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11세부터 20세까지, 장수 고양이가 사는 집을 탐방하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A cat has nine lives)”라는 속담이 있다. 고대 이집트로부터 시작된 이 말은 고양이의 타고난 생명력과 숱한 고비에서도 살아남는 생존 능력을 뜻한다. 현대에 이르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의 위기 대처 능력에 빗대기도 하고, 특히 ‘한국 고양이의 날’로 지정된 9월 9일의 유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사랑스럽고 영험한 존재가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인간의 염원이 담겨 있다.
『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9묘 9인 인터뷰집』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가능하면 오래, 행복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현재 노령묘와 함께 사는 반려인들을 만나 한 고양이가 인간과 가족이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의 여정을 나누고, 때로는 참고할 만한 ‘육묘 팁’을 배우고자 했다. 저자인 황효진 작가와 정멜멜 사진가 역시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이다.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더없이 맞춤한 호흡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닮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문답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에 저절로 눈과 마음을 빼앗긴다. 이 책에 모인 고양이 각자의 사정에 울고 웃으며 묘생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내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그것은 동물과 살아본 반려인이라면 느끼는 동질감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보다 먼저 생의 과정을 겪어낸 존재에게서 발견되는 깊은 공감과 깨달음이 있어서다. 웃음과 감동, 사랑이 흘러넘치는 장수 고양이의 집을 지금 만나러 가보자.
목차
프롤로그_고양이와 반려인이 만드는 사랑의 역사
'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삶
_13세 마크니와 신인아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말
_17세 홍조와 민정원
곁에 없어도 영원히, 가족
_17세 시타와 한윤아, 황명진, 황윤
묘연, 고양이와 인간의 역학
_12세 순복이와 정슬기
전문가 인터뷰: 노령묘에 관해 궁금한 것들
_김명철 수의사
아마도 나의 마지막 고양이
_11세 모모와 정지연
니모는 나의 집
_19세 니모와 김나리, 배우자
묘생과 함께 인생을 확장하는 법
_15세 프란시스와 정소민
닳아지지 않는 사랑
_20세 송언니와 신혜원
대담: 장수 고양이를 만나고 알게 된 것들
_황효진 X 정멜멜
책 속으로
모두가 고양이의 나이 듦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었고, 언젠가 찾아올 고양이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두려워하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듯 보였다. 고양이의 노화는 낯설고 이별은 무섭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감당하며 살아간다.(9~10쪽)
이 책은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고양이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 고양이와의 삶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고양이와 내가 서로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더 많은 사람이 말해주기를 원한다. 이왕이면 더 크게, 자세히 들려줬으면 한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인해 변하는 것은 곧 사랑이며, 사랑이야말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주제이기 때문이다.(11쪽)
예전에 제가 게임에 푹 빠져서 3일 연속 밤을 새운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새벽 5시쯤 되니까 마크니가 옆에 와서 엄청나게 치근대는 거예요. 고양이 번역기로 마크니 울음소리를 번역해봤더니 “나와 함께 쉬자”라고 말하는 거더라고요.(28쪽)
제가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충동 100퍼센트로 이루어진 인간인데 규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우리 고양이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36쪽)
우스갯소리로, 호들갑 떠는 보호자랑 엄살 심한 반려동물이 만나면 최상의 조합이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제가 호들갑을 떠는 편이에요. 홍조를 봤는데 살이 좀 빠졌다 싶으면 ‘큰일 났다’ 이러거든요. 그래서 암도 미리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52~53쪽)
실패하든 말든 그래도 (약을) 먹어야 해, 그래도 (피하수액을) 맞아야 해, 이러면서 하다 보니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조도 받아들이더라고요. 아마 제 긴장도가 떨어진 덕분인 것 같아요. 막 ‘나 지금 특별한 걸 할 거야’ 이러면 사람도 고양이도 긴장하잖아요. 자연스럽게 홍조한테 다가가서 약도 쓱 먹이고, 주사도 쓱 놓으면서 둘 다 점점 더 편해졌어요.(64쪽)
한 고양이가 오래오래 살다가 약해지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려인이 어떤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그 고민이 자신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그럼에도 어떤 선택을 왜 하게 됐는지에 관해서도. 루시가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썼다는 한윤아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꾸만 눈물이 났다.(98쪽)
