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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소년
《금각사》, 《가면의 고백》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국내 첫 단편집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학적 인정을 받고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던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선집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1946년부터 1966년까지, 문단에 데뷔할 무렵인 20대 초반부터 만년의 40대 초반까지 발표된 단편 중 총 12편을 수록했다.
미시마는 순문학 외에도 괴담, 판타지, 미스터리, 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가 담긴 소설들을 발표한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다. 얼핏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단편집에는 작가 미시마의 자전적 내용이 담긴 사소설적 단편을 비롯해, 다채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단편들을 실었다.
“나에게는 가장 절실한 문제를 내포한 작품”이라고 말한 〈시를 쓰는 소년〉, “미시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응축한 정수 같은 소설”이라고 평한 〈우국〉, “유작이라는 심정으로 쓴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한 〈곶 이야기〉 등 작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을 비롯해, 〈황야에서〉, 〈의자〉 등 자전적 내용의 단편, 미시마의 영원한 테마인 아름다움과 죽음과 고독을 그린 단편 등, 장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시도와 실험이 담긴 미시마 문학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곶 이야기
시를 쓰는 소년
의자
진주
보온병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나팔꽃
히나의 집
표
괴물
우국
황야에서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몽상은 나의 비상을 단 한 번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일찍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비상을 하고 있었다. 몽상에 잠긴 겉모습만 보고서, 내가 얼마나 광활한 내면의 하늘을, 별자리에서 별자리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지 알 길이 없는 그들은, 나를 휘감고 있는 반짝이는 거미줄을 억지로 걷어버렸지만, 거미줄로 보인 것은 사실 아지랑이처럼 여리고 아름다운 나의 날개였다. - 〈곶 이야기〉
아득한 절벽 아래로, 신비스러울 만큼 고요한 물기슭이 보였다. 그것을 물기슭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울퉁불퉁한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푸른 바다가 더한층 짙은 색으로 끓어오르는 절벽 아래쪽이, 저 멀리 펼쳐진 평온하고 희미한 바다 수면보다 더 고요해 보이는 것은, 조금 전에 경험한 것과 똑같이, 소리가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리라. - 〈곶 이야기〉
내 눈이 어른의 쓸쓸한 눈처럼 느껴졌다.
나는 처음으로 열렬히 사랑한 사람에게 배반당한 슬픔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눈길을 곶의 끝으로 돌렸다. 절벽은 아득히 수평선을 넘어 하늘과 경계를 짓고 있고, 흘러가는 구름 때문에 하얀 너럭바위가 칼날처럼 눈부시게 반짝였다. - 〈곶 이야기〉
그것을 상상력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쉬웠다. 하지만 소년은 그렇게 이름 붙이기를 주저했다. 상상력이라면, 타인의 아픔을 상상하며 자신도 아파 오는 듯한 감정이입이 있어야 한다. 소년의 차가움은 타인의 아픔을 결코 느끼지 못했다. 자신은 조금도 아프지 않으면서, “저게 고통이라는 거야. 난 잘 알아”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시를 쓰는 소년〉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뜬 것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가운데를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즉,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것. - 〈시를 쓰는 소년〉
그 아름다움은 허상이다. 사라져갈 육신의 한때의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고승의 마음을 뒤흔든 그 한순간의 힘은, 뭔가 신비롭고 영원한 힘처럼 느껴졌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망상은 확고해지고, 사념(邪念)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희망이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단념하기 쉽지만, 이 불가능한 사랑은 호수처럼 고요히 땅을 뒤덮고, 흘러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그 아름다움은 허상이다. 사라져갈 육신의 한때의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고승의 마음을 뒤흔든 그 한순간의 힘은, 뭔가 신비롭고 영원한 힘처럼 느껴졌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나는 죽은 이의 영혼에 대해 늘 애련의 정을 품는다. 영혼들은 쓸쓸하고 슬프고 가여운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 동물들의 세계에 품은 감상적인 기분과 비슷하다. 미개 민족들이 동물들을 죽은 인간의 영혼이 나타난 것으로 믿는 이유를 나는 이해한다. 우리가 가진 연민의 감정은 미지의 것, 불가해한 것에 이르는 다리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들과 동경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연민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 〈나팔꽃〉
영혼이라는 것에 역시 삶의 형태를 부여하지 않으면, 우리의 상상의 날개는 퍼덕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생명 중에서도 신비로운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깊은 밤에 날아다니며 울음소리를 주고받는 작은 새와 같은 것, 그런 것들에 기대어 생각하지 않으면, 영혼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 〈나팔꽃〉
