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문헌 소품집
<일상의 문헌>은 작가가 사유하는 걸음마다 적어내려간 소품집이다. 언젠가 가을에 나올 산문집을 준비하다 단상의 글이 많아져 따로 모아보았다. 작은 상자에 앉아 무릎위에 올려놓고 읽는 글처럼 보여서 소품집이라고 지었다. 이 책은 작년 5월에 출간되었던 <초연해지는 그늘>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글을 쓰고자 할때 글을 완성해내지 못할것이라는 불안감과 막막함이 있었다. 일상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두 문장 정도의 짧은 요약본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려고 했다. 막막한 마음에 걸음도 떼지 못했다. 이것들은 늘 마음한켠에 먼지처럼 쌓이고 있었다. 책을 내려면 깊은 발자국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가볍게 스친 걸음도 비슷한 발자국으로 남았다.
글을 연구하게 되면서 나만의 문체를 만들고 싶었다. 좋아하는 단어를 메모해두고 문장으로 읽고 맥락을 되짚어보며 글자 배열의 리듬감을 따라가 보았다. 느린 걸음으로도 자유로워지고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 책장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겸 대청소를 했고 낱말 속에서 환기를 하는것처럼 차분히 써내려가보았다. 점점 기분은 가벼워지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가며 기록하는일은 기분을 언제나 좋은 템포로 유지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주제라면, 일상은 일상이다.
목차
머리말
글쟁이 넝쿨 13
Esquisse 14
레슬링 한판 16
글과 그림의 존재 18
노아이스비엔 시대 19
다음편에 계속 21
단어 부동산 22
빈 문서 24
돌림노래 25
UNSOL-JIK 26
즐겨찾기 28
정원 30
운동장 32
Mind Map 34
개시해주시죠 35
요람 36
모자이크 37
특이점 38
풍경 40
Canvas 42
평온한 연못 44
바위 46
Wind 48
물컵 49
재생 50
MBTI 51
미래인재 52
도전 54
의심 56
줄거리 58
이유 59
건강 60
신발주문 62
양들의 절벽 64
그릇에 대한 짧은 단상 65
이삿짐 66
돌부리 식탁 67
연필의 흑심 69
우울증 70
Nightmare 73
320 74
Pen Lid 76
Game Over 78
Life Spinning 80
답안지 82
웅덩이 81
초점 82
부록 - 유머 小說 89
책 속으로
일기는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에스키스(esquisse)로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스케치의 초벌 그림과 닮아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불투명한 것을 가독성있게 기록하며 에세이와 단상집으로서 편집한다. 14p
나는 작가가 되어보고 싶은데 지금은 ‘ㅈㅏㄱㄱㅏ’라는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온전히 가지기도 힘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19p
단어 부동산에는 전세든 월세든 돈다발을 들고 단어를 독점하러 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있다 가지 않아서 가구들이 새것처럼 너무 깨끗하다. 아마 표준 국어 대사전, 여러 백과사전 스승님께서 어느 절의 입구에 있는 사천왕처럼 문 앞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2p
글에서는 채근하는 사람도 없어서 대화를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시선을 볼펜으로 그리며 미련 없이 볼펜 똥까지 완전히 남기는 흔적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 27p
화분에 물을 주면서 손가락으로 축축한 흙을 다독인다. 식물 집사들은 종종 보러오는 것 같다. ‘잘 자라줄 거지?’라고 다정한 말을 건넨다. 직접 만지거나 보지는 않지만,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36p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던 사람은 얼굴이 빨갛게 붉어지곤 숨을 식식대며 서있다. 나는 손으로 흙먼지 묻은 무릎을 털며 일어났고 약간의 도움닫기 끝에 바위에 올라섰다. 47p
작가 소개
유겸
운동겸 가볍게 리듬감을 유지하며 볕과 그림자를 산책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의 하이볼과 온화한 바람이 좋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되는 일이 많다.
단편소설을 쓰고 싶고 시카고에 가보고 싶다.
