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호스트
《종로호스트》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종로와 그 주변을 아이폰으로 기록한 사진과 텍스트를 엮은 사진집입니다. 총 704페이지, 3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같은 도시를 살아가며 축적한 풍경과 감각, 그리고 기억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종로에서 살고, 종로에서 일하며, 매일 반복되는 동선을 따라 걸었습니다. 사진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촬영 되기보다, 일상 속에서 문득 시선이 머문 순간들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기록되었습니다. 집 앞 하천, 청와대 앞 분수대, 골목길, 버스 안, 길 위의 사람들, 방치된 물건들, 그리고 빛과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이 책의 장면이 되었습니다. 아이폰은 이 작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큰 카메라를 들고 의식적으로 촬영하기 보다, 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으로 순간에 반응하며 사진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들은 즉흥적이고 은밀 하며, 때로는 거칠고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책에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만 포착될 수 있는 시간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종로호스트》는 아름다운 장면을 수집 하기보다,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이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지를 바라봅니다. 수치스럽지만 다정한 장면, 우습지만 오래도록 떠오르는 풍경,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사진들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갑니다. 작가는 이 이미지들을 오랜 시간 다시 들여다보며 편집 했고, 30개의 챕터로 구성하여 하나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시작과 끝
이 책은 하나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인 「이곳에 이사해, 벌써 4년째」는 작가가 실제로 살고 있는 집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집으로 가는 길」에서 다시 책은 집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됩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장소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며 축적된 기억과 기록이 다시 출발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보여줍니다. 독자는 첫 장에서 집을 나와 도시를 걷고, 마지막 장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사이를 채우는 수많은 풍경과 사람들, 계절과 감정들은 결국 하나의 출발점과 도착점으로 연결됩니다.
챕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종로호스트》의 30개 챕터는 처음부터 계획된 주제에 따라 촬영된 결과물이 아니였습니다. 대부분의 제목은 오히려 편집 과정에서 발견되었거나, 작가가 오랫동안 기록해 온 메모장에서 가져온 문장들입니다.예를 들어 「미스터 최」는 종로의 오래된 양복점 간판 한 장에서 시작된 챕터입니다. '미스터 최'는 실제 종로에서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는 정장 가게의 이름입니다. 작가는 이 간판을 바라보며, 특정 인물의 이름처럼 보이는 이 문장이 오히려 종로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종로에서 마주친 노인들, 가게 주인, 길을 걷는 사람들, 우연히 스쳐 지나간 개인들의 사진이 하나의 챕터 안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결국 「미스터 최」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종로라는 도시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가상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빛은 예술입니다」 역시 한 장의 간판 사진에서 시작된 챕터입니다. 제목은 을지로4가 조명 상점 거리에서 발견한 실제 간판 문구에서 가져왔습니다. 작가는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직설적이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울림을 느꼈고, 이를 그대로 챕터의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이 챕터는 간판 사진으로 시작해 다시 간판 사진으로 끝납니다. 마지막 사진에는 한 홈리스가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그의 백발이 거리의 조명에 반사되어 빛나는 모습에 시선이 머물렀고, 그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거리 풍경을 넘어, 「빛은 예술입니다」라는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조명 상점의 간판에서 시작된 문장은 결국 거리의 사람과 빛,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순간들로 확장되며 하나의 챕터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종로호스트》의 여러 챕터는 특정한 주제를 계획하여 촬영한 결과가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문장과 이미지가 오랜 편집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사례들입니다.
반복되는 풍경과 시간
「자하슈퍼」, 「어제 탄 버스를 그대로 타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일찍 일어나는 새는 하루가 길다 피곤하다」는 반복과 축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챕터입니다. 「자하슈퍼」는 작가가 사는 동네의 오래된 구멍가게를 기록한 챕터입니다. 가게 자체보다도 그 주변에 쌓여가는 시간과 동네의 공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제 탄 버스를 그대로 타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는 집 앞 하천을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기록한 챕터입니다. 계절과 시간의 변화 속에서 같은 장소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하루가 길다 피곤하다」는 작가가 새벽에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에 촬영한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청와대 앞 분수의 풍경을 거의 매일같이 기록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풍경을 기록하는 일이 곧 자신을 기록하는 일이 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이 세 챕터는 장소의 변화보다, 같은 장소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간과 감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진과 시가 만나는 지점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은 《종로호스트》에서 가장 문학적인 챕터입니다.이 제목은 시인 이준규의 동명 시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시는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사랑과 상실, 기억과 후회, 그리고 일상의 장면들을 이어 붙입니다. 작가는 이 시를 읽으며, 반복되는 문장이 조금씩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같은 도시를 오랫동안 기록하며 축적된 사진의 구조와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챕터에서는 《종로호스트》에서 유일하게 인덱스의 날짜와 장소 정보를 제거했습니다. 대신 작가가 직접 쓴 짧은 시를 함께 수록하여 사진과 언어가 만나는 지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한 챕터 안에는 토마토처럼 붉은 색을 가진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이는 단순한 색채 분류가 아니라, 시의 반복 구조처럼 서로 다른 장면들을 하나의 감각 아래 연결하기 위한 편집적 장치입니다.이 챕터는 기록과 데이터의 책인 《종로호스트》 안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진과 시가 서로를 비추는 공간이 됩니다.
인덱스
책의 후반부에는 인덱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이 인덱스에는 사진이 촬영된 날짜, 장소, 시간이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이를 통해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기록이자 도시의 아카이브로 읽히게 됩니다. 감정적인 이미지와 객관적인 데이터가 함께 놓이면서, 《종로호스트》는 개인적인 사진집인 동시에 한 도시의 작은 기록집이 되길 바라봅니다.
