고양이가 아픈 상태, 고양이의 노년에 관해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좀 더 알고자 하는 것이 노령묘와 함께 살면서 생긴 변화 같아요.(110쪽)
그냥 고양이들이 아파하는 게 가장 무서워요.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잘 보내줄 수 있을까, 생각해요. 다들 많이 아프지 않고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는 거야 당연히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저는 죽음에 이르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억지로 붙잡아보려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싶지 않거든요.(131쪽)
7세부터는 사람으로 치면 생활습관병 같은 것들이 잘 발생하기 시작해요. 사람 나이로 40대에 접어드는 거거든요. 그전에는 없던 당뇨, 암, 이런 것들의 발생률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져요. 그 시기부터는 비만 상태나 스트레스 상황 같은 것들이 몸으로 바로 나타날 수 있는 거죠. 이때부터 집중 관리를 하기 시작하면 만성 질환들에 대해서는 예방 관리가 가능한 타이밍이기도 합니다.(153쪽)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기본적인 유전 소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후의 과정에서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고양이 습성에 맞춘 안정감 있는 일상을 선물하는 거예요. 고양이는 칸트 같은 친구들이어서 매일 같은 패턴이 깨지지 않아야 편안함을 느껴요. 추가로 이 친구들은 사냥 본능과 야생성도 있으니까 무서우면 숨을 수 있고, 주변을 살피고 싶으면 올라갈 수 있고, 사냥을 하고 싶을 때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가 제공되는 것, 이런 매일의 생활 루틴도 있어야 하고요.(167쪽)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토토는 저의 첫 고양이였기 때문에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양이에 관한 저의 지식이 너무 부족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컸지만 얘를 돌보기 위한 필수적인 노동, 시기에 맞춰서 해야 할 일 같은 것들을 더디게 해나갔죠. 그러고 났더니 역으로 지금 함께하는 고양이들은 특정한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부터 간다거나, 고양이들에게 쓸 수 있는 비용을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는 것들을 알게 됐어요.(200쪽)
니모가 첫 번째 고비를 넘겼을 때는 수의사 선생님께서 니모가 퇴원하는 날 자기 일처럼 기뻐하시면서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니모는 돈으로 살렸어요!” 당시 니모 병원비로 쓸 만큼의 돈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 니모가 조금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이 노래를 불러주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를 이렇게 바꿔서요. “니모~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집은 진짜 부자예요~” 거짓말이죠. 니모가 인간이었다면 이런 거짓말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불렀는데, 요즘에는 니모가 안 아플 때도 가끔 불러줘요. 이 노래를 좋아하더라고요.(211~212쪽)
인간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몸이 힘들어지고 덜 움직이게 되잖아요. 저만 해도 (…) 나이가 마흔에 이르면서 활동성이 떨어졌고요. 고양이는 사람보다 시간을 좀 빨리 사는 존재니까 나도 나이를 더 먹으면 언제든지 저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니모가 덜 움직이는 게 슬프지 않더라고요.(228쪽)
예전에는 프란시스한테 항상 “언니가 해줄게”라고 말했죠. 이제는 “언니가~”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오히려 집에 들어와서 프란시스에게 “다녀왔습니다” 이러죠. 인간 나이로 치면 저보다 프란시스가 더 위니까요.(246쪽)
그러니까 결국 이런 걸 묻고 싶었다. 캐스린 슐츠가 『상실과 발견』(반비, 2024)에서 쓴 문장이 담고 있는 것과 같은 질문을. “사랑이 우리에게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삶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우리가 결국 그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루며 살 것인가이다.”(275쪽)
저는 강아지, 고양이 키우는 친구들한테 꼭 다 이야기해요. 특히 여름, 아니 4월 말만 돼도 제 SNS에 쓰죠. 애들 그릇 삶으라고. 일하고 있는데 누가 지나가다 “허리 펴” 이러는 것처럼 “빨리 그릇 삶으세요”라고 사방팔방 다 뱉는 거예요. 저는 고온 세척이 되는 식기세척기를 하나 샀는데 무척 편해요.(280쪽)
고양이들이랑 계속 살아야 하니까. 얘네를 돌보려면 체력이 돼야 하니까 운동을 꼭 해야 해요.(300쪽)
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11세부터 20세까지, 장수 고양이가 사는 집을 탐방하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A cat has nine lives)”라는 속담이 있다. 고대 이집트로부터 시작된 이 말은 고양이의 타고난 생명력과 숱한 고비에서도 살아남는 생존 능력을 뜻한다. 현대에 이르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의 위기 대처 능력에 빗대기도 하고, 특히 ‘한국 고양이의 날’로 지정된 9월 9일의 유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사랑스럽고 영험한 존재가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인간의 염원이 담겨 있다.
