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et Type
«Objet Type» 아트북은 누타입과 슬로렌스가 협업한 결과물을 담은 책으로, 도자 공예의 특성을 기반으로 제작된 폰트 3종과, 그 폰트를 활용한 도자 오브제 3종을 소개합니다. 책 안에서 ‘폰트’와 ‘도자 오브제’가 1:1로 대응하며, 물성화된 폰트와 디지털화된 도자기를 교차로 보여줍니다.
목차
1.서문
2.서있는 Standing : Plumb(플럼)
3.정형화되지 않은 Unstructured : Amorphic(아모픽)
4.쌓아올리는 Coiling : Colloco(콜로코)
책 속으로
<서문>
사람들은 각자가 가닿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동경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열망을 품곤 합니다.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 철저히 계획된 하루를 사는 이를 부러워하거나, 도시에서 자란 이가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처럼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환경에서 파일로서만 존재하는 ‘폰트’를 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또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행위에 대한 동경도 함께했습니다.
이런 열망과 동경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환경을 넘어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체인 ‘도자’와의 접목을 통해 폰트를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가 아닌 물리적으로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했습니다. 동시에 ‘도자’는 ‘폰트’와 접목하여 그 물질성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고 경험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경험적 교류를 탐색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크게 ‘도자 공예’의 특성 3가지를 기반으로 폰트와 그에 기반한 그래픽 아웃풋을 제작하였고, 제작된 ‘폰트’를 기반으로 도자 오브제와 포스터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을 담은 모음집이자, 새로운 시각과 물성을 실험한 폰트 견본집입니다.
<서있는 Standing : Plumb(플럼)>
도자는 오랜 시간 가마의 불길을 견디며 단단해집니다. 흙과 시간이 빚어낸 그릇은 흔들림 없이 서 있습니다. ‘플럼Plumb’은 ‘수직의’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도자 공예가 가진 수많은 특징 중에서도 ‘서 있을 수 있음’에 착안하여, 각 글자가 스스로 균형을 이루며 견고하게 설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하단의 비례를 넉넉히 두어 무게중심을 안정감 있게 하였으며, T나 V처럼 세로획이나 사선 획이 지면(Baseline)에 닿는 글자들은 가로획이나 사선 획을 활용해 단단히 서 있을수 있도록 제작하였습니다.
이 폰트를 표현한 도자기는 일반 백자토를 사용하여, 스탠딩이 용이하도록 약 2cm 두께로 제작되었습니다. 전면에는 타입을 도장으로 새겨 음각 효과를 주었고, 상단에는 엽서나 작은 사진, 명함 등을 꽂을 수 있는 틈을 두었습니다. 유약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풀색의 유광 유약을 사용하여 타입 형태가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작은 사이즈로 손으로 잡기 좋으며, 책상 위나 선반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입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Unstructured: Amorphic(아모픽)>
우리는 때때로 기계적으로 완벽한 것보다 조금은 흐트러진 형태에서 더 큰 매력을 발견합니다. 달항아리의 불완전한 곡선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는 오히려 시각적 익숙함을 깨뜨리고, 새로운 자극을 주곤 합니다.
‘아모픽Amorphic’은 그리스어 ‘a- (없다) + morphe(형태)’에서 유래한 단어로, ‘정해진 형태가 없는’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아모픽은 전통적인 라틴 서체의 정형성과 균형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흐르는 선과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통해 타입을 넘어 하나의 조형적 오브제처럼 기능합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아모픽 타입을 그대로 살려, 자유로운 느낌으로 화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소성이 뛰어난 조형토를 사용하여 먼저 통짜 타입 형태를 제작하고, 반건조 상태에서 반을 절개해 속을 파낸 뒤 다시 접합하는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화병 내부에 물을 담을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고, 도자기의 두께를 줄여 건조를 용이하게 하며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유약은 미색의 반광 유약을 사용하여, 자유로운 형태에 차분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쌓아올리는 Coiling: Colloco(콜로코)>
길다랗게 민 지점토를 말아올려 층층이 쌓인 모습과 손에 닿던 흙의 질감이 생경합니다. 콜로코Colloco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자공예의 코일링 기법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습니다.
올록볼록한 형태와 닮은 세리프를 만들고, 쌓이는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획 두께를 반전시켰습니다. ‘함께 놓다’, ‘배치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lloco’ 처럼, 개별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콜로코Colloco’를 활용한 도자 오브제는 코일링 기법의 첫 단계를 보여주는 작은 플레이트로 제작되었습니다. 코일링은 만드는 작품에 따라 다양한 두께로 여러 층을 쌓아 제작할 수 있는데, 폰트에서 획의 두께에 반전을 준 것처럼, 통통한 한 줄의 코일링으로 귀여운 반전을 주고자 했습니다. 폰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그릇에 그래픽적인 도장 느낌을 더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접시에 도장을 찍어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산화물이 첨가된 따뜻한 카라멜 시럽 같은 유광 유약으로 음각 부분에 고인 유약 색이 돋보이게 하여 타입을 강조했습니다. 손바닥 크기의 사이즈로 작은 액세서리를 올려 활용할 수 있습니다.