종로호스트
《종로호스트》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종로와 그 주변을 아이폰으로 기록한 사진과 텍스트를 엮은 사진집입니다. 총 704페이지, 3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같은 도시를 살아가며 축적한 풍경과 감각, 그리고 기억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종로에서 살고, 종로에서 일하며, 매일 반복되는 동선을 따라 걸었습니다. 사진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촬영 되기보다, 일상 속에서 문득 시선이 머문 순간들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기록되었습니다. 집 앞 하천, 청와대 앞 분수대, 골목길, 버스 안, 길 위의 사람들, 방치된 물건들, 그리고 빛과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이 책의 장면이 되었습니다. 아이폰은 이 작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큰 카메라를 들고 의식적으로 촬영하기 보다, 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으로 순간에 반응하며 사진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들은 즉흥적이고 은밀 하며, 때로는 거칠고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책에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만 포착될 수 있는 시간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종로호스트》는 아름다운 장면을 수집 하기보다,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이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지를 바라봅니다. 수치스럽지만 다정한 장면, 우습지만 오래도록 떠오르는 풍경,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사진들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갑니다. 작가는 이 이미지들을 오랜 시간 다시 들여다보며 편집 했고, 30개의 챕터로 구성하여 하나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시작과 끝
이 책은 하나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인 「이곳에 이사해, 벌써 4년째」는 작가가 실제로 살고 있는 집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집으로 가는 길」에서 다시 책은 집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됩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장소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며 축적된 기억과 기록이 다시 출발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보여줍니다. 독자는 첫 장에서 집을 나와 도시를 걷고, 마지막 장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사이를 채우는 수많은 풍경과 사람들, 계절과 감정들은 결국 하나의 출발점과 도착점으로 연결됩니다.
챕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종로호스트》의 30개 챕터는 처음부터 계획된 주제에 따라 촬영된 결과물이 아니였습니다. 대부분의 제목은 오히려 편집 과정에서 발견되었거나, 작가가 오랫동안 기록해 온 메모장에서 가져온 문장들입니다.예를 들어 「미스터 최」는 종로의 오래된 양복점 간판 한 장에서 시작된 챕터입니다. '미스터 최'는 실제 종로에서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는 정장 가게의 이름입니다. 작가는 이 간판을 바라보며, 특정 인물의 이름처럼 보이는 이 문장이 오히려 종로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종로에서 마주친 노인들, 가게 주인, 길을 걷는 사람들, 우연히 스쳐 지나간 개인들의 사진이 하나의 챕터 안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결국 「미스터 최」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종로라는 도시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가상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빛은 예술입니다」 역시 한 장의 간판 사진에서 시작된 챕터입니다. 제목은 을지로4가 조명 상점 거리에서 발견한 실제 간판 문구에서 가져왔습니다. 작가는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직설적이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울림을 느꼈고, 이를 그대로 챕터의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이 챕터는 간판 사진으로 시작해 다시 간판 사진으로 끝납니다. 마지막 사진에는 한 홈리스가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그의 백발이 거리의 조명에 반사되어 빛나는 모습에 시선이 머물렀고, 그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거리 풍경을 넘어, 「빛은 예술입니다」라는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조명 상점의 간판에서 시작된 문장은 결국 거리의 사람과 빛,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순간들로 확장되며 하나의 챕터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종로호스트》의 여러 챕터는 특정한 주제를 계획하여 촬영한 결과가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문장과 이미지가 오랜 편집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사례들입니다.
반복되는 풍경과 시간
「자하슈퍼」, 「어제 탄 버스를 그대로 타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일찍 일어나는 새는 하루가 길다 피곤하다」는 반복과 축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챕터입니다. 「자하슈퍼」는 작가가 사는 동네의 오래된 구멍가게를 기록한 챕터입니다. 가게 자체보다도 그 주변에 쌓여가는 시간과 동네의 공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제 탄 버스를 그대로 타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는 집 앞 하천을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기록한 챕터입니다. 계절과 시간의 변화 속에서 같은 장소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하루가 길다 피곤하다」는 작가가 새벽에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에 촬영한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청와대 앞 분수의 풍경을 거의 매일같이 기록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풍경을 기록하는 일이 곧 자신을 기록하는 일이 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이 세 챕터는 장소의 변화보다, 같은 장소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간과 감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진과 시가 만나는 지점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은 《종로호스트》에서 가장 문학적인 챕터입니다.이 제목은 시인 이준규의 동명 시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시는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사랑과 상실, 기억과 후회, 그리고 일상의 장면들을 이어 붙입니다. 작가는 이 시를 읽으며, 반복되는 문장이 조금씩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같은 도시를 오랫동안 기록하며 축적된 사진의 구조와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챕터에서는 《종로호스트》에서 유일하게 인덱스의 날짜와 장소 정보를 제거했습니다. 대신 작가가 직접 쓴 짧은 시를 함께 수록하여 사진과 언어가 만나는 지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한 챕터 안에는 토마토처럼 붉은 색을 가진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이는 단순한 색채 분류가 아니라, 시의 반복 구조처럼 서로 다른 장면들을 하나의 감각 아래 연결하기 위한 편집적 장치입니다.이 챕터는 기록과 데이터의 책인 《종로호스트》 안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진과 시가 서로를 비추는 공간이 됩니다.
인덱스
책의 후반부에는 인덱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이 인덱스에는 사진이 촬영된 날짜, 장소, 시간이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이를 통해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기록이자 도시의 아카이브로 읽히게 됩니다. 감정적인 이미지와 객관적인 데이터가 함께 놓이면서, 《종로호스트》는 개인적인 사진집인 동시에 한 도시의 작은 기록집이 되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