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좋아할 때, 마음은 왜 뛸까?”
시인이자 에디터, 이우성의 에세이 『좋아서,』
이우성은 시인입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라는 시집을 냈고, 2022년에는 두 번째 시집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도 출간했습니다. 이우성은 또한 오래 잡지 에디터였습니다. 남성 패션지 『GQ』 『데이즈드 앤드 컨퓨즈드』 『아레나』의 피처 에디터였고, 『러너스 월드 코리아』가 창간했을 때 편집장도 맡았습니다.
수류산방은 이우성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훨씬 전, 에디터의 첫발을 내디딜 무렵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수류산방은 많은 에디터들을 보았지만, 이우성과는 유난히 인연이 이어졌는데, 그것은 그의 다정함과 호기심 덕분일 것입니다. 후에 알게 되었는데 이우성은 사실 뛰어난 인터뷰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미남컴퍼니라는 기획사를 세우더니 카페도 열었습니다.
매혹적인 잡지의 시대가 있었죠. 편집 본능이라는 것이 있다면 반짝반짝 연마하기 좋았습니다. 한 때의 잡지를 마치 몸으로 살아내려는 듯이, 이우성의 행보들에는 연마된 에디터의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그 세계(와 우주)로 열린 호기심과 다정한 경쾌함을 우리는 사랑해마지 않습니다. 수류산방의 아주까리수첩 총서 제6권 『좋아서,』는 시인이고 인터뷰어이며 기획자이기도 한, 에디터 이우성의 산문집입니다.
“비범한 문장으로 적어 내려 간 단 한 줄의 희망”
『GQ』 『아레나』 … 피처 에디터였던 시인 이우성의 10년의 기록!
수류산방의 아주까리수첩 총서 제6권 『좋아서,』는 에디터 이우성이 쓴 글들의 모음입니다. 수류산방이 이우성에게 원고 뭉치를 받은 것은 몇 년 전 일입니다. 잡지 에디터를 벗어나 기획사 대표가 된 다음이었죠. 한참을 묵혀 두고선 이따금 마음에 겨우 틈이 생길 때, 저자와 편집부는 오랜 글들을 다시 뒤져 조금씩 돌려 읽고, 가려 뽑고, 천천히, 순서를 정했습니다. 여름 어느날, 글들이 마음 속으로 쑥 살아 들어왔습니다.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그 전에 빛을 잃었던 것도 아니지만, 수류산방의 마음 안에서 낱낱의 글들이 사랑스런 책으로 엮이는 데 그만큼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 두겠습니다. 이제 때가 된 겁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 꽤나 늙었고, 나이만 들었지 여전히 서툴고, 세상이 한없이 멀어지는 것같은 멈춤도 겪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묵혀 다시 만나는 이우성의 글들은, 십 년 후의 우리에게 미리 건네 둔 위로, 또는 위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 달짜리 잡지, 화려한 패션지는 예술이나 시와는 거리가 먼 덧없는 것이라고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십 년 전 지면에서 별사탕처럼 튀던 이우성의 글들은, 지금 또 다른 빛으로 반짝거립니다. 아니 이렇게 더 날렵할 수 있는 걸까요. 『좋아서,』에 수록한 45편의 글들은 시인의 산문이(기도 하지만) 아니라 정말로, 에디터 이우성의 글입니다.
“누군가 바보 머저리 등신이라고 할지 모른다. 상관없다. 나도 잘 아는 사실이니까.”
세계를 다정한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는 45편의 연애담과 실패담
『좋아서,』를 만드는 동안 수류산방 다들 몇 번인가 눈물이 맺혀 신음을 내기도 했어요. 구절은 저마다 달랐죠. 이 책은 향긋한 감상과 위안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에디터 이우성은 새로운 정보를 전하고 활동을 재개한 연예인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분주하거든요. 『좋아서,』의 글들은 나른하게 아름다움을 속삭이려고 써 내려간 에세이가 아닙니다. 나날이 먹고 살려고 쓴 글들이죠. 여러분은 패션지 에디터가 당대의 정치 공학을 어떻게 펼쳐 보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야구와 축구, 선거와 문학, 뷰티와 IT, 피카소와 전자오락. 에디터는 소재를 가리지 않아요. 취재, 출장, 통계 분석, 전화 인터뷰. 혼자 하는 인터뷰, 여럿이 하는 인터뷰, 인터뷰를 가지고 쓴 글. 기법도 자유자재입니다. 어떻게 글들을 썼고, 어떻게 시를 연습했는지도 이우성은 고백합니다. 그러니까 『좋아서,』는 에디터를 지망하거나 글쓰기를 연습하는 분들에게 경쾌한 교본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이 책보다는 러닝이나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면 더 좋아요! 달리기에 대한 그의 사색은 깊고, 가족에 대한 그의 고백은 몽글합니다. 무엇보다 『좋아서,』는, 솔직합니다. 취재 대상에 대한 진실함이자, 글을 쓰는 자신에 대한 진실함을 내보입니다.