너는 이것이 감미로운 생각이라고 말할까? 대개 감미로운 이야기에는 감미로운 생각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광기라는 것이 이토록 감미로운 이야기를 낳는다면, 제정신인 우리는 제정신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감미로운 공상을 그것에 헌사해야만 하지 않을까? - 〈히나의 집〉
아이는 이부자리 옆까지 와서 쪼그려 앉아 노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도 두려움은 없고, 호기심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리모치는 자신에 대한 호기심 중에, 질투가 섞인 호기심이 아니면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 살 먹은 아이에게 질투가 있을 리 없다. - 〈괴물〉
나리모치는 아름다운 것에도 잔혹했지만, 그 잔혹함에는 사랑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추한 것에는 인정사정없었다. - 〈괴물〉
나는 달리고 싶다. 헤엄칠 수 있게 되고 싶다. 언제나 야외의 빛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나는 뛰어오르고 싶다.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 모두가 황홀해할 것 같은 넓은 어깨를 갖고 싶다. 싸움을 잘해 네다섯 명을 쓰러뜨리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싶다. 나를 뒤덮는 것은 오로지 구름의 그림자뿐이면 좋겠다. - 〈의자〉
신음은 고통의 전달 수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음 소리를 냄으로써 달래지는 고통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고통은 알려지기를 바라지만, 고통 속의 쾌락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 〈의자〉
소설을 읽는 것은 고독한 작업이고, 소설을 쓰는 것도 고독한 작업이다. 활자를 매개로 하여 우리의 고독은, 본 적도 없는 타인의 고독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 스며들어가는 기괴한 현장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결코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침입자 덕분에, 그 광기 덕분에 나는 그 창백한 얼굴에서, 작가가 결코 볼 수 없는 ‘독자’의 얼굴을 본 것만 같다. - 〈황야에서〉
소설을 써서 세상에 판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하고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을 나는 때때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무엇을 내보내고 있는 것일까? - 〈황야에서〉
예술가에게는 확실히 술을 파는 사람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알코올 성분이 필요하고,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음료를 파는 것은 그의 직업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도취를 파는 것이다. - 〈황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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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소년
《금각사》, 《가면의 고백》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국내 첫 단편집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학적 인정을 받고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던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선집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1946년부터 1966년까지, 문단에 데뷔할 무렵인 20대 초반부터 만년의 40대 초반까지 발표된 단편 중 총 12편을 수록했다.
미시마는 순문학 외에도 괴담, 판타지, 미스터리, 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가 담긴 소설들을 발표한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다. 얼핏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단편집에는 작가 미시마의 자전적 내용이 담긴 사소설적 단편을 비롯해, 다채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단편들을 실었다.
“나에게는 가장 절실한 문제를 내포한 작품”이라고 말한 〈시를 쓰는 소년〉, “미시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응축한 정수 같은 소설”이라고 평한 〈우국〉, “유작이라는 심정으로 쓴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한 〈곶 이야기〉 등 작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을 비롯해, 〈황야에서〉, 〈의자〉 등 자전적 내용의 단편, 미시마의 영원한 테마인 아름다움과 죽음과 고독을 그린 단편 등, 장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시도와 실험이 담긴 미시마 문학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곶 이야기
시를 쓰는 소년
의자
진주
보온병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나팔꽃
히나의 집
표
괴물
우국
황야에서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몽상은 나의 비상을 단 한 번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일찍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비상을 하고 있었다. 몽상에 잠긴 겉모습만 보고서, 내가 얼마나 광활한 내면의 하늘을, 별자리에서 별자리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지 알 길이 없는 그들은, 나를 휘감고 있는 반짝이는 거미줄을 억지로 걷어버렸지만, 거미줄로 보인 것은 사실 아지랑이처럼 여리고 아름다운 나의 날개였다. - 〈곶 이야기〉
아득한 절벽 아래로, 신비스러울 만큼 고요한 물기슭이 보였다. 그것을 물기슭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울퉁불퉁한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푸른 바다가 더한층 짙은 색으로 끓어오르는 절벽 아래쪽이, 저 멀리 펼쳐진 평온하고 희미한 바다 수면보다 더 고요해 보이는 것은, 조금 전에 경험한 것과 똑같이, 소리가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리라. - 〈곶 이야기〉
내 눈이 어른의 쓸쓸한 눈처럼 느껴졌다.
