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의 기억
“소설 속에 있는 것, 소설이 주는 의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 나는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일기
예술, 문학, 정치, 삶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그림과 그림 속 이야기
『내 이름은 빨강』의 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깊은 내면으로 떠나는 한 권의 여행
200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고도 작품 활동을 쉬지 않는 천상 소설가, “세상은 무엇을 써야 할지 가리키는 표상 없이는 살기 힘든 곳”이라는 우리 시대의 대가 오르한 파묵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 자전적 에세이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파묵은 14년 동안 매일 일상의 생각과 관찰을 몰스킨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먼 산의 기억』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여러 권의 노트를 한 권으로 집약한 책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일, 가족에 관한 일화, 글 쓰는 과정, 고국 튀르키예와의 복잡한 관계,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과 줄거리에 영감을 준 씨앗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일기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쉬지 않고 창작성을 길어 올리는 작가의 고뇌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다.
파묵의 일기는 매 페이지 그림과 함께한다. 화려한 색과 힘찬 터치의 그림들은 마치 파묵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작업실, 바다, 먼 산, 그 외에 세계 곳곳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그는 몇 년이 지난 페이지에 새로운 색상이나 단어를 더하기도 한다. 풍경 사이 사이로 적합한 단어를 빼곡하게 써넣기도 한다. 『먼 산의 기억』은 자체로도 아름다운 작품이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목차
옮긴이의 말 7
먼 산의 기억 10
연대표 383
미주 387
찾아보기 391
오르한 파묵의 작품 찾아보기 397
책 속으로
때로는 다음 날, 때로는 다음 해 혹은 오 년 후에 가끔 일기장을 뒤적이고, 빈 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웠다. 이곳은 나에게 속한 세상이다. 비밀스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가장 자유로운 느낌으로 글과 그림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무의식 중에 종이에 서명을 하는 사람처럼 내 손은 저절로 풍경화를 그린다. 모든 것의 시작은 풍경이다. (27쪽)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글쓰기다. 이와 같은 열정으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이 되었으리란 걸 이제 깨달았다. (32쪽)
매일매일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순간을 살고,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배가 출항한다. 배를 보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꿈을 꾸자. 내가 파도라면. 그렇다. (73쪽)
글을 쓰지 않고 소설을 쓰지 않은 이 석 달 동안 나는 내가 진정 소설가임을 깨달았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나에게-그림이 보여 주는 것보다 세상을 더 깊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88쪽)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은 마치 성욕과도 같아서 내 마음속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다가 갑자기 솟구쳐 오르고, 그러면 당장에 연필과 물감을 잡고 그림을 그린다. (106쪽)
나는 쉬지 않고 일한다. 이상하다. 마치 뭔가 증명해야 할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것들을 써야 한다. 사람들이 그 소설에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 (107쪽)
바람에 시끄럽게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단어들과 글자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기다렸다. (127쪽)
그림 위에 글을 쓰거나 글과 그림을 동시에 생각하는 작가 중 가장 위대한 거장은 물론 윌리엄 블레이크다. 나도 그처럼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처럼 평생 글과 그림을 같은 페이지에서 생각하고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130쪽)
가장 큰 행복은 소설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다. 항상 등장인물들과 함께 사는 것. 나는 내 소설에 매우 만족한다. (138쪽)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했다. 바다의 빛깔, 해변, 포효가 아름다웠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사진을 찍었다. 오랫동안 그림을 안 그렸는데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164쪽)
제3세계인이며 서구에 사는 작가들은 제 나라, 국민, 일상 문화를 비판해야 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렵다. 나는 아미타브를 좋아하고, 과격한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172쪽)
한밤중에 일어나서 새 소설 메블루트 이야기를 생각한다. 새 소설이 만족스럽다. 세상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은 1000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 이야기……. 도시에 새로 이주한 사람들, 노점상, 무허가촌, 전기 요금 사기, 무허가촌 전쟁 등등……. (181쪽)
집 근처에 거대하고 인상적인 바니안나무가 있다. 그 옆을 지날 때면 어느 노현자처럼 나무에 존경심을 느낀다. 튀르키예에서 아주 크고 오래된 무화과나무를 볼 때 느끼는 경외감과 같다. 하지만 바니안나무는 반듯하고 멋진 나무가 아니다. 위축되어 있고, 분노하며, 고민이 많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노인이다. (186쪽)
작은 일에도 행복하고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일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내 머릿속 한편은 책상까지 들려오는 소리, 새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등으로 분주하다. 초록색, 주황색, 노란색 빛, 멀리 보이는 바다 색깔을 좋아하고, 그 존재를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나는 메블루트를 아주 좋아한다……. 그를 보호하고,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188쪽)
이 공책은 나에게 끊임없이 쓸 수 있는, 살면서 느꼈던 모든 것에 대해 글을 쓰는-나는 그러고 싶다-행복을 선사한다. (193쪽)
나는 이 낭만적인 갈망과 풍경의 설렘을 내 영혼 가장 깊은 곳에서 느낀다. 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바위, 안개, 바다가 뒤섞인 아래 풍경을 바라보면 내 마음속의 두려움, 사람과 세상의 사악한 면들을 잊는다. 풍경을 바라보면 나는 행복해진다. (225쪽)
먼 산의 기억
“소설 속에 있는 것, 소설이 주는 의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 나는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일기
예술, 문학, 정치, 삶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그림과 그림 속 이야기
『내 이름은 빨강』의 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깊은 내면으로 떠나는 한 권의 여행
200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고도 작품 활동을 쉬지 않는 천상 소설가, “세상은 무엇을 써야 할지 가리키는 표상 없이는 살기 힘든 곳”이라는 우리 시대의 대가 오르한 파묵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 자전적 에세이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파묵은 14년 동안 매일 일상의 생각과 관찰을 몰스킨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먼 산의 기억』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여러 권의 노트를 한 권으로 집약한 책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일, 가족에 관한 일화, 글 쓰는 과정, 고국 튀르키예와의 복잡한 관계,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과 줄거리에 영감을 준 씨앗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일기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쉬지 않고 창작성을 길어 올리는 작가의 고뇌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다.