『좋아서,』는 글쓰기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에디터 이우성의 궤적이죠. 『좋아서,』는 에디터의 감각을, 에디터가 하는 일을 보여 줍니다. 호기심과 다정함으로 마음 뛰게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마음을 다해 뛰도록 배열하는 일. 글쓰기와 아무 상관이 없더라도 여러분들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읽어내고 편집해야 하는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이 이 책의 제목 『좋아서,』에 담긴 모든 것입니다. ‘좋아서’ 쓴 이 글들은 모든 연애담이 그렇듯 연애의 실패담이기도 합니다. 호기심 많고 다정한 이우성은 냉정해 마지않아야 할 취재 기사에 자신의 실수와 눈물을 병치해 놓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취재 대상을 관통하고 우리를 그 너머로 데려다 줍니다. 책을 덮을 때쯤 여러분도 꼴찌 러너의 42km 마라톤의 완주를 내내 ‘함께 구경한’ 기분일 거예요.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에디터 이우성은 정말 ‘미남’입니다. 에디터 이우성이 없다면, 시인 이우성도 별것 아니라고, 수류산방은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수류산방의 첫 책으로 이우성의 『좋아서,』를 선보이게 되어서 좋습니다. 수류산방이 모든 여러분들께 ‘좋아서,’ 그리고 여러분들도 스스로에게 ‘좋아서,’.
목차
앞글 : 존재의 마음 [이우성] 008
옆글 1 : 윤성중
옆글 2 : 정준화
옆글 3 : 김민정
옆글 4 : 서인준
제1부 I Study English 023
[1-01] I Study English
[1-02] 서른둘, 회사를 그만두다
[1-03] 서울에서 김어준 찾기
[1-04] 그댈 마주하는 건 좋아
[1-05] 투표소의 풍경
[1-06] 여드름이 났어요, 많이 났어요
[1-07] 이 시인 되십니까?
[1-08] 야구의 도시 VS. 롯데의 도시
제2부 멘토는 없다 079
[2-09] 위로를 생각할 시간
[2-10] 이게 타이틀이에요
[2-11] 오락실에 다녔다
[2-12] 그 남자의 이름
[2-13] 문학상이 더 생긴다면
[2-14] 영웅들
제3부 아무튼 달린다 113
[3-15] 공기가 바람이 될 때
[3-16] 그들 사이, 이봉주
[3-17] 러닝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3-18] 아플 거 같아
[3-19] 엄마도 글을 씁니다
[3-20] 엄마의 엄마 : MY MOM’s MOM
[3-21] 달려가서 옆에 있어야지
[3-22]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제4부 사람들 147
[4-23] 프로듀서 신원호
[4-24] 이정재라고 불리는 남자
[4-25] 무섭냐? : 황현희
[4-26] 자우림이 변했나?
[4-27] 친구가 군대에 간다 : 이근호, 하대성, 백종환
[4-28] 구자철의 발차기
[4-29] 아무도 박상륭을 모른다
[4-30] 은행나무 아래 김애란이 있다
[4-31] 이말년은 서울의 좋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을까?