Objet Type
«Objet Type» 아트북은 누타입과 슬로렌스가 협업한 결과물을 담은 책으로, 도자 공예의 특성을 기반으로 제작된 폰트 3종과, 그 폰트를 활용한 도자 오브제 3종을 소개합니다. 책 안에서 ‘폰트’와 ‘도자 오브제’가 1:1로 대응하며, 물성화된 폰트와 디지털화된 도자기를 교차로 보여줍니다.
목차
1.서문
2.서있는 Standing : Plumb(플럼)
3.정형화되지 않은 Unstructured : Amorphic(아모픽)
4.쌓아올리는 Coiling : Colloco(콜로코)
책 속으로
<서문>
사람들은 각자가 가닿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동경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열망을 품곤 합니다.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 철저히 계획된 하루를 사는 이를 부러워하거나, 도시에서 자란 이가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처럼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환경에서 파일로서만 존재하는 ‘폰트’를 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또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행위에 대한 동경도 함께했습니다.
이런 열망과 동경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환경을 넘어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체인 ‘도자’와의 접목을 통해 폰트를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가 아닌 물리적으로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했습니다. 동시에 ‘도자’는 ‘폰트’와 접목하여 그 물질성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고 경험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경험적 교류를 탐색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크게 ‘도자 공예’의 특성 3가지를 기반으로 폰트와 그에 기반한 그래픽 아웃풋을 제작하였고, 제작된 ‘폰트’를 기반으로 도자 오브제와 포스터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을 담은 모음집이자, 새로운 시각과 물성을 실험한 폰트 견본집입니다.
<서있는 Standing : Plumb(플럼)>
도자는 오랜 시간 가마의 불길을 견디며 단단해집니다. 흙과 시간이 빚어낸 그릇은 흔들림 없이 서 있습니다. ‘플럼Plumb’은 ‘수직의’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도자 공예가 가진 수많은 특징 중에서도 ‘서 있을 수 있음’에 착안하여, 각 글자가 스스로 균형을 이루며 견고하게 설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하단의 비례를 넉넉히 두어 무게중심을 안정감 있게 하였으며, T나 V처럼 세로획이나 사선 획이 지면(Baseline)에 닿는 글자들은 가로획이나 사선 획을 활용해 단단히 서 있을수 있도록 제작하였습니다.
이 폰트를 표현한 도자기는 일반 백자토를 사용하여, 스탠딩이 용이하도록 약 2cm 두께로 제작되었습니다. 전면에는 타입을 도장으로 새겨 음각 효과를 주었고, 상단에는 엽서나 작은 사진, 명함 등을 꽂을 수 있는 틈을 두었습니다. 유약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풀색의 유광 유약을 사용하여 타입 형태가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작은 사이즈로 손으로 잡기 좋으며, 책상 위나 선반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입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Unstructured: Amorphic(아모픽)>
우리는 때때로 기계적으로 완벽한 것보다 조금은 흐트러진 형태에서 더 큰 매력을 발견합니다. 달항아리의 불완전한 곡선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는 오히려 시각적 익숙함을 깨뜨리고, 새로운 자극을 주곤 합니다.
‘아모픽Amorphic’은 그리스어 ‘a- (없다) + morphe(형태)’에서 유래한 단어로, ‘정해진 형태가 없는’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아모픽은 전통적인 라틴 서체의 정형성과 균형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흐르는 선과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통해 타입을 넘어 하나의 조형적 오브제처럼 기능합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아모픽 타입을 그대로 살려, 자유로운 느낌으로 화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소성이 뛰어난 조형토를 사용하여 먼저 통짜 타입 형태를 제작하고, 반건조 상태에서 반을 절개해 속을 파낸 뒤 다시 접합하는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화병 내부에 물을 담을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고, 도자기의 두께를 줄여 건조를 용이하게 하며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유약은 미색의 반광 유약을 사용하여, 자유로운 형태에 차분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쌓아올리는 Coiling: Colloco(콜로코)>
길다랗게 민 지점토를 말아올려 층층이 쌓인 모습과 손에 닿던 흙의 질감이 생경합니다. 콜로코Colloco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자공예의 코일링 기법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습니다.
올록볼록한 형태와 닮은 세리프를 만들고, 쌓이는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획 두께를 반전시켰습니다. ‘함께 놓다’, ‘배치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lloco’ 처럼, 개별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콜로코Colloco’를 활용한 도자 오브제는 코일링 기법의 첫 단계를 보여주는 작은 플레이트로 제작되었습니다. 코일링은 만드는 작품에 따라 다양한 두께로 여러 층을 쌓아 제작할 수 있는데, 폰트에서 획의 두께에 반전을 준 것처럼, 통통한 한 줄의 코일링으로 귀여운 반전을 주고자 했습니다. 폰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그릇에 그래픽적인 도장 느낌을 더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접시에 도장을 찍어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산화물이 첨가된 따뜻한 카라멜 시럽 같은 유광 유약으로 음각 부분에 고인 유약 색이 돋보이게 하여 타입을 강조했습니다. 손바닥 크기의 사이즈로 작은 액세서리를 올려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