파묵의 일기는 매 페이지 그림과 함께한다. 화려한 색과 힘찬 터치의 그림들은 마치 파묵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작업실, 바다, 먼 산, 그 외에 세계 곳곳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그는 몇 년이 지난 페이지에 새로운 색상이나 단어를 더하기도 한다. 풍경 사이 사이로 적합한 단어를 빼곡하게 써넣기도 한다. 『먼 산의 기억』은 자체로도 아름다운 작품이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목차
옮긴이의 말 7
먼 산의 기억 10
연대표 383
미주 387
찾아보기 391
오르한 파묵의 작품 찾아보기 397
책 속으로
때로는 다음 날, 때로는 다음 해 혹은 오 년 후에 가끔 일기장을 뒤적이고, 빈 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웠다. 이곳은 나에게 속한 세상이다. 비밀스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가장 자유로운 느낌으로 글과 그림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무의식 중에 종이에 서명을 하는 사람처럼 내 손은 저절로 풍경화를 그린다. 모든 것의 시작은 풍경이다. (27쪽)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글쓰기다. 이와 같은 열정으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이 되었으리란 걸 이제 깨달았다. (32쪽)
매일매일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순간을 살고,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배가 출항한다. 배를 보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꿈을 꾸자. 내가 파도라면. 그렇다. (73쪽)
글을 쓰지 않고 소설을 쓰지 않은 이 석 달 동안 나는 내가 진정 소설가임을 깨달았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나에게-그림이 보여 주는 것보다 세상을 더 깊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88쪽)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은 마치 성욕과도 같아서 내 마음속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다가 갑자기 솟구쳐 오르고, 그러면 당장에 연필과 물감을 잡고 그림을 그린다. (106쪽)
나는 쉬지 않고 일한다. 이상하다. 마치 뭔가 증명해야 할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것들을 써야 한다. 사람들이 그 소설에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 (107쪽)
바람에 시끄럽게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단어들과 글자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기다렸다. (127쪽)
그림 위에 글을 쓰거나 글과 그림을 동시에 생각하는 작가 중 가장 위대한 거장은 물론 윌리엄 블레이크다. 나도 그처럼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처럼 평생 글과 그림을 같은 페이지에서 생각하고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130쪽)
가장 큰 행복은 소설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다. 항상 등장인물들과 함께 사는 것. 나는 내 소설에 매우 만족한다. (138쪽)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했다. 바다의 빛깔, 해변, 포효가 아름다웠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사진을 찍었다. 오랫동안 그림을 안 그렸는데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164쪽)
제3세계인이며 서구에 사는 작가들은 제 나라, 국민, 일상 문화를 비판해야 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렵다. 나는 아미타브를 좋아하고, 과격한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172쪽)
한밤중에 일어나서 새 소설 메블루트 이야기를 생각한다. 새 소설이 만족스럽다. 세상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은 1000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 이야기……. 도시에 새로 이주한 사람들, 노점상, 무허가촌, 전기 요금 사기, 무허가촌 전쟁 등등……. (181쪽)
집 근처에 거대하고 인상적인 바니안나무가 있다. 그 옆을 지날 때면 어느 노현자처럼 나무에 존경심을 느낀다. 튀르키예에서 아주 크고 오래된 무화과나무를 볼 때 느끼는 경외감과 같다. 하지만 바니안나무는 반듯하고 멋진 나무가 아니다. 위축되어 있고, 분노하며, 고민이 많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노인이다. (186쪽)
작은 일에도 행복하고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일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내 머릿속 한편은 책상까지 들려오는 소리, 새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등으로 분주하다. 초록색, 주황색, 노란색 빛, 멀리 보이는 바다 색깔을 좋아하고, 그 존재를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나는 메블루트를 아주 좋아한다……. 그를 보호하고,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188쪽)
이 공책은 나에게 끊임없이 쓸 수 있는, 살면서 느꼈던 모든 것에 대해 글을 쓰는-나는 그러고 싶다-행복을 선사한다. (193쪽)
나는 이 낭만적인 갈망과 풍경의 설렘을 내 영혼 가장 깊은 곳에서 느낀다. 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바위, 안개, 바다가 뒤섞인 아래 풍경을 바라보면 내 마음속의 두려움, 사람과 세상의 사악한 면들을 잊는다. 풍경을 바라보면 나는 행복해진다. (2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