[4-32] 넌 농구를 다룰 줄 알아 : 양동근
[4-33] 괴롭지만 괜찮아 : 이경수
[4-34] 승자의 노래 : 최승자
[4-35] 서도호의 방
제5부 좋아해 255
[5-36] 좋아해
[5-37] 새
[5-38] 엄마의 소설
[5-39] 고백 1
[5-40] 고백 2
[5-41] 고백 3
[5-42] 용서
[5-43] 행복
[5-44] 좋아해 아주 많이
[5-45] 『GQ』에 왔습니다
[5-46] 영원히 모르게 남겨두기
책 속으로
"다만, 나는 비범한 문장으로 단 한 줄의 희망을 적어 보고 싶었다. 그것이 그 시절 내 존재의 이유였다." (009, 존재의 마음)
"마음이 차갑고 외로울 때 나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조용히 달린다. 달리면 나는 거의 지워질 것 같다. 그 감각을 사랑한다. 나는 늘 달렸고 여전히 달린다. 나는 빠르지 않고 열심히 달리지도 않는다. 빨라지고 싶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싶지도 않다. 달리면 공기가 바람이 된다. 내 얼굴을 만지고 지나간다." (116, 공기가 바람이 될 때)
"수업을 마치면 나는 늘 학교에 남아 시를 썼다. 어두워지면 인문관 앞을 걸어서 스쿨버스를 타러 갔는데, 가끔은 혼자 거기 앉아 한참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질문이었고, 동시에 시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둠이 가득하다는 거, 삶과 시의 공통점이었다." (131, 엄마도 글을 씁니다)
"나는 늘 울었다. 시를 너무 못 써서. 밤에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남아서 잔디밭에 앉아서 울고, 인문대에서 기숙사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울고, 서서 울고, 앉아서 울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걔들이 금방 나보다 잘 쓰게 되었다." (269, 고백 2)
"누군가 바보 머저리 등신이라고 할지 모른다. 상관없다. 나도 잘 아는 사실이니까. 그래도 난 맷집 좋은 내가 좋다. 그리고 조금은 대견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결국 난 모든 것을 다 잘 끝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79, 용서)
"오전의 나무와 오후의 나무 그리고 영원히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한 사람에게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283, 좋아해 아주 많이)
작가 소개
이우성
[스스로 ‘미남’이 된 이우성]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다. 『GQ』, 『아레나 옴므+』 등 패션 매거진 피처 에디터로 일했으며 『러너스월드』 한국판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 현재는 크리에이티브 크루 ‘미남컴퍼니’ 대표다.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2012),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2022)라는 제목의 시집도 출간했다. 비범한 오라의 소유자, 이우성을 누군가는 대표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편집장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선배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그냥 형이라고 부른다. 또 누군가는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우성 주변엔 그를 부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는 ‘밤의 라디오’ 같아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그의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우성은 말할 때 ‘마음’ ‘개념’ ‘본질’ 같은 단어를 자주 쓰는데, 그 이야기가 지루했던 적이 나는 없다. 이우성의 글은 그의 말투와 닮아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며, 지나치게 솔직하다. 어디서든 자신을 ‘미남’이라고 소개하는 대담함도 빛난다. 오랫동안 그와 친하게 지내며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우성이 정말로 ‘미남’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내가 그의 언어에 미혹된 것일까? [윤성중, 월간 『山』 에디터]
좋아서,
“좋아할 때, 마음은 왜 뛸까?”
시인이자 에디터, 이우성의 에세이 『좋아서,』
이우성은 시인입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라는 시집을 냈고, 2022년에는 두 번째 시집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도 출간했습니다. 이우성은 또한 오래 잡지 에디터였습니다. 남성 패션지 『GQ』 『데이즈드 앤드 컨퓨즈드』 『아레나』의 피처 에디터였고, 『러너스 월드 코리아』가 창간했을 때 편집장도 맡았습니다.
수류산방은 이우성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훨씬 전, 에디터의 첫발을 내디딜 무렵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수류산방은 많은 에디터들을 보았지만, 이우성과는 유난히 인연이 이어졌는데, 그것은 그의 다정함과 호기심 덕분일 것입니다. 후에 알게 되었는데 이우성은 사실 뛰어난 인터뷰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미남컴퍼니라는 기획사를 세우더니 카페도 열었습니다.
매혹적인 잡지의 시대가 있었죠. 편집 본능이라는 것이 있다면 반짝반짝 연마하기 좋았습니다. 한 때의 잡지를 마치 몸으로 살아내려는 듯이, 이우성의 행보들에는 연마된 에디터의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그 세계(와 우주)로 열린 호기심과 다정한 경쾌함을 우리는 사랑해마지 않습니다. 수류산방의 아주까리수첩 총서 제6권 『좋아서,』는 시인이고 인터뷰어이며 기획자이기도 한, 에디터 이우성의 산문집입니다.
“비범한 문장으로 적어 내려 간 단 한 줄의 희망”
『GQ』 『아레나』 … 피처 에디터였던 시인 이우성의 10년의 기록!
