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소음
소설가로서 이야기를 포착하고 건설하는 노하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즐거움을 9개의 경수필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자기 개방(Self-disclosure)’의 행위입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후회와 부끄러움을 동반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는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며, 독자의 마음 안에 있던 뜻밖의 문을 열게 되기도 합니다. 직업적 애환과 운명을 포함한 소설가의 “너절하고도 찬란한 경험”을 하나의 덩어리로 압축하면서, 저자는 이 책을 ’스탠드 업 코미디‘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 줄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기록된 희극적인 장면들은 새로운 소설이 되어 또 어딘가로 흘러갈 것입니다. 백색소음처럼 특별할 것 없던 생활도 어느 줄거리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소설과 일상, 잡스러운 삶과 드라마틱한 씬,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펼쳐지는 소설가의 여정을 『백색소음』 안에서 만나 보세요.
목차
Intro
한때 소설이었던 것
1 소설가이고요, 소설을 씁니다
2 오직, 장면뿐
3 난…… 샘날 땐 「동주」를 봐
4 소설은 무엇으로 쓰는가
5 웃음과 모욕
6 박종율
7 사이가 좋군요
8 나는 너무 나라서
9 불 꺼진 장례식장에 앉아 소설을 쓴다는 것
Outro
산문의 어려움
책 속으로
소설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실 때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짓을 하나’
푸념하곤 하지만,
사실 그건 소설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의 발로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내게 다가와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법이니까.
━ 「소설가이고요, 소설을 씁니다」, 21-22p.
투고와 낙방을 거듭하며 소설을 습작하던 때엔
시기심도 정점에 이르렀다.
당선작과 심사평이 실린 문예지가 배본되는 날이면
광화문 교보문고로 달려가
매대 앞에 선 채로 잡지를 읽으며
시기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당선자의 나이가 어떻게 되고,
어느 학교에서 누구를 사사했는지 등등
약력과 소감에 적힌 정보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나와 견주기도 했다.
━ 「난…… 샘날 땐 「동주」를 봐」, 45p.
소설을 쓰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듯한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하는데,
어머니의 말을 가만 곱씹다 보면
그래도 언젠가는 끝이 나오긴 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터널을 빠져나온 나는 더 이상
뭔가를 써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그런 미래의 내겐
터널 속의 내가 치열하게 써 온 것들이 남아있을 테니까.
그런 미래를 상상하자면 지금 뭔가를 쓰고 있는 게
조금은 덜 막막하게 느껴진다.
━ 「박종율」, 85-86p.
작가 소개
박현옥
소설가. 1991년 서울 출생.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백색소음
소설가로서 이야기를 포착하고 건설하는 노하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즐거움을 9개의 경수필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자기 개방(Self-disclosure)’의 행위입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후회와 부끄러움을 동반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는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며, 독자의 마음 안에 있던 뜻밖의 문을 열게 되기도 합니다. 직업적 애환과 운명을 포함한 소설가의 “너절하고도 찬란한 경험”을 하나의 덩어리로 압축하면서, 저자는 이 책을 ’스탠드 업 코미디‘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 줄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기록된 희극적인 장면들은 새로운 소설이 되어 또 어딘가로 흘러갈 것입니다. 백색소음처럼 특별할 것 없던 생활도 어느 줄거리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면서. 소설과 일상, 잡스러운 삶과 드라마틱한 씬,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펼쳐지는 소설가의 여정을 『백색소음』 안에서 만나 보세요.
목차
Intro
한때 소설이었던 것
1 소설가이고요, 소설을 씁니다
2 오직, 장면뿐
3 난…… 샘날 땐 「동주」를 봐
4 소설은 무엇으로 쓰는가
5 웃음과 모욕
6 박종율
7 사이가 좋군요
8 나는 너무 나라서
9 불 꺼진 장례식장에 앉아 소설을 쓴다는 것
Outro
산문의 어려움
책 속으로
소설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실 때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짓을 하나’
푸념하곤 하지만,
사실 그건 소설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의 발로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내게 다가와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법이니까.
━ 「소설가이고요, 소설을 씁니다」, 21-22p.
투고와 낙방을 거듭하며 소설을 습작하던 때엔
시기심도 정점에 이르렀다.
당선작과 심사평이 실린 문예지가 배본되는 날이면
광화문 교보문고로 달려가
매대 앞에 선 채로 잡지를 읽으며
시기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당선자의 나이가 어떻게 되고,
어느 학교에서 누구를 사사했는지 등등
약력과 소감에 적힌 정보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나와 견주기도 했다.
━ 「난…… 샘날 땐 「동주」를 봐」, 45p.
소설을 쓰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듯한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하는데,
어머니의 말을 가만 곱씹다 보면
그래도 언젠가는 끝이 나오긴 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터널을 빠져나온 나는 더 이상
뭔가를 써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그런 미래의 내겐
터널 속의 내가 치열하게 써 온 것들이 남아있을 테니까.
그런 미래를 상상하자면 지금 뭔가를 쓰고 있는 게
조금은 덜 막막하게 느껴진다.
━ 「박종율」, 85-86p.
작가 소개
박현옥
소설가. 1991년 서울 출생.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