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안는 마음
“홀로 서는 마음, 그리고 이어지는 삶”
『마음을 안는 마음』은 칠 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삶의 변화를 마주한 길목에서 그려낸 마음의 기록입니다. 퇴사 후 홀로 길을 걸으며 마주한 고뇌와, 독립출판을 하며 글을 쓰고 책을 엮는 삶,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IT 개발자로 버티며 지나온 시간들이 마치 나에게서 멀어지는 길을 걷는 것처럼 느껴져, 더 멀어지기 전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퇴사 후 혼자 걷는 시간이 길어지며 외로움에 잠식된 날들도 많았지만, 글을 쓰고, 요가 수련을 하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독립 출판을 시작하며 맺어진 인연들과 마음을 나누며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라 여겼던 나날 속에서도, 사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누군가는 조용히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요.
지나온 길 위에 새겨진 흔적이 모나고 부족했을지라도, 그 작은 흔적들이 언젠가 누군가와 이어지는 선이 되고, 새롭게 나아갈 목적지가 될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에서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삶의 전환점 앞에 서 계신 분, 길목 위에 잠시 멈춰 선 분, 그리고 외로움 속에서 길을 잃은 분들께 이 책이 작은 온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 들어서며
― 1부. 홀로 서 있는 시간
선택의 기로 / 깨어나는 아침 / 사색의 여정 / 무력한 날들 / 구원과 낙원 / 생명줄 / 문장에 기대어 / 어떤 무엇도 아닌 / 내려놓음 / 잠식 / 뒤집힌 세계
― 2부. 사람과 사랑 안에서
빛의 언어 / 마음의 모양 / 단 한 사람 / 시절인연 / 우리의 공백 / 침묵의 이면 / 사랑이 머문 자리 / 그리며 그리는 / 고유의 색 / 마음이 접히는 곳 / 감각의 흔적 / 손목 위의 시간 / 평범함에 대하여 / 흐려진 경계 / 겨울 산책 / 각자의 파동 / 일상의 궤적 / 순간을 살아내는 일 / 작은 원 / 늦은 후회 / 음소거
― 3부. 글을 쓰고 마음을 쓰며
무언의 위로 / 그리울 날들 / 밤바다 / 작은 극장 / 고요한 반복 / 목공을 하며 / 삶과 수련 / 알 수 없는 것들 / 연필과 흰 종이 / 쓴다는 것 / 준비운동 / 마음을 쓰는 일 / 다시 만난 마음 / 울림의 흔적 / 출판전야 / 글 나누는 밤 / 그냥 안아주는 것
― 나서며
책 속으로
낙원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어디에도 구원의 장소는 없었고, 매번 나를 구한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처럼. 내가 쏟아낸 글이었던 것처럼.
--- p.35 「구원과 낙원」
혼자만의 시간이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일지라도,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과의 시간에서만 감각할 수 있는 충만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람은 오직 사람에게서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며 현실을 이겨내 보려 해도 사람의 온기로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것들로 채우려 하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있는 힘껏 더 사랑해야지.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목소리의 진동을 느끼고, 함께 머무는 이 공간의 분위기를 나누고. 사람은 사람과 함께일 때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 p.68 「사랑이 머문 자리」
영화 <룩백>을 보며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두 영화 모두 누군가를 그리며, 그린다. 그리고 뒤도 보지 않고 달린다. 뒤도 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p.69 「그리며 그리는」
결국 만물의 빛과 온도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닐까. 겨울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상냥한 시선이, 나에게 새로운 겨울을 선물해 주었듯이. 이제는 겨울을 떠올리면 황량함보다 온기의 잔상이 먼저 떠오르듯이.
--- p.90 「겨울 산책」
생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을 때, 무언가를 이룬 순간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기를 바란다. 무수한 추억이 스쳐 지나가기를.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이 되기를. 마지막까지 사람과 사랑이 머무는 그런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 p.100 「순간을 살아내는 일」
이제는 변화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다. 시간은 흐르고, 보이는 것들은 변할지라도 이 작은 극장처럼 변한 것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 다정한 마음, 몸에 새겨진 순간의 기억과 감각, 그런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 p.120 「작은 극장」
손을 씻을 때마다 나무에 베인 상처가 아리다. 거친 나무를 맨손으로 만진 탓인지 목공방에 다녀온 날에는 손에 꼭 두세 개씩 생채기를 달고 온다. 이상하게도 그게 싫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긴 상처라 그런지 별일 아닌 듯 여겨진다. 상처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서 그것이 도망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상처를 예상하면서도 기꺼이 뛰어드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삶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 p.127 「목공을 하며」
그해 겨울은 푸른 서늘함보다 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귤을 까먹는 붉은 마음으로 기억될 것 같다. 혼자 앉아 있던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말없이 옆에 앉아 준 이들이 있었기에.
--- p.154 「글 나누는 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라곤 전날 십 분 남짓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인데. 알고 지낸 시간과 마음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인사 대신 다정하게 품에 안아주는 마음이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얼마나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일까.
--- p.156 「그냥 안아주는 것」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이 좋았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마음이 가는 일을 하며 살아 있음을 감각했다. 일을 하며 몰입의 순간을 경험했다. 어쩌면 나는 하고 싶은 일에 온 마음을 다해보는 것이 그동안 그 무엇보다 절실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58 「나서며」
작가 소개
정현지 @_junghyunjee
칠 년간 IT 개발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립출판사 ‘선과 여백’을 운영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작은 온기와 위로가 되어 필요한 이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을 엮습니다. 산문집 『마음을 안는 마음』과 여행 에세이 『퇴사 후, 치앙마이』 『엄마, 은경』을 펴냈습니다.