나는 처음으로 열렬히 사랑한 사람에게 배반당한 슬픔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눈길을 곶의 끝으로 돌렸다. 절벽은 아득히 수평선을 넘어 하늘과 경계를 짓고 있고, 흘러가는 구름 때문에 하얀 너럭바위가 칼날처럼 눈부시게 반짝였다. - 〈곶 이야기〉
그것을 상상력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쉬웠다. 하지만 소년은 그렇게 이름 붙이기를 주저했다. 상상력이라면, 타인의 아픔을 상상하며 자신도 아파 오는 듯한 감정이입이 있어야 한다. 소년의 차가움은 타인의 아픔을 결코 느끼지 못했다. 자신은 조금도 아프지 않으면서, “저게 고통이라는 거야. 난 잘 알아”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시를 쓰는 소년〉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뜬 것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가운데를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즉,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것. - 〈시를 쓰는 소년〉
그 아름다움은 허상이다. 사라져갈 육신의 한때의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고승의 마음을 뒤흔든 그 한순간의 힘은, 뭔가 신비롭고 영원한 힘처럼 느껴졌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망상은 확고해지고, 사념(邪念)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희망이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단념하기 쉽지만, 이 불가능한 사랑은 호수처럼 고요히 땅을 뒤덮고, 흘러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그 아름다움은 허상이다. 사라져갈 육신의 한때의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고승의 마음을 뒤흔든 그 한순간의 힘은, 뭔가 신비롭고 영원한 힘처럼 느껴졌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나는 죽은 이의 영혼에 대해 늘 애련의 정을 품는다. 영혼들은 쓸쓸하고 슬프고 가여운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 동물들의 세계에 품은 감상적인 기분과 비슷하다. 미개 민족들이 동물들을 죽은 인간의 영혼이 나타난 것으로 믿는 이유를 나는 이해한다. 우리가 가진 연민의 감정은 미지의 것, 불가해한 것에 이르는 다리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들과 동경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연민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 〈나팔꽃〉
영혼이라는 것에 역시 삶의 형태를 부여하지 않으면, 우리의 상상의 날개는 퍼덕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생명 중에서도 신비로운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깊은 밤에 날아다니며 울음소리를 주고받는 작은 새와 같은 것, 그런 것들에 기대어 생각하지 않으면, 영혼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 〈나팔꽃〉
너는 이것이 감미로운 생각이라고 말할까? 대개 감미로운 이야기에는 감미로운 생각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광기라는 것이 이토록 감미로운 이야기를 낳는다면, 제정신인 우리는 제정신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감미로운 공상을 그것에 헌사해야만 하지 않을까? - 〈히나의 집〉
아이는 이부자리 옆까지 와서 쪼그려 앉아 노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도 두려움은 없고, 호기심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리모치는 자신에 대한 호기심 중에, 질투가 섞인 호기심이 아니면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 살 먹은 아이에게 질투가 있을 리 없다. - 〈괴물〉
나리모치는 아름다운 것에도 잔혹했지만, 그 잔혹함에는 사랑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추한 것에는 인정사정없었다. - 〈괴물〉
나는 달리고 싶다. 헤엄칠 수 있게 되고 싶다. 언제나 야외의 빛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나는 뛰어오르고 싶다.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 모두가 황홀해할 것 같은 넓은 어깨를 갖고 싶다. 싸움을 잘해 네다섯 명을 쓰러뜨리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싶다. 나를 뒤덮는 것은 오로지 구름의 그림자뿐이면 좋겠다. - 〈의자〉
신음은 고통의 전달 수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음 소리를 냄으로써 달래지는 고통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고통은 알려지기를 바라지만, 고통 속의 쾌락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 〈의자〉
소설을 읽는 것은 고독한 작업이고, 소설을 쓰는 것도 고독한 작업이다. 활자를 매개로 하여 우리의 고독은, 본 적도 없는 타인의 고독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 스며들어가는 기괴한 현장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결코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침입자 덕분에, 그 광기 덕분에 나는 그 창백한 얼굴에서, 작가가 결코 볼 수 없는 ‘독자’의 얼굴을 본 것만 같다. - 〈황야에서〉
소설을 써서 세상에 판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하고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을 나는 때때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무엇을 내보내고 있는 것일까? - 〈황야에서〉
예술가에게는 확실히 술을 파는 사람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알코올 성분이 필요하고,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음료를 파는 것은 그의 직업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도취를 파는 것이다. - 〈황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