용이었다. 깜찍한 생물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이때 옆에서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던 동생이 없었다면, 이불 뒤집어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안아주던 엄마 아빠가 곁에 없었다면 울음을 터뜨렸겠지. 어른이 되면 무서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두려운 것은 해마다 늘어간다. 하지만 두려움을 덜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친구와 동료와 가족이. 무서움을 다룬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움은 방패의 존재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 옮긴이 이수정
저역자 소개
저자 이바르 다 콜(Ivar Da Coll)
1962년 3월 13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스웨덴계 어머니와 이탈리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보고타의 후안라몬히메네스 학교에서 공부하고, 그림책 작가로서의 경력을 독자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카피바라의 모험을 담은 「치귀로」 연작으로 스페인어권 전역에서 사랑받으며, 오늘날 콜롬비아 어린이문학의 별로 자리매김했다.
역자 이수정
음악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2009년 콜롬비아로 이주, 2012년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음악 축제와 음악 콘텐츠 기획자로 일한다.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를 함께 썼고, 안드레스 솔라노의 『한국에 삽니다』 『열병의 나날들』 『살라리오 미니모』를 우리말로 옮겼다.
내가 무서운 건 말야(Tengo miedo)
『내가 무서운 건 말야』는 공포를 다룬 콜롬비아의 그림책이다. 주인공 에우세비오는 잠들면 나타나는 괴물이 무서워 쉬이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근처에 살고 있다. 친구인 아나니아스는 실은 괴물들도 에우세비오와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괴물이 실은 괴물이 아니었다는 진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미지의 존재를 불러내는 한밤의 공포는 일견 어린이의 무궁무진한 상상의 폭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날카로운 붓으로 적나라하게 그린 도상 너머로 납치, 강도, 강제이주, 즉 콜롬비아의 생생한 폭력과 도피의 역사가 드러난다.
이바르 다 콜은 꿈꾸지도 잠들지도 못하게 하는 어둠의 공포, 그러나 잠들지 않았기에 비로소 성사되는 대화, 그리하여 대화로써 모색한 희망의 실마리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새 시대의 어린이문학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제시한다. 『내가 무서운 건 말야』에서 우리는 동시대의 폭력과 어둠을 읽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희미하지만 분명한 희망의 빛, 섬세한 필치로 새겨진 우정의 빛이다.
차례
내가 무서운 건 말야 3
책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속삭임이 들릴 만큼 고요한 밤. 아주 깜깜한 밤이죠. 하늘에는 달과 함께 별이 점점이 떠 있을 뿐이랍니다. 에우세비오는 잠들지 못했어요. 무서웠거든요. — 7-8 pp
“아나니아스, 아나니아스, 벌써 자?” 에우세비오가 속삭였어요. “아니, 아직.” 아나니아스가 대답했어요. “무슨 일이야?” 에우세비오는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 14 p
나…… 뿔 달린 괴물이 무서워……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괴물도 무섭고…… 송곳니가 튀어나온 괴물도 무서워…… — 16-20 pp
그거 아니? 불을 내뿜는 괴물도, 어두운 데 숨어서 눈만 번쩍거리는 괴물도, 코에 사마귀를 달고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괴물도, 송곳니가 튀어나온 괴물도, 아주아주 새하얘서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괴물도, 심지어 뿔 달린 괴물까지도, 모두 다 우리처럼 겁을 낸단다.
함께 있어도 친한 친구들과 있는 것 같이 영 편하지가 않거든. — 33-35 pp
머릿속에는 온통 이길 생각뿐이지. 속임수를 써서라도 말이야. 마음 편할 날이 없단다. 왜냐고? 진짜 친구가 아닌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 — 37-40 pp
“있잖아, 나 이제 조금 괜찮아졌어.”
“그만 가서 푹 자렴, 에우세비오.”
“잘 있어, 아나니아스, 내 친구야.” — 43-44 pp
옮긴이의 말
이 책을 번역하면서 어린 시절의 텔레비전 영화를 떠올렸다. 귀여운 줄 알았던 털북숭이 인형들이 일순 괴물로 변하면서 마을을 망가뜨리는 내용이었다. 깜찍한 생물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이때 옆에서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던 동생이 없었다면, 이불 뒤집어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안아주던 엄마 아빠가 곁에 없었다면 울음을 터뜨렸겠지. 어른이 되면 무서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두려운 것은 해마다 늘어간다. 하지만 두려움을 덜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친구와 동료와 가족이. 무서움을 다룬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움은 방패의 존재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 옮긴이 이수정
저역자 소개
저자 이바르 다 콜(Ivar Da Coll)
1962년 3월 13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스웨덴계 어머니와 이탈리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보고타의 후안라몬히메네스 학교에서 공부하고, 그림책 작가로서의 경력을 독자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카피바라의 모험을 담은 「치귀로」 연작으로 스페인어권 전역에서 사랑받으며, 오늘날 콜롬비아 어린이문학의 별로 자리매김했다.
역자 이수정
음악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2009년 콜롬비아로 이주, 2012년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음악 축제와 음악 콘텐츠 기획자로 일한다.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를 함께 썼고, 안드레스 솔라노의 『한국에 삽니다』 『열병의 나날들』 『살라리오 미니모』를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