수류산방의 아주까리수첩 총서 제6권 『좋아서,』는 에디터 이우성이 쓴 글들의 모음입니다. 수류산방이 이우성에게 원고 뭉치를 받은 것은 몇 년 전 일입니다. 잡지 에디터를 벗어나 기획사 대표가 된 다음이었죠. 한참을 묵혀 두고선 이따금 마음에 겨우 틈이 생길 때, 저자와 편집부는 오랜 글들을 다시 뒤져 조금씩 돌려 읽고, 가려 뽑고, 천천히, 순서를 정했습니다. 여름 어느날, 글들이 마음 속으로 쑥 살아 들어왔습니다.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그 전에 빛을 잃었던 것도 아니지만, 수류산방의 마음 안에서 낱낱의 글들이 사랑스런 책으로 엮이는 데 그만큼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 두겠습니다. 이제 때가 된 겁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 꽤나 늙었고, 나이만 들었지 여전히 서툴고, 세상이 한없이 멀어지는 것같은 멈춤도 겪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묵혀 다시 만나는 이우성의 글들은, 십 년 후의 우리에게 미리 건네 둔 위로, 또는 위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 달짜리 잡지, 화려한 패션지는 예술이나 시와는 거리가 먼 덧없는 것이라고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십 년 전 지면에서 별사탕처럼 튀던 이우성의 글들은, 지금 또 다른 빛으로 반짝거립니다. 아니 이렇게 더 날렵할 수 있는 걸까요. 『좋아서,』에 수록한 45편의 글들은 시인의 산문이(기도 하지만) 아니라 정말로, 에디터 이우성의 글입니다.
“누군가 바보 머저리 등신이라고 할지 모른다. 상관없다. 나도 잘 아는 사실이니까.”
세계를 다정한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는 45편의 연애담과 실패담
『좋아서,』를 만드는 동안 수류산방 다들 몇 번인가 눈물이 맺혀 신음을 내기도 했어요. 구절은 저마다 달랐죠. 이 책은 향긋한 감상과 위안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에디터 이우성은 새로운 정보를 전하고 활동을 재개한 연예인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분주하거든요. 『좋아서,』의 글들은 나른하게 아름다움을 속삭이려고 써 내려간 에세이가 아닙니다. 나날이 먹고 살려고 쓴 글들이죠. 여러분은 패션지 에디터가 당대의 정치 공학을 어떻게 펼쳐 보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야구와 축구, 선거와 문학, 뷰티와 IT, 피카소와 전자오락. 에디터는 소재를 가리지 않아요. 취재, 출장, 통계 분석, 전화 인터뷰. 혼자 하는 인터뷰, 여럿이 하는 인터뷰, 인터뷰를 가지고 쓴 글. 기법도 자유자재입니다. 어떻게 글들을 썼고, 어떻게 시를 연습했는지도 이우성은 고백합니다. 그러니까 『좋아서,』는 에디터를 지망하거나 글쓰기를 연습하는 분들에게 경쾌한 교본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이 책보다는 러닝이나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면 더 좋아요! 달리기에 대한 그의 사색은 깊고, 가족에 대한 그의 고백은 몽글합니다. 무엇보다 『좋아서,』는, 솔직합니다. 취재 대상에 대한 진실함이자, 글을 쓰는 자신에 대한 진실함을 내보입니다.
『좋아서,』는 글쓰기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에디터 이우성의 궤적이죠. 『좋아서,』는 에디터의 감각을, 에디터가 하는 일을 보여 줍니다. 호기심과 다정함으로 마음 뛰게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마음을 다해 뛰도록 배열하는 일. 글쓰기와 아무 상관이 없더라도 여러분들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읽어내고 편집해야 하는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이 이 책의 제목 『좋아서,』에 담긴 모든 것입니다. ‘좋아서’ 쓴 이 글들은 모든 연애담이 그렇듯 연애의 실패담이기도 합니다. 호기심 많고 다정한 이우성은 냉정해 마지않아야 할 취재 기사에 자신의 실수와 눈물을 병치해 놓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취재 대상을 관통하고 우리를 그 너머로 데려다 줍니다. 책을 덮을 때쯤 여러분도 꼴찌 러너의 42km 마라톤의 완주를 내내 ‘함께 구경한’ 기분일 거예요.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에디터 이우성은 정말 ‘미남’입니다. 에디터 이우성이 없다면, 시인 이우성도 별것 아니라고, 수류산방은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수류산방의 첫 책으로 이우성의 『좋아서,』를 선보이게 되어서 좋습니다. 수류산방이 모든 여러분들께 ‘좋아서,’ 그리고 여러분들도 스스로에게 ‘좋아서,’.
목차
앞글 : 존재의 마음 [이우성] 008
옆글 1 : 윤성중
옆글 2 : 정준화
옆글 3 : 김민정
옆글 4 : 서인준
제1부 I Study English 023
[1-01] I Study English
[1-02] 서른둘, 회사를 그만두다
[1-03] 서울에서 김어준 찾기
[1-04] 그댈 마주하는 건 좋아
[1-05] 투표소의 풍경
[1-06] 여드름이 났어요, 많이 났어요
[1-07] 이 시인 되십니까?
