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안]비둘기의 습격

교동은 지금 비둘기의 습격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동대구역과 비슷하게 수많은 비둘기가 교동을 마치 제집인 양 거주하고 있습니다. 3층에 자리한 책방의 큰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면 이리 긋고 저리 긋는 여러 줄의 전깃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줄들 위엔 각양각색의 비둘기가 고고하게 아래를 내려보고 있습니다. 아래엔 무엇이 있는 걸까요? 버려진 음식물의 작은 조각, 혹은 예상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주시하는 것 치고는 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둘기는 참 시력도 좋은가 봅니다. 갑자기 드는 궁금증에 구글창에 ‘비둘기 시력'이라 검색해보니 아뿔싸! 천부적으로 좋은 시력으로 기원전 3천 년 전부터 활약을 했다고 나옵니다. 안경집 블로그에서 올린 정보니 틀릴 일은 없겠죠. 한낱 인간 따위가 비둘기 시력에 의구심을 가졌다니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집단으로 전깃줄에 걸쳐 않은 비둘기는 가끔 우르르 땅을 향해 날아가기도 합니다. 누군가 지나가며 음식물을 흘린 것도 아닐 텐데 갑자기 왜 날아갔을까요? 하찮은 눈동자를, 그것도 난시를 가지고 있는 저 같은 인간은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나타났겠지요. 교동에 자리한 수많은 음식점에 기생하며 어둠 속에 숨어 이것저것 탐하고 있는 생명력 질긴 그 (입에 담기도 싫은) 곤충을 발견한 건 아닐까 싶네요. 종종 교동 길거리를 걷다가 만나기도 하니까요. 그런 곤충 저런 곤충과 더불어 교동에 밀집한 수많은 인간이 배출해 낸 음식물들이 아마 이들의 타겟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교동은 마치 비둘기의 뷔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식과 양식과 더불어 한식과 디저트까지. 심지어 본능으로 내재된 맛도리 곤충까지. 어쩌면 교동이 흥하며 가장 이득을 본 건 맛집 사장님도, 건물주도 아닌 비둘기가 아닐까 싶네요. 

가끔 이 비둘기들이 저희 책방 창틀에 앉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방 오픈을 하기 위해 커튼을 젖히면 후다닥, 비둘기 대여섯 마리가 도망쳐 날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니까요. 창 바깥쪽엔 제가 비둘기여도 머물만한 넉넉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태위태한 전깃줄보다는 훨씬 안정된 곳이지요. 세상의 모든 동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이들이 여기서 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맛있게 먹고 생명체의 자연적인 소화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응아만은 여기서 배출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다행히 아직까진 그런 흔적이 없지만.. 먹을 것들이 더 많아지고 개체수도 많아지면 언젠가 맞이할 일이겠지요. 청소도 하기 힘들텐데.. 모쪼록 우리의 교동 비둘기 친구들이 먹는 곳과 배출하는 곳을 구별하는 친구들이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 김인철

그림: 류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