마음을 안는 마음
“홀로 서는 마음, 그리고 이어지는 삶”
『마음을 안는 마음』은 칠 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삶의 변화를 마주한 길목에서 그려낸 마음의 기록입니다. 퇴사 후 홀로 길을 걸으며 마주한 고뇌와, 독립출판을 하며 글을 쓰고 책을 엮는 삶,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IT 개발자로 버티며 지나온 시간들이 마치 나에게서 멀어지는 길을 걷는 것처럼 느껴져, 더 멀어지기 전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퇴사 후 혼자 걷는 시간이 길어지며 외로움에 잠식된 날들도 많았지만, 글을 쓰고, 요가 수련을 하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독립 출판을 시작하며 맺어진 인연들과 마음을 나누며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라 여겼던 나날 속에서도, 사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누군가는 조용히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요.
지나온 길 위에 새겨진 흔적이 모나고 부족했을지라도, 그 작은 흔적들이 언젠가 누군가와 이어지는 선이 되고, 새롭게 나아갈 목적지가 될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에서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삶의 전환점 앞에 서 계신 분, 길목 위에 잠시 멈춰 선 분, 그리고 외로움 속에서 길을 잃은 분들께 이 책이 작은 온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 들어서며
― 1부. 홀로 서 있는 시간
선택의 기로 / 깨어나는 아침 / 사색의 여정 / 무력한 날들 / 구원과 낙원 / 생명줄 / 문장에 기대어 / 어떤 무엇도 아닌 / 내려놓음 / 잠식 / 뒤집힌 세계
― 2부. 사람과 사랑 안에서
빛의 언어 / 마음의 모양 / 단 한 사람 / 시절인연 / 우리의 공백 / 침묵의 이면 / 사랑이 머문 자리 / 그리며 그리는 / 고유의 색 / 마음이 접히는 곳 / 감각의 흔적 / 손목 위의 시간 / 평범함에 대하여 / 흐려진 경계 / 겨울 산책 / 각자의 파동 / 일상의 궤적 / 순간을 살아내는 일 / 작은 원 / 늦은 후회 / 음소거
― 3부. 글을 쓰고 마음을 쓰며
무언의 위로 / 그리울 날들 / 밤바다 / 작은 극장 / 고요한 반복 / 목공을 하며 / 삶과 수련 / 알 수 없는 것들 / 연필과 흰 종이 / 쓴다는 것 / 준비운동 / 마음을 쓰는 일 / 다시 만난 마음 / 울림의 흔적 / 출판전야 / 글 나누는 밤 / 그냥 안아주는 것
― 나서며
책 속으로
낙원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어디에도 구원의 장소는 없었고, 매번 나를 구한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처럼. 내가 쏟아낸 글이었던 것처럼.
--- p.35 「구원과 낙원」
혼자만의 시간이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일지라도,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과의 시간에서만 감각할 수 있는 충만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람은 오직 사람에게서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며 현실을 이겨내 보려 해도 사람의 온기로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것들로 채우려 하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있는 힘껏 더 사랑해야지.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목소리의 진동을 느끼고, 함께 머무는 이 공간의 분위기를 나누고. 사람은 사람과 함께일 때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 p.68 「사랑이 머문 자리」
영화 <룩백>을 보며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두 영화 모두 누군가를 그리며, 그린다. 그리고 뒤도 보지 않고 달린다. 뒤도 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p.69 「그리며 그리는」
결국 만물의 빛과 온도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닐까. 겨울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상냥한 시선이, 나에게 새로운 겨울을 선물해 주었듯이. 이제는 겨울을 떠올리면 황량함보다 온기의 잔상이 먼저 떠오르듯이.
--- p.90 「겨울 산책」
생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을 때, 무언가를 이룬 순간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기를 바란다. 무수한 추억이 스쳐 지나가기를.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이 되기를. 마지막까지 사람과 사랑이 머무는 그런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 p.100 「순간을 살아내는 일」
이제는 변화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다. 시간은 흐르고, 보이는 것들은 변할지라도 이 작은 극장처럼 변한 것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 다정한 마음, 몸에 새겨진 순간의 기억과 감각, 그런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 p.120 「작은 극장」
손을 씻을 때마다 나무에 베인 상처가 아리다. 거친 나무를 맨손으로 만진 탓인지 목공방에 다녀온 날에는 손에 꼭 두세 개씩 생채기를 달고 온다. 이상하게도 그게 싫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긴 상처라 그런지 별일 아닌 듯 여겨진다. 상처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서 그것이 도망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상처를 예상하면서도 기꺼이 뛰어드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삶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 p.127 「목공을 하며」
그해 겨울은 푸른 서늘함보다 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귤을 까먹는 붉은 마음으로 기억될 것 같다. 혼자 앉아 있던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말없이 옆에 앉아 준 이들이 있었기에.
--- p.154 「글 나누는 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라곤 전날 십 분 남짓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인데. 알고 지낸 시간과 마음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인사 대신 다정하게 품에 안아주는 마음이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얼마나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일까.
--- p.156 「그냥 안아주는 것」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이 좋았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마음이 가는 일을 하며 살아 있음을 감각했다. 일을 하며 몰입의 순간을 경험했다. 어쩌면 나는 하고 싶은 일에 온 마음을 다해보는 것이 그동안 그 무엇보다 절실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58 「나서며」
작가 소개
정현지 @_junghyunjee
칠 년간 IT 개발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립출판사 ‘선과 여백’을 운영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작은 온기와 위로가 되어 필요한 이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을 엮습니다. 산문집 『마음을 안는 마음』과 여행 에세이 『퇴사 후, 치앙마이』 『엄마, 은경』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