『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9묘 9인 인터뷰집』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가능하면 오래, 행복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현재 노령묘와 함께 사는 반려인들을 만나 한 고양이가 인간과 가족이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의 여정을 나누고, 때로는 참고할 만한 ‘육묘 팁’을 배우고자 했다. 저자인 황효진 작가와 정멜멜 사진가 역시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이다.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더없이 맞춤한 호흡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닮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문답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에 저절로 눈과 마음을 빼앗긴다. 이 책에 모인 고양이 각자의 사정에 울고 웃으며 묘생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내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그것은 동물과 살아본 반려인이라면 느끼는 동질감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보다 먼저 생의 과정을 겪어낸 존재에게서 발견되는 깊은 공감과 깨달음이 있어서다. 웃음과 감동, 사랑이 흘러넘치는 장수 고양이의 집을 지금 만나러 가보자.
목차
프롤로그_고양이와 반려인이 만드는 사랑의 역사
'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삶
_13세 마크니와 신인아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말
_17세 홍조와 민정원
곁에 없어도 영원히, 가족
_17세 시타와 한윤아, 황명진, 황윤
묘연, 고양이와 인간의 역학
_12세 순복이와 정슬기
전문가 인터뷰: 노령묘에 관해 궁금한 것들
_김명철 수의사
아마도 나의 마지막 고양이
_11세 모모와 정지연
니모는 나의 집
_19세 니모와 김나리, 배우자
묘생과 함께 인생을 확장하는 법
_15세 프란시스와 정소민
닳아지지 않는 사랑
_20세 송언니와 신혜원
대담: 장수 고양이를 만나고 알게 된 것들
_황효진 X 정멜멜
책 속으로
모두가 고양이의 나이 듦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었고, 언젠가 찾아올 고양이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두려워하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듯 보였다. 고양이의 노화는 낯설고 이별은 무섭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감당하며 살아간다.(9~10쪽)
이 책은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고양이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 고양이와의 삶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고양이와 내가 서로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더 많은 사람이 말해주기를 원한다. 이왕이면 더 크게, 자세히 들려줬으면 한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인해 변하는 것은 곧 사랑이며, 사랑이야말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주제이기 때문이다.(11쪽)
예전에 제가 게임에 푹 빠져서 3일 연속 밤을 새운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새벽 5시쯤 되니까 마크니가 옆에 와서 엄청나게 치근대는 거예요. 고양이 번역기로 마크니 울음소리를 번역해봤더니 “나와 함께 쉬자”라고 말하는 거더라고요.(28쪽)
제가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충동 100퍼센트로 이루어진 인간인데 규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우리 고양이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36쪽)
우스갯소리로, 호들갑 떠는 보호자랑 엄살 심한 반려동물이 만나면 최상의 조합이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제가 호들갑을 떠는 편이에요. 홍조를 봤는데 살이 좀 빠졌다 싶으면 ‘큰일 났다’ 이러거든요. 그래서 암도 미리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52~53쪽)
실패하든 말든 그래도 (약을) 먹어야 해, 그래도 (피하수액을) 맞아야 해, 이러면서 하다 보니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조도 받아들이더라고요. 아마 제 긴장도가 떨어진 덕분인 것 같아요. 막 ‘나 지금 특별한 걸 할 거야’ 이러면 사람도 고양이도 긴장하잖아요. 자연스럽게 홍조한테 다가가서 약도 쓱 먹이고, 주사도 쓱 놓으면서 둘 다 점점 더 편해졌어요.(64쪽)
한 고양이가 오래오래 살다가 약해지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려인이 어떤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그 고민이 자신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그럼에도 어떤 선택을 왜 하게 됐는지에 관해서도. 루시가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썼다는 한윤아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꾸만 눈물이 났다.(98쪽)