일상의 문헌 소품집
<일상의 문헌>은 작가가 사유하는 걸음마다 적어내려간 소품집이다. 언젠가 가을에 나올 산문집을 준비하다 단상의 글이 많아져 따로 모아보았다. 작은 상자에 앉아 무릎위에 올려놓고 읽는 글처럼 보여서 소품집이라고 지었다. 이 책은 작년 5월에 출간되었던 <초연해지는 그늘>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글을 쓰고자 할때 글을 완성해내지 못할것이라는 불안감과 막막함이 있었다. 일상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두 문장 정도의 짧은 요약본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려고 했다. 막막한 마음에 걸음도 떼지 못했다. 이것들은 늘 마음한켠에 먼지처럼 쌓이고 있었다. 책을 내려면 깊은 발자국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가볍게 스친 걸음도 비슷한 발자국으로 남았다.
글을 연구하게 되면서 나만의 문체를 만들고 싶었다. 좋아하는 단어를 메모해두고 문장으로 읽고 맥락을 되짚어보며 글자 배열의 리듬감을 따라가 보았다. 느린 걸음으로도 자유로워지고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 책장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겸 대청소를 했고 낱말 속에서 환기를 하는것처럼 차분히 써내려가보았다. 점점 기분은 가벼워지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가며 기록하는일은 기분을 언제나 좋은 템포로 유지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주제라면, 일상은 일상이다.
목차
머리말
글쟁이 넝쿨 13
Esquisse 14
레슬링 한판 16
글과 그림의 존재 18
노아이스비엔 시대 19
다음편에 계속 21
단어 부동산 22
빈 문서 24
돌림노래 25
UNSOL-JIK 26
즐겨찾기 28
정원 30
운동장 32
Mind Map 34
개시해주시죠 35
요람 36
모자이크 37
특이점 38
풍경 40
Canvas 42
평온한 연못 44
바위 46
Wind 48
물컵 49
재생 50
MBTI 51
미래인재 52
도전 54
의심 56
줄거리 58
이유 59
건강 60
신발주문 62
양들의 절벽 64
그릇에 대한 짧은 단상 65
이삿짐 66
돌부리 식탁 67
연필의 흑심 69
우울증 70
Nightmare 73
320 74
Pen Lid 76
Game Over 78
Life Spinning 80
답안지 82
웅덩이 81
초점 82
부록 - 유머 小說 89
책 속으로
일기는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에스키스(esquisse)로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스케치의 초벌 그림과 닮아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불투명한 것을 가독성있게 기록하며 에세이와 단상집으로서 편집한다. 14p
나는 작가가 되어보고 싶은데 지금은 ‘ㅈㅏㄱㄱㅏ’라는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온전히 가지기도 힘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19p
단어 부동산에는 전세든 월세든 돈다발을 들고 단어를 독점하러 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있다 가지 않아서 가구들이 새것처럼 너무 깨끗하다. 아마 표준 국어 대사전, 여러 백과사전 스승님께서 어느 절의 입구에 있는 사천왕처럼 문 앞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2p
글에서는 채근하는 사람도 없어서 대화를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시선을 볼펜으로 그리며 미련 없이 볼펜 똥까지 완전히 남기는 흔적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 27p
화분에 물을 주면서 손가락으로 축축한 흙을 다독인다. 식물 집사들은 종종 보러오는 것 같다. ‘잘 자라줄 거지?’라고 다정한 말을 건넨다. 직접 만지거나 보지는 않지만,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36p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던 사람은 얼굴이 빨갛게 붉어지곤 숨을 식식대며 서있다. 나는 손으로 흙먼지 묻은 무릎을 털며 일어났고 약간의 도움닫기 끝에 바위에 올라섰다. 47p
작가 소개
유겸
운동겸 가볍게 리듬감을 유지하며 볕과 그림자를 산책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의 하이볼과 온화한 바람이 좋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되는 일이 많다.
단편소설을 쓰고 싶고 시카고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