[1-08] 야구의 도시 VS. 롯데의 도시
제2부 멘토는 없다 079
[2-09] 위로를 생각할 시간
[2-10] 이게 타이틀이에요
[2-11] 오락실에 다녔다
[2-12] 그 남자의 이름
[2-13] 문학상이 더 생긴다면
[2-14] 영웅들
제3부 아무튼 달린다 113
[3-15] 공기가 바람이 될 때
[3-16] 그들 사이, 이봉주
[3-17] 러닝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3-18] 아플 거 같아
[3-19] 엄마도 글을 씁니다
[3-20] 엄마의 엄마 : MY MOM’s MOM
[3-21] 달려가서 옆에 있어야지
[3-22]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제4부 사람들 147
[4-23] 프로듀서 신원호
[4-24] 이정재라고 불리는 남자
[4-25] 무섭냐? : 황현희
[4-26] 자우림이 변했나?
[4-27] 친구가 군대에 간다 : 이근호, 하대성, 백종환
[4-28] 구자철의 발차기
[4-29] 아무도 박상륭을 모른다
[4-30] 은행나무 아래 김애란이 있다
[4-31] 이말년은 서울의 좋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을까?
[4-32] 넌 농구를 다룰 줄 알아 : 양동근
[4-33] 괴롭지만 괜찮아 : 이경수
[4-34] 승자의 노래 : 최승자
[4-35] 서도호의 방
제5부 좋아해 255
[5-36] 좋아해
[5-37] 새
[5-38] 엄마의 소설
[5-39] 고백 1
[5-40] 고백 2
[5-41] 고백 3
[5-42] 용서
[5-43] 행복
[5-44] 좋아해 아주 많이
[5-45] 『GQ』에 왔습니다
[5-46] 영원히 모르게 남겨두기
책 속으로
"다만, 나는 비범한 문장으로 단 한 줄의 희망을 적어 보고 싶었다. 그것이 그 시절 내 존재의 이유였다." (009, 존재의 마음)
"마음이 차갑고 외로울 때 나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조용히 달린다. 달리면 나는 거의 지워질 것 같다. 그 감각을 사랑한다. 나는 늘 달렸고 여전히 달린다. 나는 빠르지 않고 열심히 달리지도 않는다. 빨라지고 싶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싶지도 않다. 달리면 공기가 바람이 된다. 내 얼굴을 만지고 지나간다." (116, 공기가 바람이 될 때)
"수업을 마치면 나는 늘 학교에 남아 시를 썼다. 어두워지면 인문관 앞을 걸어서 스쿨버스를 타러 갔는데, 가끔은 혼자 거기 앉아 한참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질문이었고, 동시에 시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둠이 가득하다는 거, 삶과 시의 공통점이었다." (131, 엄마도 글을 씁니다)
"나는 늘 울었다. 시를 너무 못 써서. 밤에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남아서 잔디밭에 앉아서 울고, 인문대에서 기숙사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울고, 서서 울고, 앉아서 울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걔들이 금방 나보다 잘 쓰게 되었다." (269, 고백 2)
"누군가 바보 머저리 등신이라고 할지 모른다. 상관없다. 나도 잘 아는 사실이니까. 그래도 난 맷집 좋은 내가 좋다. 그리고 조금은 대견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결국 난 모든 것을 다 잘 끝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79, 용서)
"오전의 나무와 오후의 나무 그리고 영원히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한 사람에게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283, 좋아해 아주 많이)
작가 소개
이우성
[스스로 ‘미남’이 된 이우성]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다. 『GQ』, 『아레나 옴므+』 등 패션 매거진 피처 에디터로 일했으며 『러너스월드』 한국판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 현재는 크리에이티브 크루 ‘미남컴퍼니’ 대표다.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2012),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2022)라는 제목의 시집도 출간했다. 비범한 오라의 소유자, 이우성을 누군가는 대표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편집장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선배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그냥 형이라고 부른다. 또 누군가는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우성 주변엔 그를 부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는 ‘밤의 라디오’ 같아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그의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우성은 말할 때 ‘마음’ ‘개념’ ‘본질’ 같은 단어를 자주 쓰는데, 그 이야기가 지루했던 적이 나는 없다. 이우성의 글은 그의 말투와 닮아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며, 지나치게 솔직하다. 어디서든 자신을 ‘미남’이라고 소개하는 대담함도 빛난다. 오랫동안 그와 친하게 지내며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우성이 정말로 ‘미남’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내가 그의 언어에 미혹된 것일까? [윤성중, 월간 『山』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