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들
낯선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언제일까? 길을 걷다가, 공원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배달 온 물건을 수령하거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일상의 마주침에 주목한다. 이 책을 추천한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앤디 필드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일상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운다. 우리를 모든 것을 경이로워하는 어린아이의 상태로 되돌려놓는다. 매우 매력적이며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타인과의 만남, 일상에서 받은 보살핌, 어렵사리 이뤄낸 연대의 순간을 응시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축배를 드는 태도로 우리의 일상적 만남을 기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일상의 황홀한 만남에 관하여
1장 아주 특별한 보살핌
2장 길 위의 작은 방해
3장 통화에 얽힌 사적인 역사
4장 자동차 안에서
5장 함께 하는 식사
6장 집단적 환희
7장 공원에서 우리가 하는 일
8장 모두의 영화관
9장 손잡기의 기쁨과 슬픔
추신: 이 책을 다 읽었다면 해야 할 일
감사의 말
노트
책 속으로
예술가 앨런 캐프로는 “우리의 몸, 옷, 장소 또는 필요하다면 42번가의 광활한 공간 등 일상의 장소와 사물에 몰두하고 나아가 황홀감을 느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바로 이 황홀감이 내가 살면서 오랜 시간 추구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마주치는 것에 경탄할 수 있을까? 주변 세상에 접근할 때, 특별한 것을 위해 아껴둔 집중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모두 때때로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다.
미용사는 특별한 간병인이다. 이들은 현대의 어떤 전문 의료인보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훨씬 더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을 보살핌을 받는 행위로 여긴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지 않는다. 앞에 놓인 커다란 미용실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함께 바라본다. 적어도 잠시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세계가 된다.
피자는 여전히 지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다. 순간을 낚아채는 음식이자 즉흥적으로 점심 식사를 해야 하는 모임을 위한 음식이다. 지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 식사이자 진이 빠진 늦은 밤의 마지막 휴식처다. 피자는 식사라기보다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에 가깝다.
우리가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주 짧지만, 거리는 낯선 사람들과 그들의 타자성을 가장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다. 우리는 같은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같은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다. 좁은 인도에서는 서로를 더듬으며 지나간다.
이 만남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자발적으로 감수하는 것이며, 연민과 공감이 부족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연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부드럽게 남겨놓는다. 만남은 기회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빛이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준다.
밖에서 헤드폰을 쓰는 것은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표식을 귀에 걸어두는 것과 같다.
눈싸움은 어떤 미묘한 방식으로 나와 그 거리 전체,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잠재적인 눈싸움 선수다.
나의 개 소시지는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나를 끌어당긴다. 낯선 사람과 나, 우리는 서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서 개들이 서로의 주변을 조심스럽게 도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국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함께 사는 일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더운 여름날이면 더욱 그렇다. 이런 날이면 공원은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분주한 잔디밭에는 여러 의미가 겹겹이 쌓여서 서로 충돌한다.
도시 생활의 어려움은 때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러한 복잡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잡은 손은 연대의 궁극적인 표현이다. 우리가 함께 하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지 상기시키며, 이와 동시에 우리를 방해하거나 억압하려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작가 소개
앤디 필드 Andy Field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작가, 큐레이터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며 낯선 이들 사이의 실질적인 만남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 예술 축제 포레스트 프린지를 이끌고 있으며, ≪가디언≫을 비롯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실험해 온 만남과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글로 확장한 『만남들: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는 그의 첫 책이다.
만남들
낯선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언제일까? 길을 걷다가, 공원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배달 온 물건을 수령하거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일상의 마주침에 주목한다. 이 책을 추천한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앤디 필드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일상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운다. 우리를 모든 것을 경이로워하는 어린아이의 상태로 되돌려놓는다. 매우 매력적이며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타인과의 만남, 일상에서 받은 보살핌, 어렵사리 이뤄낸 연대의 순간을 응시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축배를 드는 태도로 우리의 일상적 만남을 기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일상의 황홀한 만남에 관하여
1장 아주 특별한 보살핌
2장 길 위의 작은 방해
3장 통화에 얽힌 사적인 역사
4장 자동차 안에서
5장 함께 하는 식사
6장 집단적 환희
7장 공원에서 우리가 하는 일
8장 모두의 영화관
9장 손잡기의 기쁨과 슬픔
추신: 이 책을 다 읽었다면 해야 할 일
감사의 말
노트
책 속으로
예술가 앨런 캐프로는 “우리의 몸, 옷, 장소 또는 필요하다면 42번가의 광활한 공간 등 일상의 장소와 사물에 몰두하고 나아가 황홀감을 느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바로 이 황홀감이 내가 살면서 오랜 시간 추구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마주치는 것에 경탄할 수 있을까? 주변 세상에 접근할 때, 특별한 것을 위해 아껴둔 집중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모두 때때로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다.
미용사는 특별한 간병인이다. 이들은 현대의 어떤 전문 의료인보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훨씬 더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을 보살핌을 받는 행위로 여긴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지 않는다. 앞에 놓인 커다란 미용실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함께 바라본다. 적어도 잠시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세계가 된다.
피자는 여전히 지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다. 순간을 낚아채는 음식이자 즉흥적으로 점심 식사를 해야 하는 모임을 위한 음식이다. 지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 식사이자 진이 빠진 늦은 밤의 마지막 휴식처다. 피자는 식사라기보다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에 가깝다.
우리가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주 짧지만, 거리는 낯선 사람들과 그들의 타자성을 가장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다. 우리는 같은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같은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다. 좁은 인도에서는 서로를 더듬으며 지나간다.
이 만남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자발적으로 감수하는 것이며, 연민과 공감이 부족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연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부드럽게 남겨놓는다. 만남은 기회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빛이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준다.
밖에서 헤드폰을 쓰는 것은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표식을 귀에 걸어두는 것과 같다.
눈싸움은 어떤 미묘한 방식으로 나와 그 거리 전체,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잠재적인 눈싸움 선수다.
나의 개 소시지는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나를 끌어당긴다. 낯선 사람과 나, 우리는 서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서 개들이 서로의 주변을 조심스럽게 도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국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함께 사는 일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더운 여름날이면 더욱 그렇다. 이런 날이면 공원은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분주한 잔디밭에는 여러 의미가 겹겹이 쌓여서 서로 충돌한다.
도시 생활의 어려움은 때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러한 복잡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잡은 손은 연대의 궁극적인 표현이다. 우리가 함께 하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지 상기시키며, 이와 동시에 우리를 방해하거나 억압하려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작가 소개
앤디 필드 Andy Field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작가, 큐레이터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며 낯선 이들 사이의 실질적인 만남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 예술 축제 포레스트 프린지를 이끌고 있으며, ≪가디언≫을 비롯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실험해 온 만남과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글로 확장한 『만남들: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는 그의 첫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