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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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기르다 그리고…고양이를 기르다.

다니구치 지로 만화 | 서현아 옮김 

출판사: 문학동네 


3월 말,  제주북페어에 참가 후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함덕에 있는 만춘서점에 갔다.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 제주에 있는 동안 쾌청한 날은 단 하루뿐이었지만,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좋은 것이 제주이다. 함덕에 오기 전 아주 맛있는 식사와 커피를 마셔서인지 마음이 든든했다. 


쏟아지는 비 사이로 뛰어 들어간 만춘서점은 여전히 그만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첫 서가에서부터 카운터 방향으로 천천히 책을 고르다,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라는 제목의 단행본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과 표지에서 풍겨오는 아우라만으로도, 비닐에 곱게 쌓여 책 내용을 알 수 없더라도, 직관적으로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다니구치 지로로, 잡지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뒤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늙은 반려견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 갈 곳을 잃은 고양이가 찾아왔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마음속 빈자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2월에 우리와 함께 살던 반려묘 쿠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그 빈자리는 여전히 구멍처럼 남아있다. 침대에 누워 잠이 오지 않는 밤, 핸드폰의 쿠로 사진 폴더를 열어보는데 2월 14일 그의 장례식 이후 사진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못했다. 나는 그럴 때면 쿠로가 정말 떠났구나 싶어진다. 그 이후 다가오는 적막함. 이 책을 지나칠 수 없었던 까닭은, 이미 나는 책을 열어보기도 전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적막함을 이 책을 통해 조금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의 내용은 어린시절 부터 개를 키우는 것이 꿈이었던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강아지를 키우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개를 키우며 함께했던 추억들을 지나 어느새 늙어버린 개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히 고양이를 키우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 녀석이 임신한 상태였고, 그렇게 출산을 하여 세 마리를 더 기르게 되는 이야기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너무 훌쩍거리는 바람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것 같아(아마도 나를 이상하게 보았을 것이다) 억지로 눈물을 참았으나 소매로 눈물 콧물을 훔치는 것의 한계에 다다르자 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의 베이스는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 디테일이 상당히 살아있다. 에세이도 수록되어 있어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 수 있고 실제 반려견인 사스케에 대한 이야기와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는 특히 이 문장이 마음에 닿았는데,


프랑스 작가 로제 그르니에가 『율리시즈의 눈물』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와  그 주인은 누가 뭐래도 상대방을 자기 자신처럼 생각하게 된다.”

신뢰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확실히 어떤 생물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거기 그들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긴장됐던 마음이 풀어질 때가 있다. ( 「사스케와 지로」 p.147)


반려동물이란 존재는 그렇게 거기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긴장됐던 마음을 풀 수 있게 한다. 엉망진창인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 주는 친구. 언제나 그들 앞에서 나는 무장해제된 채로 사랑을 주고받는다. 마치 어린이의 마음처럼, 순수해진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인지, 비록 슬픔이 예정된 함께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이기에 우리는 찬란한 시간을 공유하고 그리워할 수 있다고. 

글: 류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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