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책방을 시작하던 무렵, 엄마로부터 마지나타라는 나무를 선물 받았다. 나보다 조금 작은 키에 잎이 가늘게 사방으로 흩어진 멋스러운 모양을 한 나무였다. 테두리는 붉고 안쪽 면은 녹색인 독특한 잎이 내 마음을 끌었다. 그렇게 우리 책방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가게가 3층에 있다는 것이 내심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3층에 있는 가게를 누가 알고 찾아올까? 거기다 간판도 작아 1층에 자리한 화려한 가게들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길을 걷다 우연히 이것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래서 나는 우리의 작은 유령 간판을 보며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해가 지면 유령의 몸엔 빛이 난다. 복잡한 도시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우연히 고개를 든 그곳에서 둥둥 떠다니는 하얀 유령을 발견한다. 누군가는 ‘저게 뭐지?’하며 핸드폰을 꺼낸다.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속 한켠에는 작고 하얀 빛이 나는 무언가가 둥둥 떠다닌다. 그 잔상이 마음속에서 내내 달그락거린다. 사람들은 실체를 알고자 한다. 지하철을 내려가다 이내 발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돌아간다.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어둡다. 두려움이 인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책으로 가득한 밝은 공간이다. 마음속에 일렁거렸던 건 따뜻한 흰색이었다.
나의 상상처럼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주었을까? 가끔 책방 후기를 찾아볼 때가 있다. 어떤 손님은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았어요.’라고 한다. 저곳에 무엇이 있을지, 마치 보물찾기 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기꺼이 올라와 주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소중하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숨겨 놓았다 한들 그것을 찾아주는 이가 없다면 보물은 더 이상 보물이라 할 수 없다. 보물을 찾는 사람이 결국 그것을 반짝이게 한다.
마음을 다해 책을 만들고, 판매하고, 그걸 찾아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는 기분 좋은 생기가 돈다. 마음속 일렁거렸던 것은 따뜻한 흰색. 결국 모두 함께 만들고 있다.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하얀 스케치북처럼 앞으로도 이곳에서 책을 매개로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책방을 운영한지 5년이 되었다. 엄마가 선물해 준 마지나타는 내 키를 넘어 어느새 나의 시선이 위로 향할 만큼 자랐다. 그가 자란 만큼 집도 작아져, 며칠 전 새 흙을 채워 넣은 넉넉한 집을 장만해 주었다. 앞으로 5년, 10년 이 공간과 함께 쑥쑥 자라나길, 붉고 푸른 잎을 바라보며 소원했다.
글/그림: 류은지
「 붉고 푸른 잎을 바라보며 생각한 것」 은 2022년 4월 7일 책방 5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은 소책자에 실었던 글 입니다.
5년 전 책방을 시작하던 무렵, 엄마로부터 마지나타라는 나무를 선물 받았다. 나보다 조금 작은 키에 잎이 가늘게 사방으로 흩어진 멋스러운 모양을 한 나무였다. 테두리는 붉고 안쪽 면은 녹색인 독특한 잎이 내 마음을 끌었다. 그렇게 우리 책방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가게가 3층에 있다는 것이 내심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3층에 있는 가게를 누가 알고 찾아올까? 거기다 간판도 작아 1층에 자리한 화려한 가게들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길을 걷다 우연히 이것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래서 나는 우리의 작은 유령 간판을 보며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해가 지면 유령의 몸엔 빛이 난다. 복잡한 도시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우연히 고개를 든 그곳에서 둥둥 떠다니는 하얀 유령을 발견한다. 누군가는 ‘저게 뭐지?’하며 핸드폰을 꺼낸다.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속 한켠에는 작고 하얀 빛이 나는 무언가가 둥둥 떠다닌다. 그 잔상이 마음속에서 내내 달그락거린다. 사람들은 실체를 알고자 한다. 지하철을 내려가다 이내 발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돌아간다.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어둡다. 두려움이 인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책으로 가득한 밝은 공간이다. 마음속에 일렁거렸던 건 따뜻한 흰색이었다.
나의 상상처럼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주었을까? 가끔 책방 후기를 찾아볼 때가 있다. 어떤 손님은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았어요.’라고 한다. 저곳에 무엇이 있을지, 마치 보물찾기 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기꺼이 올라와 주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소중하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숨겨 놓았다 한들 그것을 찾아주는 이가 없다면 보물은 더 이상 보물이라 할 수 없다. 보물을 찾는 사람이 결국 그것을 반짝이게 한다.
마음을 다해 책을 만들고, 판매하고, 그걸 찾아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는 기분 좋은 생기가 돈다. 마음속 일렁거렸던 것은 따뜻한 흰색. 결국 모두 함께 만들고 있다.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하얀 스케치북처럼 앞으로도 이곳에서 책을 매개로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책방을 운영한지 5년이 되었다. 엄마가 선물해 준 마지나타는 내 키를 넘어 어느새 나의 시선이 위로 향할 만큼 자랐다. 그가 자란 만큼 집도 작아져, 며칠 전 새 흙을 채워 넣은 넉넉한 집을 장만해 주었다. 앞으로 5년, 10년 이 공간과 함께 쑥쑥 자라나길, 붉고 푸른 잎을 바라보며 소원했다.
글/그림: 류은지
「 붉고 푸른 잎을 바라보며 생각한 것」 은 2022년 4월 7일 책방 5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은 소책자에 실었던 글 입니다.