고양이가 아픈 상태, 고양이의 노년에 관해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좀 더 알고자 하는 것이 노령묘와 함께 살면서 생긴 변화 같아요.(110쪽)
그냥 고양이들이 아파하는 게 가장 무서워요.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잘 보내줄 수 있을까, 생각해요. 다들 많이 아프지 않고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는 거야 당연히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저는 죽음에 이르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억지로 붙잡아보려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싶지 않거든요.(131쪽)
7세부터는 사람으로 치면 생활습관병 같은 것들이 잘 발생하기 시작해요. 사람 나이로 40대에 접어드는 거거든요. 그전에는 없던 당뇨, 암, 이런 것들의 발생률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져요. 그 시기부터는 비만 상태나 스트레스 상황 같은 것들이 몸으로 바로 나타날 수 있는 거죠. 이때부터 집중 관리를 하기 시작하면 만성 질환들에 대해서는 예방 관리가 가능한 타이밍이기도 합니다.(153쪽)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기본적인 유전 소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후의 과정에서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고양이 습성에 맞춘 안정감 있는 일상을 선물하는 거예요. 고양이는 칸트 같은 친구들이어서 매일 같은 패턴이 깨지지 않아야 편안함을 느껴요. 추가로 이 친구들은 사냥 본능과 야생성도 있으니까 무서우면 숨을 수 있고, 주변을 살피고 싶으면 올라갈 수 있고, 사냥을 하고 싶을 때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가 제공되는 것, 이런 매일의 생활 루틴도 있어야 하고요.(167쪽)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토토는 저의 첫 고양이였기 때문에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양이에 관한 저의 지식이 너무 부족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컸지만 얘를 돌보기 위한 필수적인 노동, 시기에 맞춰서 해야 할 일 같은 것들을 더디게 해나갔죠. 그러고 났더니 역으로 지금 함께하는 고양이들은 특정한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부터 간다거나, 고양이들에게 쓸 수 있는 비용을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는 것들을 알게 됐어요.(200쪽)
니모가 첫 번째 고비를 넘겼을 때는 수의사 선생님께서 니모가 퇴원하는 날 자기 일처럼 기뻐하시면서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니모는 돈으로 살렸어요!” 당시 니모 병원비로 쓸 만큼의 돈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 니모가 조금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이 노래를 불러주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를 이렇게 바꿔서요. “니모~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집은 진짜 부자예요~” 거짓말이죠. 니모가 인간이었다면 이런 거짓말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불렀는데, 요즘에는 니모가 안 아플 때도 가끔 불러줘요. 이 노래를 좋아하더라고요.(211~212쪽)
인간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몸이 힘들어지고 덜 움직이게 되잖아요. 저만 해도 (…) 나이가 마흔에 이르면서 활동성이 떨어졌고요. 고양이는 사람보다 시간을 좀 빨리 사는 존재니까 나도 나이를 더 먹으면 언제든지 저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니모가 덜 움직이는 게 슬프지 않더라고요.(228쪽)
예전에는 프란시스한테 항상 “언니가 해줄게”라고 말했죠. 이제는 “언니가~”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오히려 집에 들어와서 프란시스에게 “다녀왔습니다” 이러죠. 인간 나이로 치면 저보다 프란시스가 더 위니까요.(246쪽)
그러니까 결국 이런 걸 묻고 싶었다. 캐스린 슐츠가 『상실과 발견』(반비, 2024)에서 쓴 문장이 담고 있는 것과 같은 질문을. “사랑이 우리에게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삶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우리가 결국 그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루며 살 것인가이다.”(275쪽)
저는 강아지, 고양이 키우는 친구들한테 꼭 다 이야기해요. 특히 여름, 아니 4월 말만 돼도 제 SNS에 쓰죠. 애들 그릇 삶으라고. 일하고 있는데 누가 지나가다 “허리 펴” 이러는 것처럼 “빨리 그릇 삶으세요”라고 사방팔방 다 뱉는 거예요. 저는 고온 세척이 되는 식기세척기를 하나 샀는데 무척 편해요.(280쪽)
고양이들이랑 계속 살아야 하니까. 얘네를 돌보려면 체력이 돼야 하니까 운동을 꼭 해야 해요.(3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